내 애인은 이따금씩 “넌 내가 어디가, 뭐가 좋아?” 라고 묻곤 한다. 그럼 나는 몇 번을 답 하냐며 시시콜콜 넘기는데 좋아하는 것에 이유는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해 너의 모든 게 다 좋아 이렇게 막연한 거 말고 세세하게 하나하나 다 따져 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어제 술에 잔뜩 취해서 내가 이만치 걸음을 먼저 해서 넌 곧바로 먼저 걷는다며 너를 안 좋아하냐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뾰루퉁 해졌지 그래서 곧바로 내가 하늘에 대고 소리를 질렀잖아 네 이름 세 글자가 이만큼이나 나에겐 소중하다며 고래고래 질러 보았는데 그게 또 너는 부끄러운지 걸음을 빨리했어 결국 우리의 걸음걸이는 그렇게 똑같아진 거야 이렇게 결국엔 이라는 단어로 나를 맞춰주는 네가 좋고 술에 잔뜩 취해서 곧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내뱉는 문장은 사랑해라는 것도 좋고 나보다 몇 년의 발자국을 앞서 나에게 해주는 말들도 사랑하고 나의 생각보다 깊은 너의 생각을 좋아하고 그렇지만 잠에 들 때면 안겨서 애기가 되는 너의 모습도 좋아해 말고도 앞으로 네 옆에 누워 어떤 네가 좋은지 하나씩 속삭여줄게 알겠지 ? 오래도록 내 옆에서 남을 희야
2년 만에 또 깊숙히 가라앉아있던 우울이 뜨려고 한다. 일상생활에는 문제는 없지만 사람들을 만날 때 조금이라도 티가 나고 우울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치부받을까봐 두려워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감정에 속고 싶지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게 살고 싶어서 나를 어르고 달래며 다시 가보자고 하다가도 나약해지는 내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도 마음이 아프다. 올해 연말은 혼자서 마음껏 울어버리고 한해를 시작해보자. 힘내자 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