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 난 피부땜에 뒷골땡겨 하고 있다. 다 포기하고 피부과 가려고.. 버스 기다리는 중. 설상가상 눈 오는 날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무릎도 왕창 까져서 걸을 때 아프다. 비몽사몽한 이유는 손가락 습진 자국이 가려워서 새벽에 깼기 때문이다. 몸에 멀쩡한 구석이 없다 레알루..
넘 힘들어서 G 생각 안하게 된다. 오히려 안 보고 있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서 내가 정말 혼자가 편한 건지 아파서 이러는 건지 분간이 안되지만. 여튼 피부가 지랄난 덕��에 정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게 되었다...
이상한 꿈 꿨다.. 애매한 사이인 누군가 꿈에 나와서 나를 반기고 할 말이 있다며 얘기를 하자고 했다. 그 전 꿈에는 총격 장면이 있었고 그와 비슷한 입장의 사람을 만났다. 나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느껴서 할 얘기를 먼저 해 달라고 했지만 자리를 정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그랬다. (당연히도?) 나는 그 얘길 듣지 못하고 잠에서 깼다.
세 달동안 멈춰있었던 달거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면역이 제 자리를 찾는 건가 싶어 반갑지만 피부는 여전히 너무 간지럽다. 엄마가 설이라고 한라봉 한 박스를 보내줘서 연락을 했는데, 걱정 하는 소리 하는 건 언제나 언제나 듣기가 힘들다. 좀 괜찮아 졌으면 좋겠다..
1월 24일, 드디어 작업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책들과 바퀴달린 의자, 작은 책꽃이 하나를 집으로 옮겼다. G가 아침부터 나와 함께 나와 짐을 정리하고 옮기는 걸 도와주었다. 혼자서 정리하고 보내주겠다는 걸 만류하고, 같이 정리했다. 모든 도움을 거절하고 나 혼자서 해야 했을까? 그게 나에게 더 편안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몸은 힘들었겠지만...
23일 밤 난 비교적 제시간에 잠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피부 때문에 가려워서 매우 잠을 설쳤고, 아침 8시 반쯤 겨우 일어나서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G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거라 약간 메롱해 보였다. 그리고 특유의 아련한 눈빛을 열심히 쏘아대고 있었고.
결국 나는 집에 돌아와 아무 것에도 집중을 못하다가 5시부터 2-3시간 가량을 잤는데, 이럴거면 그냥 오후에 약속을 잡을 걸 그랬다 싶다가도, 일찍 끝내버려서 다행이지 생각했다.
G의 다정함은 내 마음을 매우매우 약하게 만든다. 나는 G를 오래 겪었지만, 그래도 다툼과 이별은 언제나 난감하고 감정적인 일이라 내 위주로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착각을 하게 되는 거다. 정말 G는 바보같다가도 무섭다. G가 나에게 뭔가를 주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건 그저 각별한 친구에게 표하는 친절일 뿐이다. 이런 행동을 멈추게 한다면 우린 매우 어색한 친구 사이가 되거나 결국 이상하게 멀어지고 말겠지.
나는 G의 시각에서 너무 고립되어 있고 산만하며, 그는 나에게 너무 정처없고 묵묵부답이다. 공통 사항은 우리 둘다 현재 자신만의 거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함께 보내는 것이 서로에게 의지와 힘이 아닌 더 좋지 못한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슬프게도. 동시에 느꼈다. 그래서 이별을 생각했다. 후회가 남기도 한다. 왜 나에게 미리 말을 안해주고 마지막에 나에게 상처를 주는 건지 서운함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나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려 하지 않았지만 다만 정말로 힘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G는 잠자코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말았다. 나는 G가 나를 도와주기를 바랐는데. 말을 안하고 생각만 했다. 나는 제정신을 붙잡고 있기가 힘들 때도 있었는데, G에겐 하릴 없는 소리나 했다. 그러다보면 괜찮아지(는것처럼 느껴지)곤 했기 때문에.. 미안한게 있다면 내 이런 태도가 나를 이기적으로 만들어 G를 힘들게 한 것이다.
드디어 거두절미하면 나는 G가 나에게 사랑과 관심을 느끼지 않는다 느껴왔다. 이것이 결정적이다.
잘하자..
나는 용기를 가지고,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내는 생각들에 스스로가 신뢰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것들을 주관 있게 흡수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만족스러운 것을 내놓고 싶다. 솔직히 나는 .. 내 눈에 만족스러운 것이라면 남들이 보기에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두려운 불안한 굼벵이에서 탈피하기.. 내가 나로 살아가야 하려면 어쩔 수 없음
1월이 가고 있다. 나는 올해를 붙잡는 시간으로 보내려고 하고 있다. 한두가지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해 정진하기. 1번은 대학원 입학, 2번은 건강과 다이어트이다. 둘 다 그리 수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건강은 퇴사하고 잠 많이 자고 잘 먹으면 금방돌아올 줄 알았는데 나아지지가 않는다. 공부는, 요즘 잠시 전공 공부를 내려놓고 프랑스어를 붙잡고 있다. 그런데 하루에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진도를 그리 많이 나가지는 못해서 4월까지 모든 걸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 매일 걱정이다. 내가 마음이 너무 조급한 거겠지? 걱정은 나의 걸림돌이자 원동력. 나는 하루 안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아서 남들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또 일을 하지 않을 땐 혼자 있는 게 편하고... 불안해 하지 말자 불안과 걱정에 대항할 나의 무기는 꾸준함, 집념이다. 또 내가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마음!
다양한 것들을 잘 흡수하면 나에게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불안함 느끼지 말고 쉬는 시간에는 즐겁고 영양가 있는 것들을 찾아 흡수하자.
쓰다 보니까 내가 얼마나 세밀하게 지랄맞은지가 드러나서 민망하다. 결국 정리 되지 못하고 마무리 되는 일기. 이런 내 성질머릴 아는 건 규 뿐이었는데 ㅎㅎ .. 사실 하루 동안에도 자주 생각이 나고 보고싶다. 이제 다시 나는 나의 동굴 속으로...
10시 40분 라이카 시네마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를 봤다. 어제도 아주 늦게 자서 몸을 일으켰을 땐 아주 피곤했다. 하지만 창 밖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있어서 조금 놀랐고 기분이 좋아졌다. G는 나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있었다. 하늘색 패딩. 파란색 가방. 나는 검은색 패딩에 검은색 모자, 카키색 바지에 잘 쓰지 않는 안경까지. 나를 보자마자 웃긴지 웃었다. 피곤해서 걱정했는데 3시간이나 되는 영화였음에도 영화를 보며 잠이 깼다. 다만 끝나니 배가 출출했다. G가 일본카레가 먹고 싶다고 해서 시오에 갔다. 나는 연어덮밥을 먹었지만 그냥 그랬다. G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리 좋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뭔가 더 먹고 싶었다. 카페 연희동에 가 나는 커피, G는 플랫화이트를 마셨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조잘조잘 떠들었다. G가 오늘 주식 이야기를 꺼내서 주식부터, 최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식, 메타버스, 아이돌, 붕어빵 ...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는 이런 이야기가 그리 소득이 없어도 G와 떠들고 있음 기분이 좋아진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버스를 타러 갔다. 내가 오늘 G에게 굴크림스튜를 만들어 주기로 했기 때문에 집으로. 7016 버스를 타기 전 G가 찹쌀 도넛 세 개를 사줬다. 고마웠다. 버스에서는 영화관 좌석처럼 맨 뒤에서 두번째 자리. 하지만 버스는 오른쪽. 내가 창가 자리. 버스에서 내려 마트에 들렀지만 산 것은 없다. 오늘은 걸어다니는 내내 너무 추워서 특히 발이 아주 차가워서 힘들었다. 추워서 G에게 달라붙어 개추워, 너무춥다, 진짜 춥다를 연발했다. 그리고 G는 이상하게 평소에는 안 그랬는데 내 혀짧은 (그냥 내 말투다) 말투를 따라했다. (나도 너무 추웡 어떡행.. 이런건 아니었지만 이런. 나는 핀잔을 줬지만 "이런건 하던 사람이 해야지!" 사실 즐거웠다.)
아니 나는 이런 감정과 감상 없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오늘을 남기고 싶다.
집으로 가기 전엔 또 집 앞 청과물 매장에서 작은감, 크기가 들쑥 날쑥한 양파들, 호박고구마를 샀다. 그리고 집으로 가자마자 G와 나는 차와 함께 고구마, 감, 찹쌀도넛을 나눠먹었다. G는 호박고구마를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다. (1:40 "지금 들어왔다~~~ "ㅋㅋㅋ".)
나는 언제나처럼 G가 귀여웠지만 왤까 오늘따라 나는 작은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 뒤로 한 이야기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굴크림스튜를 했다. 나는 맛이 잘 안나는 것 같아 걱정했지만 다행히 맛있게 되었고 G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굴을 씻을 소금이 다시 필요하게 되어서 G가 얼른 편의점에 갔다왔다. 고맙구 미안하기도 했지만 요리를 내가 하고 있으니 미안해하지는 말아야지 생각했다.
굴크림스튜를 먹으며 나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굴크림스튜의 맛에 대한 이야기가 대분이었던 걸까 정말로?
아, 내가 스튜를 만들 때 G는 갑자기 방 안에 매트를 피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정말로 웃기는 애다.
그때는 시간이 많이 늦었다. G와 나는 아주 오랜만에 봤고, (아,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또 하지 않는 생리에 대한 걱정이 다시)
그래서 이제 G가 나와 자기를 원하겠구나 생각했지만 오늘은 그래선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본 영화 생각도 그제서야 다시 났다. 나는 싫다고 말했다. 왜냐고 물었을 땐 그냥, (정말로 그냥이었다) 피곤해서? 아파서? 그것도 일리가 있지만 아니. 아니 나는 그냥 지금이 좋아서. 정말로 나는 지금이 좋아서 싫었던 것이다.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G가 옷을 걸치고 돌아오자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한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가 '끝'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둘다 난감해졌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일시정지라 부르기로 했다.
끝을 내기로 했을 때 G는 못봤겠지만 내 왼쪽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한 방울이 떨어졌고 그도 눈이 빨개지고 있었다. 나는 악수도 하고 안아도 줬다. G는 끝까지 웃겼다. 가방에 넣어둔 abc민트초코와 지구트롤리를 나에게 줬다. 받자마자 나는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주는거야, 그리고 고맙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 서툰 말들이 규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길 바란다. 괜찮아 G는 괜찮을 거야.
이유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깊고 길었던 만큼 얼마든지 장황해 질 수 있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현재다. 우리는 서로를 아끼지만 지금 우리는 절친한 친구 이상의 관계를 이어나가기에 서로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우리는 동시에 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서로를 잡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훗날의 일은 누구도, 세상의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기에 아무런 기약은 하지 않고서.
마지막으로 내 기분? 무덤덤 하다. 그리고 내 자신이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일까 조금 걱정이 된다. 머리가 조금 지끈거린다. 하지만 괜찮다. 그래서 신기하다.
그리고 또 머리에 남는 것? 오늘 이 결정이 그동안의 나의 행동이 정말 옳은 것이었을까 하는, 이 모든 걸 어그러끄리는 소심한 후회. 내가 오늘 규에게 말했던(지적으로 들렸을) 말만큼 정확했던, G가 말한(지적한) 나의 고질적 단점. 그것을 매우 극복하고 싶어졌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