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ore Tumblr blogs with no restrictions, modern design and the best experience.
Fun Fact
BuzzFeed published a report claiming that Tumblr was utilized as a distribution channel for Russian agents to influence American voting habits during the 2016 presidential election in Feb 2018.
눕기만 하면 내리 몇 시간을 잘 정도로, 쉽게 잠들고 깊게 잘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몇 년 전, 그러니까 40대부터는 내게도 불면이 찾아왔다.
자리에 누워 몇 시간을 뒤척여도 잠들지 못하거나, 그러고도 새벽에 깨는 통에 수면의 질이 정말 엉망이었다. 나와는 생활 리듬이 다른 아이와 자서 그런 것 같아, 방을 분리했는데도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한창 안 좋을 때는 저녁 먹고 두세 시간 기절했다가, 다시 서너 시간쯤 깨어있다가 그 뒤에 너댓시간쯤 자고 일어나 출근하는 식이었으니, 전체적인 수면 시간은 나쁘지 않았지만, 질은 정말 형편없었다.
그러다 몇몇 아이템을 신경 쓰면서 좀 나아졌으니 이들을 간단히 기록해본다. (다행히 아직은 수면유도제의 도움 없이 잔다.)
1. 커튼/안대: 깜깜해야 한다. 암막 커튼까지는 아니지만, 어두운 색 커튼만 쳐도 훨씬 낫더라. 비슷한 이유로 안대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안대를 쓰면 ‘자기 직전까지 휴대폰을 만지는 일’을 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요샌 안대 없이도 잘 자는 편이라 안 쓰고 있음.
2. 취침등: 1과 이어지는데, 잠들기 몇 시간 전부터 천정등은 끄고 노란 빛의 스탠드만 켜서 침실의 조도를 낮춰둔다. 기분 탓인지 환한 흰색 천정등 켜놨다가 끄면 왠지 잠이 잘 안 온다. 누워서 휴대폰 하거나, 책 읽을 때도 있긴 한데, 이때는 스탠드 각도를 조절해서 부분적으로만 빛을 강하게 해둔다.
3. 베개: 예전에는 수건 한 장 대충 접어서 베개 삼아 잔 적도 있었는데, 이제 베개가 맞지 않으면 잠을 통 못 잔다. ‘잘 맞는 베개’란 어떤 것인가? 사람마다 각양각색일 텐데, 난 너무 낮거나 딱딱한 베개는 불편했다. 땀이 많은 편이라 약간 시원한 재질이면 더 좋고. 한동안 불면에 고생하다가 ‘베개라도 바꿔볼까?’하며 네이버 쇼핑에서 리뷰 가장 많은 베개부터 우선 사봤는데, 다행히 잘 맞아서 잘 쓰고 있다.
4. 이불: 여름에는 간절기용 이불, 겨울에는 오리털 이불 쓰고 있다. 좋아하는 이불도 사람마다 다를 텐데, 난 일단 가벼워야 하고, 따뜻하되 더우면 안 된다. 이게 참 어려운 게, 갈수록 몸 온도가 제각각이란 말이지. 상체는 최대한 따뜻하게 하고 싶은데, 하체는 시원해야 잠이 잘 오고, 그런 와중에 발은 차가우면 또 곤란하다. 그래서 이불은 상체가 만족하는 것으로 고르기로 했다.
5. 옷: 이불이 못하는 건 옷이 도와줘야지. 그냥 면 재질의 옷 위 아래로 입고 자는데, 날씨 추우면 위에도 후드 집업 같은 거 하나 더 껴입고 자고, 대신 바지는 사계절 내내 얇은 것 입는다. 발 시원하게 해야 잘 잔다는 얘기도 있던데, 추우면 깨길래, 이제는 얇은 양말을 따로 수면용으로 신고 잔다.
6. 에어컨/가습기: 이제 계절 가전 없이 한국에서 쾌적하게 사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특히, 가습기는 깜빡하면 바로 목감기로 직행이라 늘 신경 쓰인다. 물론 침대 부근에 어항을 둔다거나, 화분을 많이 키우면서 습도 관리 잘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결국은 가습기지.
따로 안 적은 건 귀마개. 20대 때는 라디오나 음악 틀어놓고도 잘만 잤을 뿐 아니라, 일부러 좋아하는 음악 틀고 자기도 했는데, 이젠 아니다. 적막할 정도의 고요함을 좋아한다. 주변 소음이나 모터 돌아가는 소리 등도 모두 숙면의 적이다. 다만, 지금 침실은 조용하고, 식구 중에서는 내가 가장 늦게 자는 편이니, 따로 귀마개가 필요하진 않다.
해가 갈수록 몸은 예민해진다. 한때는 원한다면 십수 시간도 연달아 잘 수 있었건만, 이제 이렇게 아이템으로 몸을 둘러도, 잠을 청하기 어렵거나 중간에 깨버리는 날이 있다. 특히 저녁 이후로 카페인을 마셨거나, 밤 운동을 너무 과하게 했다거나, 몸을 살짝 데운다고 목욕했는데 너무 뜨근해졌다거나 하는 식으로 평소의 루틴을 깬 날이면 더 그렇다. 그러면, 또 어디선가 걱정이나 잡념이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럴 때면 정말 어쩔 수 없다. 마침내 망각의 세계에 들어설 때까지 이 악물고 버티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