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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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만화
기억하겠지 당신 몸에 난 흉터를 만지는 것을 내가 좋아했다는 것을
이부분이 진짜 좋아요.
흉터가 있다는 것은 상처를 견뎌냈다는 것
진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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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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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1
입동
올리브색의 벽지 위로 물든 처참한 복분자주
혹 그 돈을 쓰자 하면 아내가 나를 괴물로 보지 않을까 뒤척인 날들이 떠올랐다.
2
노찬성과 에반
죄책감 그리고 용서
3
건너편
이수는 자기 근황도 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 이수야, 우리 만난 지 팔 년 됐나?
- 그럼, 거의 십 년 됐지.
도화가 이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십 년이면 얼추 개 수명하고 비슷하다.
4
침묵의 미래
♪ 류이치 사카모토의 풀 문
나에게는 오래된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길다. 그 이름을 다 부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평생이 필요하다.
나는 시원이자 결말, 미지이자 지, 거의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노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박물관에선 화자들과 관람객의 직접적인 접촉을 금했다. 그저 관에서 정해준 매뉴얼대로 ‘오늘 날씨가 참 좋군요!’ ‘오늘 날씨가 꽤 좋네요!’ 라고 십 년 내내 얘기해온 어느 화자가 한날 날카로운 물체로 관람객의 목덜미를 그은 적이 있어서다.
누군가는 자기네 나라말로 무심코 ‘천도복숭아’라고 말하며 울고, 어떤 이는 ‘종려나무’라고 한 뒤 가슴이 미어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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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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さかもとりゅういち, 坂本龍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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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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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있었던 어렸을 때는 유별나게 어른들과 특히 선생님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게 뭐 그렇게 나쁜 일인가. 놀이시간에 선생님을 도와 청소를 하고, 심부름을 하고 나는 사랑을 받을 만한 행동들을 했다. 그 어렸을 시절에는 여자친구에 대한 갈증이 없었는지 늘 주위에 남자친구들이 많았다. 어떤 아줌마가 우리 엄마에게 정은이는 너무 영악하다고 욕을 해서 엄마가 싸울 뻔 했다구. 싸우지 그랬어 엄마 내 딸이 영악한 게 아니라 네 딸이 멍청한거라구.
산타클로스가 아빠 엄마라는 걸 언제 알았더라. 나는 몇 년은 알고도 모른 척 했던 것 같다. 처음 비밀을 알았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나의 아동기가 종지부를 찍게 되면 나의 비밀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는 사라질 것 같아서 애써 모른 척 했다. 그리고 모른 척을 할 수 없게 된 크리스마스에 나는 엄마와 둘이 몰래 동생의 산타클로스 선물을 사러 마트에 갔다. 나의 비밀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끝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도 충분히 좋았다. 엄마는 그 크리스마스에도 내 키만한 곰인형을 선물해줬다.
나같은 딸에게 찰떡인 우리 엄마. 어쩌면 나는 엄마의 일부니까. 나의 세포로 만들어낸 생명이 자라 밥도 먹고 옷도 입고 술도 마시고 사랑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절대자가 탄생시킨 절대자, 산타클로스가 되는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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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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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Girls Go to Heaven Bad Girls Go Everywhere
0605 2251
0606 1239
0606 0158
0607 1230
블루에 빠져있을 여유가 없었다. 급한대로 우울을 달래려 이자카야에서 생맥주와 함께 연어 대신 명란이 올라간 오차즈케를 먹었다. 따뜻하고 짭쪼름한 오차즈케와 부드럽고 시원한 생맥주 그리고 달달한 오코노미야끼. 이정도면 진정이 될 줄 알았다. 두 볼이 벌겋게 달아올랐을 때 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뜬 숨은 그 밤을 예고했던가요. 결국 진정이 되지 않아 작은 바에 가서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예거밤을 마셨다. 차가운 유리잔에 맺히는 물기가 찝찝했다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통화와 순간 순간의 정적. 그래서였나. 나는 실없는 말을 뱉고 가벼운 농담을 던졌듯이 그렇게 쉽게 담배나 펴볼까 했다. 그토록 거부했던 순간들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네. 괜찮아 어차피 내가 의미를 달아오던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졌잖아 괜찮아.
초록색의 보헴 시가 쿠바나. 얇고도 짙고 상쾌하고도 탁하고 매캐하고도 시원하고 침울하고도 짜릿하고 저릿하고도 생생하고 깊고도 얕고 의미 없음에도 그 와중에 또 의미를 달고. 술김이 아니었다 절대. 나는 취하지 않아서 담배를 폈다. 하지만 담배도 답이 아니라는 건 담배를 피웠기에 알 수 있었잖아. 너무나도 가벼워. 나는 꽁무니만 남은 담배꽁초를 조심스럽게 털어서 보라색 가디건 주머니에 넣고 그 날 새벽에 운동장을 열바퀴는 돌았다. 손이 저릿하고 숨이 차는 건 술기운이 올라와서였나.
순간은 생각지도 못한 때에 찾아온다. 예대 뒤에서 오도바이 타는 법을 배우고 (넘어지고) 오빠의 뒤에 앉아 검고 시원한 길을 짧게나마 달렸다. 행복했어 오도바이를 타고 나서 위에 올라와 앉아 있는데 팔도 몸도 머리도 붕 붕 떠있는 기분, 오빠는 그걸 기분 좋은 고양감이라고 그랬다. 고양감이라니 얼마나 귀여운가. 다행히도 다시 마음이 비워지고 반면에 빈 마음은 또 헛헛하고 공허함은 또 누군가를 무언가를 찾아대고 그것은 또 영감이 되어 나는 아보카도 그녀를 떠올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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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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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welcome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이런 시간에 생목이 오를 때면 그가 올까 섬뜩해진다. 비가 오면 아픈곳이 시큰거리듯이 몸과 뇌가 그를 기억한다. 나는 그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어쩌면 한 번씩 고개를 빼꼼 내밀어 요새 안 온지 꽤 되었네 하고 기다린 셈인지도 모른다. 뒤돌아볼 때마다 분명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내 앞에 서있잖아 내가 바란듯이. 우울할 틈이 없으려고 미친듯이 일만 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는 반대로 미친듯이 바빠서 우울할 틈이 없었다. 나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고 싶다고 했지, 이렇게 우울해져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는 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이어서 갑작스럽다. 어쩌면 나는 어제 예고편을 봤다. 내 촬영이 끝난 후로 여섯번 정도 코피를 심하게 흘렸다. 흘렸다기보다 쏟아냈다. 오죽하면, 나는 생리 양이 적으니까, 생리할 때보다 더 쏟은 것 같다고 말했다. 꿀렁 꿀렁 손에 가득 차는 피를 보면서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렇게 헛헛하려고 그랬나. 병원을 가봐야할 것 같아서 정말 가려고 했는데 이것 저것 하다보니 결국 가지 못했다. 개운하지 않은 저녁 식사와 그보다 더 찝찝한 술자리. 얼결에 술을 마시고서는 바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학교에 들러 방황하다가 오랜만에 비를 맞으며 걸었다. 오분 십분 잠깐만 걸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가슴이 조여와서 계속 걸었다. 어쩌다 분수대를 빙빙 돌았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예고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망스럽다 버티지 못하는 내 몸도, 감당도 못 하면서 잔뜩 요동치는 감정도, 너도, 생각만 하면 눈물나는 가족들도, 잔뜩 신이난 그들도, 어떻게 그렇게 마냥 행복한 것 같은 사람들도 다. 과거의 나도 그렇게 행복만 했었는데 삶은 공평해서 그 때는 우울할 줄을 몰랐으니 이제 몰아주시는 건가요? 그 애의 억울하다는 단어가 그렇게 듣기 싫어서 정색을 몇 번 했었는데. 결국 내가 되니까 슬퍼지기만 한다. 그럼 내 탓이라는거네 내가 문제라는거네 다 내 탓이야 잘못의 원인이 나야. 자신을 사랑해주라면서요 결국 삶은 다 모순이야.
요새 싫어하는 게 생겼다. 근거 없는 긍정. 무한 긍정.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내가 거북하다고 느껴지는 그 거. 그만하세요 나에게는. 전부터 느꼈지만 그럼 행복해지려니 했다. 위로도 안 되는 위로보다, 더 위로되는 건, 같은 상처를 가진 인간이라던가. 나를 내버려 두세요 나는 얕은 숨을 깊게 쉬어야 해서 시간이 걸리니까, 그렇게 시간이 걸려서라도 알아서 숨을 고르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당신들의 옆으로 돌아갈거니까. 아까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나누고 싶지 않아서 무작정 도망쳤다. 아무 연락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어리고 이기적인 것 같아서 쓰던 것을 마저 쓰면, 감정을 추스르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조금 늦은 연락을 하고 방을 나서야지.
아까는 수업을 듣고나서 모든게 의미 없다고 말했다. 나는 결국 아직도 나를 정의내리지 못했다. 내가 나라고 하는 모든 것은 어쩌면 모든 것의 모방이다. 나는 게으르고 푸르딩딩해서 그 어떤 것에도 진하게 파고들지 못했고, 결국 내가 제일 잘 하는 것 같은 것은 없고, 제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내가 좋다고 한 그 수없이 많은 것들은 무슨 의미가 될까. 나는 교수님께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며 평생을 살면 행복할지 모르니,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일본의 대학원에 가고 싶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건 이기적인 것 같아 고민이 된다고 말을 했지만, 사실 나는 무엇을 잘하고자 열과 성을 다 했던 순간도, 행복하기 위해 진하게 고민했던 적도, 진심으로 가족들을 위한 적도 없었는지 모른다. 매 순간 바보같은 나를 믿으며 살았는지도 모르지. 그 길을 걷고 걷다가 벼랑 끝을 마주하게 되면 나는 그대로 뛰어내려 버릴텐데.
끄적이다 보니 다다르는 생각은, 나는 믿고 의지하고 또 모든 걸 내어줄 것이 필요해서 이렇게 헤매는 것 같다. 먹잇감을 찾아 헤매듯이, 발정난 개처럼,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차라리 탁해졌으면 좋겠다 허할 틈도 없게 뿌옇게 그렇게 탁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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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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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팔년 일월 시팔일
아니 정확하는 십구일 새벽 두 시에 아빠는 요 며칠 아니 근 몇주 그랬듯이 조용하고 또 무겁게 집에 들어왔다. 아빠는 그런 날이면 엄마의 무심한 인사에는 대답을 생략하긴해도 나와 예은의 작은 인사에는 무심하게라도 꼭 대답을 했다. 응.
아빠가 집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말은 ‘나 똥 밟았어’. 말의 투가 격양되어있는 것도 같아서 오랜만에 아빠의 기분이 좋은가 싶어 내심 방 안에서 귀를 한껏 열고 앉아 있었다. 물리적으로 정말 똥을 밟은거라면 아빠의 얘기를 듣다가 호탕하게 웃어재끼고 혹시라도 흔적이 남았을 아빠의 운동화를 구경하러 나갈 참이었다. 두근거릴 새도 없이 아빠는 오늘 새로 들어간 가게에서 십 원도 팔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게의 자리가 최악이라는 뜻이었고 사백만원짜리 똥을 밟은 셈이었다. 정말 십 원도 팔지 못했다는 아빠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아니 무딘 칼 같았다 아무 힘을 못 쓰는 칼 같았다.
아빠는 사정이 좋지 않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나처럼 있는 힘껏 티를 내긴해도 입 밖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아빠가 말을 했다. 예상하지도 못한 고백에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엄마는 오늘 황사가 심해서 사람들이 밖에 안 나갔을거라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황사가 심했던 오늘 엉덩이가 따끈한 은색 비엠더블유를 타고 이마트에 가서 몇 만원 어치의 장을 보고, 고양까지 달려 이케아에서 다섯접시의 식사를 하고, 백만원짜리 구성을 별로라는 듯이 구경하고, 동네에 와서 외식을 한 뒤에, 스타벅스에서 두 잔의 커피를 결제했다. 아빠는 하필 십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나를 무너트리나. 아빠는 황사가 심했던 오늘 그 심난한 와중에 은행에 가서 나의 기숙사비 백삼십만원을 입금하고 카톡을 남겼다.
아빠는 그 뒤로 허리가 아픈지 탄성이나 한숨을 뱉었지만 이외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가 오기 전부터 영수증을 펼쳐놓고 가계부를 쓰고 있었다. 예은은 어떡해- 했지만 그 뒤로는 아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 나는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 울렁거리는 기분을 눈물로 토해내는 대신에 마스크팩을 떼어내고 눈과 볼을 마구 두들겨댔다. 위로에 서툴렀다 모두가.
귤 두 개에 맥주 한 캔을 딴 아빠에게 차마 안주가 부족하지 않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문 뒤에 서서 그 말을 어떻게 할지 몇 번이고 되뇌었지만 결국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문득 오늘 고모에게 받은 봉투에 십만원이 들어있던 것이 떠올랐다. 이 순간은 아빠에게 외로운 밤이 되겠지만, 내일 아침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아빠의 가방에 편지와 함께 봉투를 넣어놓을까 싶다.
나는 덕분에 정말 넉넉하고 따뜻한 겨울을 지내고 있다고. 나는 아빠덕분에 너무 호화롭게 살고 있으니, 그러니 부디 아빠 이 돈으로 따뜻하고 맛있는 밥이라도 사먹고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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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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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
교수님 한학기동안 감사했습니다
시사 끝나고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려서 죄송해요. 여러모로 교수님께 죄송함만 가득 남은 학기였습니다.
기술시사 때 절대 교수님께 삐지거나 한 거 아니에요. 그냥 요즘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병에 걸려서 매일 매일 울어요. 제가 벌려놓은 삶이 감당이 안 돼서 힘든가봐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자꾸 떠올라요. 내가 더 열심히 해야해 더 잘 해야해 수남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을 따라잡을 수 없었듯이 제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재능있는 사람들은 따라잡을 수 없거든요. 혹은 즐기는 사람들이려나요. 저는 열심히 해야한다는 강박에만 시달려 결국 잘하지도, 즐기지도 못했어요.
이번 학기에 제일 열심히 하고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다큐도 제 자신하나 만족시키지 못하네요. 교수님이 기술시사 때 해주신 말씀들은 다 제가 찔려하던 부분이라 그래서 들으면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땐 말씀 못드렸지만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말씀해주신거 감사해요. 교수님 말씀을 곱씹으면서 용기내서 다시 편집했는데 그것도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걸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근데 시사에서 튼 영상은 사실 완성본이 아니에요. 외장하드에 문제가 있어서 급하게 틀다가 사운드도 만지지 않고 화질도 대충 뽑아본 가출력 영상을 틀어버렸어요. 영상 하나 제대로 못 틀다니 너무 바보같아서 속상했는데 결국 모든게 제 책임이니, 이런 것도 내 실력이구나 싶어서 자괴감도 들고. 아홉명 중에 가장 별로인 다큐라고 느껴져서 저 정말 괴로워요. 좋은 다큐를 보는게 괴로웠어요. 내년에 픽션은 어떻게 찍나 벌써 두려워요. 이런 약한 멘탈로 연출이 되는 것도 무책임한 것 같구요.
저는 인정욕구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에요. 제 전사를 쓰다가 더욱 확신했어요 인정받기 위해 살아온 삶이에요. 그래서 요즘 방향을 잃었어요. 저조차 제 작품을 아껴주지 못하니 그래서 제 작품은 버려지는 걸까요. 다른 의미로도 인정할 수 없어요. 제가 한 만큼이라면 결과가 이렇게 초라할 수는 없어요. 열심히 한 결과가 이런거라면 그 과정은 저에게 하나도 의미가 없어요. 이럴 수는 없어요 교수님. 너무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요.
어제는 한 아이돌이 자살을 했대요.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어쩌면 나를 벼랑 끝에 세우는 건 결국 나인건가요. 그것조차 책임이라면 끝까지 너무 무겁네요. 우울한 얘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교수님이라면 제 마음을 알아주실까해서 누구 한 명은 알아줬으면해서요. 원래도 존경했지만 이번 워크숍을 들으면서 더 존경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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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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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 for you
네가 우는 방식 네가 웃는 방식 내겐 얼마나 큰 의미인걸까 하고픈말 놓쳐버린말 고백할테지만 그냥 들어요 너를 위해 노래해 너를 위해 노래해 그냥 한 번 듣고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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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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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이해관계
한달만에 본가에 왔다. 올 수 없는 상황임에도 또 와야하는 상황이라 노트북을 챙겨들고서라도.
올라와서는 괜히 아쉬워서 혹은 애매해서 월요일 새벽차를 타고 내려갈 때가 많다. 오늘도 그렇다.
새벽 다섯시부터 눈이 많이 내렸다.
아빠는 역까지 데려다준다고 차를 따뜻하게 데워놓으러 삼십분도 전에 나갔다. 눈길에 운전하는 걸 무서워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걱정되는 나를 위해서.
엄마는 계속 창밖을 살피고 버스시간표를 봤다. 눈길에 운전할 아빠가 걱정되어 차라리 버스를 타고 가라고. 결국은 추운 새벽에 잠옷차림으로 나와 아빠를 배웅했다.
나는 혼자 버스를 타고 가고 싶었다. 아빠 엄마를 깜깜한 새벽부터 일어나게 하는 것도 미안한데 날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 위험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아빠와 몇 번이고 천천히 조심해서 돌아갈 것을 약속받고 안전벨트도 확인했다. 엄마는 아빠가 조심히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고 잘테니 걱정말고 가라고.
의정부에 와서는 한번도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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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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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내 장점은 사랑이 많은 것 / 감성적인 것 / 욕심이 많은 것 / 완벽주의인 것
반면에 내 단점은 결정을 잘 못하는 것 / 감정적인 것 / 욕심부린 것들을 감당하기 버거워한다는 것 / 똥고집
굉장히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나는 플롯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아주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주인공으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 재미없을 것 같아서.
주인공 옆의 조연쯤으로는 매력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슬퍼져서 오랜만에 글을 쓴다 나는 내 이야기에서조차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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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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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말고 잠과 재력을 주세요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잔뜩 부어버린 엄마손가락을 쥐어 잡고 병원에 갔다 / 독은 손가락에 찼는데 주사는 엉덩이에 맞았다 / 어제는 오래되어 보기 싫은 네일을 억지로 뜯어버렸다 / 오늘은 앞자락에 뭐가 묻은 옷을 그냥 입고 나왔다
지난주에는 로션만 바른 얼굴로 트라이포드를 메고 이태원에 갔다 /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입술을 앙 다물고 다녔다 /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침대에 누웠더니 그제야 몸살이 들어 새벽 내내 몸을 덜덜 떨었다 / 오늘도 그 여파로 키보드를 치는 손끝이 저릿한데도 밖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나를 아껴주지 못하는 날들은 슬프기 짝이 없다 / 어쩌면 고통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눈이 뻑뻑 해지고 머리가 띵하게 울리는 푸른 새벽에도 / 손끝이 붉어질 때까지 손톱을 바짝 깎는 붉은 새벽에도 / 추운 겨울에 부러 맨다리를 내미는 허연 새벽에도 / 썩어가는 상처를 계속 괴롭혀 살을 죽이는 거먼 새벽에도
변태 같은 나를 위한, 바보 같은 나를 위한
몽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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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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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WHATI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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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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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리는 것들
모두 북쪽을 보며 먹고 있는데 왜 혼자 남쪽을 보며 앉아가지고 나와 몇 십분째 눈을 마주치며 밥을 먹는건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띵띵 부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게 부담스러워 궁중 떡볶이는 진짜 맛있는데 체하겠다
감성적인 글과 말투가 유행인건지 글을 쓰는 모두가 같은 문체인 것이 나를 괴롭게한다 심장이 오므라들어서 도저히 못보겠어 물론 나 또한 그렇다는게 더 괴롭고
그 외에는 거슬리는 것이 없다 진짜 해탈이라도 한건지 내 바쁨을 챙기기도 모자란 시간에 누군가를 무언가를 신경쓸 겨를이 없다 제발 다 끝났으면 좋겠다 매일을 버티고 산다는 기분만으로도 나는 지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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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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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을 짓는 것은 참 어렵다
그 모든 말의 축약. 그렇다고 스포일러가 되는 것은 재미없다. 수인, Reveur 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한지 두 달이 넘었다. 풋티지는 이틀치 뿐이고 더욱 충격인 것은 아직도 기획안의 잉크는 마르지 않는다는 것. 제목이 바뀌었다. Draw-ing. 그려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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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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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니와 티라미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을 말하라면 그 중 하나는 단연 티라미수이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술을 말하라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버니니
처량맞게 혼자 술을 마시게 된 과정은 생략할게 수중에 오프너가 있다는건 정말 근사해 나는 근사함을 즐기는 중이야 절대 울고싶은게 아니다 초라하다고 자랑하는게 아니야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기억에 남을 순간이야
여긴 무지 깜깜해 어쩌다 이 큰 방에 불이 전부 꺼진거야 순간 오싹했지만 그걸로 그만이었어 나는 어지럽고 이 분위기가 참 좋아 노트북 화면은 눈부시고 창으로 달빛이 조금 새어 들어오니까 절대 가로등 불빛이 아니야 저건 달빛이야
내가 달빛이라면 달빛이야 너무 깜깜해서 턱에 버니니가 흐르지만 그건 내가 바보같기 때문이야 아까는 티라미수를 한입씩 퍼먹을 때마다 이걸 다 먹으면 그 때는 무엇으로 나를 달래지 했는데 괜찮아 지금 배불르고 취했어 다행이야
정말 깜깜해서 내가 이대로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다 어제 본 영화는 너무 자극적이라 아직도 얼얼한가봐 아 지금 무엇이 하고 싶은지 알았어 바로 클럽에 가는거야 혼자 술을 잔뜩 마시구 너를 만나면 재밌겠다
과제를 하려고 앉았던건데 이미 글렀다는걸 나는 알지 영화를 봐야겠다 아주 아주 가벼운 영화를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푹 자야겠다 제발 아무것도 아닌 영화였으면 좋겠다 아무 생각도 이어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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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urmon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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