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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1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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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 삼체 3부작 리뷰
드라마 삼체 공개 전, SF 소설 삼체 3부작을 다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과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부 『삼체 문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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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혁명
공격 목표: 과학
VR 게임 삼체
2부 『암흑의 숲』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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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뤄지만 파벽자가없을까?
뤄지, 강백호, 쿵푸허슬
휴머니즘에 대한 회의
3부 『사신의 영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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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 피카레스크
인간이란 무엇인가?
독재 vs 자유
사신의 영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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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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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無敵)의 여름
스타트업의 겨울
오늘, 내가 엔젤 투자했던 스타트업 한 곳이 폐업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시점인 2020년 3월에 시드 라운드 투자했던 곳이니, 거의 3년 정도의 기간을 함께했던 곳이다. 고마움과 미안함을 꾹꾹 눌러 담은 장문의 이메일을 다 읽고 나니, 지난주에 만났던 대표의 얼굴이 떠오른다. 두 달 만에 만난 대표는 너무 눈에 띄게 초췌해져 있었다. 물어보니 올해 들어서만 7kg 정도가 빠졌단다. 먹는 건 문제 없이 잘 먹는데,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잠을 못 자니까 살이 쭉쭉 빠지네요’ 하면서 웃는데, 차마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지난 달 말에 만났던 또 다른 스타트업은 작년부터 준비하던 투자 건을 결국 다운 라운드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운 라운드(Down Round)는 과거 투자 받을 때의 기업 가치보다 더 낮은 가치로 투자받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의 숫자가 나쁜 축은커녕 상당히 좋은 축에 속한다는 점이다. 지난번 투자 받을 때 비해서 서비스의 모든 수치가 더 좋아졌지만, 회사 가치는 더 떨어졌다. 대표는 억울해했다. 잘못된 의사결정, 시장에서의 실패가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일어난 일이니까. 불과 1년 사이에, 스타트업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팬데믹 기간이 스타트업이 투자받기 참 좋은 시절이었다. 시장에 돈이 원체 많이 풀려서, 스타트업들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기업가치로 많은 투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총알이 생긴 스타트업들이 기존 사업의 확장과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좋은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하였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돈이 제일 싸고, 사람이 제일 비싸다’는 농담이 주변에서 유행했었다. 투자는 쉽게 받지만 좋은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려운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농담을 하는 사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올라간 인건비는 다시 내려올 줄 모르지만, 돈은 빠르게 다시 비싸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람은 여전히 비싸고, 돈도 비싼 상황이다. 창업하기 좋고 투자받기 쉬운 시절은 끝났다. 스타트업은 다시금 배고프고 힘든 일이 되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거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더 위험한 일이 되었다.
천체 망원경과 전자 현미경
누군가가 해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스타트업은 한 눈은 천체 망원경을 보고, 나머지 눈으로 전자 현미경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천체 망원경을 들여다보면서 저 멀리 있는 별 빛을 바라보며 꿈을 꾸면서, 동시에 전자 현미경으로 자신의 서비스 구석구석에 사용자들이 남긴 미세한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자신의 서비스가 바꾸게 될 미래의 모습, 세상에 미칠 영향력, 그 멀리 있는 별빛을 계속해서 바라봐야 한다. 당장은 조금 멀어 보이고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회사의 비전과 계획은 계속 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하는 불굴의 의지와 강력한 경쟁자와 붙어도 이겨내는 전투력도 여기에서 나온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 가혹한 인재 유치 경쟁에서 덩치 크고 투자금 빵빵한 큰 회사들을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더 농밀하고 찐한 ‘일을 하는 의미’를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전자 현미경으로 자신의 서비스 구석구석에 유저들이 남긴 미세한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제품의 가짓수, 매장의 크기, 가격 경쟁력 등 눈에 바로 보이는 부분에서 큰 회사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돈이 비싼 시기라면 승률은 더 낮아진다. 그렇기에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아주 미세한 차이,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만족, 사용자가 느끼는 미묘한 경험의 차이를 제공해야 한다. 힘든 시기일수록, 유저가 사랑하는 서비스만이 살아남는다. 사랑받는 서비스는 결국 디테일에서 온다.
무적(無敵)의 여름
현실 속의 날씨는 풀리고 있지만, 다양한 경제 지표는 우리에게 스타트업의 주변 상황이 당분간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을 알려주고 있다. 스타트업 씬에 돈과 인재와 기회를 부어줬던 잔치가 끝났다. ‘우리는 다시 홍대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했던 더콰이엇의 말처럼, 스타트업들은 화려한 조명을 등지고 다시 배고픈 언더그라운드 무대로 내려왔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내 안에 무적(無敵)의 여름이 있다는 사실을 - 알베르 까뮈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난세는 영웅을 낳는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위대한 회사들도 닷컴 버블 붕괴 이후의 혹한기를 견디고 살아남아서 그 자리에 올랐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창업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마자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Airbnb는 또 어떠한가? 여전히 브라이언 체스키의 지휘 아래 생존을 위해서 지금도 끊임없이 발버둥 치며 변화 중이다. 다시 ‘진짜’들만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마음속에 그 누구도 대적할 자 없는 펄펄 끓는 뜨거운 여름을 품은 진짜배기들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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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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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생태계의 새로운 고민들
유통기한이 다 된 고민들
‘e스포츠는 게임인가? 스포츠인가?’라는 오래된 떡밥이 있다. 얼마나 오래되었냐면, 1997년 열린 퀘이크 대회 Red Annihilation에서 ‘최초의 공식 프로게이머' 데니스 퐁이 우승 상품으로 존 카맥의 페라리 328 GTS를 받았을 때부터 제기된 질문이니까, 햇수로 26년째이다. 26년째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이에 대한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양자택일 질문은 - '펠로톤은 피트니스 서비스인가? 구독 서비스인가?’처럼 - 무슨 답을 해도 오답이다. e스포츠는 게임 산업의 특성이 있으며 동시에 스포츠 산업의 특성도 가지고 있으므로, 둘 중 하나라고 답하면 선택하지 않는 산업의 속성으로 인해 그 답은 틀린 답이 된다. 그러면 ‘게임이기도 하고 스포츠이기도 하다’라고 대답하면 어떨까? 이 또한 오답이다. 왜냐하면 기존 게임과 스포츠에 적용되던 성공 방정식이나 법칙 등이 일부 적용되긴 하지만, 그것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e스포츠만의 또 다른 특성도 있기 때문이다. 쉰 떡밥은 버리자. e스포츠는 게임과 스포츠라는 두 개의 꼭짓점을 잇는 직선상에 있는 중간값이 아니라, 새로운 축 위에 생겨난 세 번째 꼭짓점이다.
e스포츠 산업은 당분간 계속 성장할 것이 분명한 분야다. 지금의 10대에게 e스포츠는 ‘상수’다. 그들은 e스포츠가 없는 세상을 기억하지 못한다. ‘라떼는 말이야, 운동장에서 실내화 가방 들고 흙먼지 먹으면서 땀을 흘려야 스포츠였다구’라고 함부로 가르치려고 했다가는, 지금 10대들은 마음씨 착하게도 당신의 치아 건강을, 정확하게는 인조 치아의 강도가 단단해서 부딪칠 때 제대로 소리가 나는지 진지하게 염려해줄 것이다. 한때, e스포츠를 '너드 컬쳐' 혹은 ‘니치 마켓'이라고 판단하고, 산업의 성장 최대치를 낮게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들 중에 과연 몇 명이 e스포츠가 ‘대중문화'가 아니라고, ‘매스 마켓’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을까? 3~4년 전쯤에 아는 동생이 골드만 삭스에서 2018년에 발행한 e스포츠 전망 리포트를 공유해줘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랫동안 게임을 즐겨왔고 e스포츠의 팬이었던 나조차도, 해당 보고서의 수치를 보고 그치에게 “야 ㅋㅋ 전망치 이거 너무 후한 거 아냐? e스포츠 핫하다고 골드만 삭스가 너무 힘준 거 같은데?”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도 틀렸고, 골드만 삭스도 틀렸다. e스포츠 산업은 그 ‘후한 전망치’ 보다 더 성장했다.
e스포츠는 이제, 잎새에 부는 바람 같은 정체성 고민에 괴로워할 짬밥이 아니다. 제도권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그 속으로 들어가려고 아등바등 노력했던 미운 오리 새끼 같던 e스포츠는, 이제는 제도권이 삼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몸집이 커졌다. 특히 코로나 팬대믹 기간 동안 움츠러든 전통 스포츠 산업의 빈자리를 잠식하며 꾸준하게 성장해온 결과, 이제는 기존의 스포츠 산업의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한 종목도 생겨났다.
e스포츠를 괴롭혔던 정체성과 규모라는 두 가지 오래된 고민의 유통기한은 끝났다. 하지만 그 어떤 산업도 IT 물리학 제 1법칙, ‘고민 총량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래된 고민이 사라지자, 다양한 새로운 고민이 귀신같이 두두등장해서 e스포츠 생태계의 플레이어들을 괴롭히고 있다.
등장 인물 소개
Tumblr media
출처: 나
Publisher 자사 게임의 흥행 및 수명 연장을 위해 e스포츠를 활용한다. Valve, Riot Games, 넥슨, CAPCOM 등 게임 개발사 혹은 배급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게임’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주체이다. 전통 스포츠 산업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운, e스포츠 산업에만 있는 특수한 존재.
Organizer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주관하는 주체. 각종 토너먼트 대회와 리그의 흥행이 이들의 손에 달려있다. 전통 스포츠로 치면 IOC, FIFA, NFL 정도. 하는 일이 많으며 또 잘해야 한다. 대회 룰을 세팅하고 Publisher와 스폰서를 잘 물어와야 하고, Media에 중계권을 잘 팔아야 한다. 상금을 확보하여 글로벌 스타 팀&플레이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어와야 한다. ESL, EVO, IEM, DreamHack 등이 유명하다. 전통 스포츠에 비해 e스포츠 판에서는 끝빨(!)이 좀 떨어지는 편이고, Publisher가 Orgnaizer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Teams e스포츠 구단. Team Solo Mid (TSM), Cloud9담배 아님, Team liquid, Faze Clan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구단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른 속도로 기업화되어 규모를 키웠고, 복수의 게임 팀을 동시에 운영하여 위험을 분산한다. 한 팀에서 LOL, Counter Strike, Fornite 프로팀을 함께 운영하는 식. 레알 마드리드가 축구팀과 농구팀을 함께 운영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Players e스포츠 선수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많으나, 특정 종목에는 30대 후반 선수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ex. 철권의 종아리무릎) e스포츠 초창기에는 개인 상금 헌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많은 수의 선수들이 팀에서 연봉을 받는다. 잘 나가면 스톡옵션도 받는다. 비주류 게임 쪽에서는 여전히 솔로로 활동하는 개인 상금 헌터들도 있다.
Media e스포츠 경기를 송출하는 미디어. 온라인에서는 Youtube와 Twitch가 양대 산맥이다. 참고로 Youtube는 구글 거고, Twitch는 아마존 거니까, 여기도 구글 Vs 아마존 구도. Fox Sports, Disney 채널과 같은 기성 방송국도 Z세대 시청자층 확보를 위해서 이 판에 들어와 있다. 코로나 팬대믹 이후 생태계 내에서 입김이 좀 세짐
Fans 모든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 이들 덕에 위의 모든 플레이어가 먹고살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 아이템도 사주고(for Publisher), 대회 온라인/오프라인 티켓 사주고(for Organizer), 팀 굿즈 사주고(for Teams), 트위치/유튜브에서 선수들에게 도네/슈퍼챗 쏴주고(for Player), 전 세계에서 방송을 시청해 준다.(for Media). 생태계에서 태양과도 같은 존재.
Brands & Advertisers e스포츠에 열광하는 Fan들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스폰서십을 제공하고 광고를 집행한다. 팬들이 태양이라면 여기는 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기에는 PC/Game 관련 업체, 에너지 드링크 등이 주였으나, 지금은 BMW, Nike 등 기라성 같은 전통 브랜드들도 젊은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들어와 있다. 전통 스포츠에서 Nike Vs Adidas 구도처럼, e스포츠에는 Intel Vs AMD 구도도 있다. Intel은 IEM의 메인 스폰서고 AMD는 DreamHack의 메인 스폰서이다.
양날의 검
게임과 e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와의 관계와 비슷하다. 우리 연아퀸이 007 테마송에 맞춰 총을 쏜 다음 날, 한국에 얼마나 많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피겨스케이트를 샀을까? 예전에 정원이 윔블던에서 4강에 올랐을 때, 테니스 동호회의 참가자가 확 늘었던 건 어떤가. 어떤 이벤트가 발생해 엘리트 스포츠가 주목을 받으면, 이 종목의 관련 상품의 판매량이 상승하고 해당 스포츠에 입문하는 뉴비들이 늘어나고 ‘나도 오랜만에 다시 해볼까’하는 복귀자도 생긴다. 이렇게 생활 스포츠 저변이 확대되고 사람들이 많이 즐기고 관심을 가지 되면, 자연스럽게 미디어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더 많은 스폰서의 참여로 이어진다. 많은 스포츠 영웅들의 시작이 항상 어린 시절의 우연한 경험에서 출발한 것처럼, 늘어난 인프라는 다음 세대 스포츠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이렇게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선순환하며 같이 성장하는 모습은 게임과 e스포츠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어떤 게임의 대회가 열려서 프로게이머들의 멋진 승부가 벌어지면, 그 이후 해당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가 늘어난다. 신규 유저와 복귀하는 이탈 유저가 늘어난 것이다. 또 프로게이머가 멋지게 플레이했던 캐릭터나 관련 인게임 아이템 판매량도 늘어난다. e스포츠의 흥행이 게임의 신규 고객 유치 비용(CAC)의 하락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의 유저당 평균 결재액(ARPU)을 늘리고 이탈률(Churn Rate)을 떨어뜨려 고객 생애 가치(LTV)를 올리는 것이 많은 케이스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벤트로 게임이 다시 흥하고 접속자 수와 매출이 유지되면, 그다음 대회가 또 열릴 가능성이 늘어난다. 오래된 게임인 카트라이더의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어 흥하자 e스포츠가 다시 살아난 케이스를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추가로 게임이 흥해서 유저층이 두꺼워야 좋은 선수 풀과 상금 규모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게임과 e스포츠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서로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케이스도 여럿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창 홍콩 시위 문제가 시끄러울 때, 하스스톤 마스터즈에 출전한 한 홍콩 프로게이머가 ‘광복 혁명 시대 혁명’을 인터뷰에서 언급했고 블리자드가 이를 강하게 징계한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중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의 유저들이 블리자드를 비난하며 대회 보이콧, 계정 삭제 등의 집단행동에 나섰던 케이스가 있다. 게임 잘되라고 연 이벤트가 게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케이스. 또 다른 케이스로 블리자드의 FPS 게임 오버워치가 있다. 오버워치 대회에서 맨날 똑같은 픽만 나와서 재미없다는 유저들의 피드백이 이어지자 블리자드는 캐릭터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특정 캐릭터를 로테이션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룰을 대회에 도입했다. 이는 고착된 대회 메타에 변화를 주고 대회의 흥행을 이끄는 멋진 수가 아니라 최악의 한 수가 되어버렸다. 인기 있는 캐릭터나 효율이 좋은 캐릭터가 밴 되는 주에는 대회 시청자 수가 폭락했다. 물론 룰은 바꿀 수 있다. 크리켓 같은 전통 스포츠도 경기 시간을 포함해서 엄청나게 많은 룰을 현대적으로 바꾸었고, 이는 영연방 국가들 사이에서 크리켓이 다시 크게 부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버워치의 경우에는 룰 변경이 해가 되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캐릭터 수가 150개가 넘어가면 모를까, 30명 조금 넘는 캐릭터가 있는 오버워치에서 선택하기에는 게임의 특성을 무시한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블리자드는 이 캐릭터 로테이션 밴 시스템을 대회뿐만이 아니라 라이브 서버까지 함께 적용했다. 오버워치 랭킹 게임이 더 노잼이 되었다는 유저들의 평가가 이어졌고 오버워치를 접는 유저들이 속출했다. 대회를 위해 취한 액션이 게임 수명을 늘리는 게 아니라 깎아 먹은 케이스.
e스포츠는 ‘잘하면’ 분명 게임에 도움이 된다.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평소에 협업하기 어려웠던 브랜드와의 콜라보, 노출하기 어려웠던 매체에서 언급, 처음 달성해보는 높은 라이브 시청자 수 등 e스포츠는 새로운 부가가치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된 운영과 판단으로 충성 고객층을 놓치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좋든 나쁘든 e스포츠가 게임과 Publisher에 미치는 파급력은 강해졌다. 이제 Publisher는 e스포츠를 특정 부서의 이슈로 다룰 것이 아니라 전사적인 이슈로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종목의 편중
한동안 글로벌 e스포츠계의 3 대장;은 도타2(DOTA2), 리그 오브 레전드(LOL), 그리고 카운터 스트라이크(CS:GO)였다. 쌓인 관록과 명성, 상금 규모 그리고 영향력 측면에서 가히 e스포츠계의 소림파, 무당파, 화산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이 3 대장 체제에 도전장을 내민 게임이 있었다. 이것을 제외하고 미국 10대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수준의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포트나이트다. 후발 주자답게, 개발사 에픽 게임즈는 대차게 첫해 대회 상금으로 판돈 1,000억을 태우고, 계속해서 판 돈을 올리고 있다. 포나 서버에 드글드글한 미국 초딩, 유럽 초딩, 아시아 초딩들의 수와 위에서 언급한 3대장 게임을 바짝 추격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포트나이트는 e스포츠 계의 ‘개방’이 적절할 듯하다. 그리고 발로란트, PUBG, 콜 오브 듀티, NBA 2K, 스트리트 파이터,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로켓 리그 등의 게임도 있다. 시청자 수와 상금 규모에서 위의 4 대장에 살짝; 꿀리지만 그래도 명문 정파에 속하므로 아미파, 공동파, 전진교 등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특정 지역 한정해서는 거대 문파에 전혀 꿀리지 않고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사천당문, 하북팽가, 모용세가 같은 게임도 있다. 러시아와 동유럽의 월드 오브 탱크, 한국의 카트라이더, 중국의 Arena of Valor, 크로스파이어 등이다.
현재 e스포츠의 흥행을 이끄는 장르는 MOBA-다중사용자 온라인 전투 아레나, FPS-1인칭 슈팅 게임, 배틀로얄(Ex. PUBG, 포트나이트), 레이싱, 대전 격투 게임, 스포츠 게임,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한때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RTS게임이 메인이었지만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얼마 전 대콩절에 있었던 임진록처럼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얼마전 대콩절에 있었던 임진록처럼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어쨌든 게임들의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다 PVP(Player Versus Player)장르다. 프로게이머와 프로게이머 간의 전략과 피지컬로 겨루는 장르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이 상황에서 상당히 배가 아픈 친구들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 회사들과 유저 수나 매출 규모에서 크게 꿀리지 않지만, e스포츠만 오면 죽을 쑤는 장르, 바로 MMORPG다.
MMORPG의 e스포츠화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몇 년 동안 팀 대팀 PVP 컨텐츠인 투기장을 e스포츠화 하기 위해서 꽤 투자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격전의 아제로스에서는 ‘군도’라는 PVP 컨텐츠를 강제로 유저들에게 퍼먹였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도로 토해냈다. 최근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스마일 게이트의 MMORPG 로스트아크도 ‘로열 로더스’라는 PVP 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지만, 반응이 별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MMORPG 전체 유저 중에서 PVP를 즐기는 유저는 아주 극소수니 결과는 안 봐도 유튜브. 개인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로스트아크가 계속 안 팔리는 컨텐츠로 e스포츠를 시도하는 건, 그들이 PVP만 e스포츠에서 성공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 스포츠를 보자. 축구나 야구와 같은 팀 대 팀 구기 종목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긴 하다. 대전 격투 게임에 해당하는 복싱이나 UFC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끌지만, 전혀 다른 스포츠가 존재한다. 육상, 체조, 수영, 양궁, 피겨 스케이팅 등 기록 경쟁 스포츠가 바로 그것이다. 골프도 대표적인 기록 경쟁 스포츠다. 참가자들이 서로 직접 공격하거나 부딪치지 않지만, 18홀의 골프 코스라는 적(?)을 상대로 각자의 실력을 발휘하는 스포츠. 게임으로 치면 PVE(Player Versus Environment)라고 할 수 있다.
기록 경쟁 스포츠를 e스포츠에도 찾아볼 수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월드 퍼스트 킬(World First Kill) 레이스가 바로 그것이다. 새롭게 추가된 공격대 던전의 보스를 최고 난이도로 가장 빨리 공략하기 위해서 전 세계의 난다 긴다 하는 공격대들이 달라붙어서 경쟁하는 컨텐츠다. ‘아니 어찌 PVP가 아닌데 e스포츠란 말이오. PVE는 사마외도의 무공이 아니오!’라고 일갈하기에는 시청자 수가 너무 많다. 만년 2등만 하는 대상에게 ‘콩’이라는 접두사를 붙여 경의를 표하는 한국 e스포츠의 전통에 따라, ‘콩소드’라고 놀림 받았던 미국의 ‘Method’팀이 월드 퍼스트 킬을 달성하며 경쟁 관계였던 유럽의 ‘Limit’ 팀을 꺾었을 때 팀 방송 채널의 실시간 시청자 수는 실시간 12만 명이었다. 그다음 확장팩에서 Method가 울디르 보스 ‘그훈’을 WFK 했을 때, 구단주 Sco의 트위치 채널 실시간 시청자 수는 16만 명을 넘었다. 채널 하나가 그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2년 3월 22일 현재, 최근 블리자드의 추문 사태와 막장 운영으로 인해 게이머 민심이 많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시청자들이 트위치나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시청하고 있다. Echo(Method에서 갈라져 나온) 공격대와 Limit 공격대가 어둠 땅 확장팩의 최종 보스 ‘간수’의 월드 퍼스트 킬을 가지고 열띤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패스 오브 엑자일의 건틀릿(Gauntlet) 리그도 있다. 이 게임은 심지어 MMORPG도 아니고 핵앤슬래시 장르다. 그런데도 PVE 컨텐츠가 유저들의 큰 반응을 얻는다. 건틀릿 리그는 안 그래도 어려운 게임에 더 어려운 모드를 덕지덕지 붙이고 한 번 죽으면 바로 기회가 사라지는 하드코어인 상태로 누가 더 많은 보스 몬스터를 잡는지 경쟁하는 대회다. 죽으면 그걸로 끝인 원 코인 도전이니 성공했을 때의 감격은 더욱 짜릿하다. 이 시기에는 다른 게임의 프로게이머들도 상금 헌터가 되어 패스 오브 엑자일로 넘어온다. 실시간 순위가 공개되고 높은 순위에 있으면 시청자 수도 늘어나다 보니, 게임 스트리머들도 대거 도전한다. 건틀릿 리그는 ‘Zizaran’이라는 스트리머 개인이 주최하는 작은 대회로 시작하였는데, 매 시즌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의 인기를 끌었다. 점점 사람들이 반응이 뜨거워지자, 스폰서가 붙고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4월 2일에 개최되는 이번 건틀릿 리그는 메인 스폰서가 Shoptify에 이벤트 스폰서로 Redbull과 Hyundai가 참여했다. 잘못 본 거 아니다. 현대 자동차 맞다. 이 행사는 패스 오브 엑자일의 개발사 GGG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3~4달에 한 번씩 새로운 리그가 열리는데, 리그가 열리고 한 달이 지나면 오픈 빨이 떨어져서 유저 수와 시청자 수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하지만 ���그와 리그 사이에 이런 행사가 개최되면 다시 패스 오브 엑자일의 유저 수와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 수가 올라간다. 개발사 입장에서 그야말로 효자 컨텐츠. 아주 모범적인 Bottom-up 성공 케이스.
e스포츠의 종목의 다양화를 막는 것은 Publisher나 Organizer의 고정관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로스트아크 같은 경우도 사람들이 잘 하지도 않고 조회 수도 안 나오는 PVP 말고, 신규 군단장이 추가되는 시기에 이를 기록 경쟁 스포츠로 잘 기획해서 이벤트를 운영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e스포츠 시장에 도전하는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도 마찬가지다. 자사 게임의 특성을 파악해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라 할 수 있는 걸 잘 선택해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억지로 다른 게임 따라 해서 하지도 않는 PVP를 유저들에게 떠먹이지 말고, 패스 오브 엑자일의 케이스처럼 실시간 스트리밍 채널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를 잘 모니터링해서 ���능성 있어 보이는 컨텐츠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대회 운영 방식도 마찬가지다. 모든 스포츠를 다 프로 리그 형태로 운영할 수 없다. NBA, EPL, NFL 같은 ‘리그 스포츠’도 있지만, 세계 선수권 대회, 올림픽 같은 ‘대회 스포츠’, ‘타이틀 매치와 방어전’ 같은 격투 스포츠 방식 등 다양한 전통 스포츠의 운영 방식을 살펴보고 자사 게임과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모든 게임의 e스포츠가 다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수익화라는 숙제
전통 스포츠에서 프로 구단의 수익은 크게 4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1) 중계권료: Media가 방송 송출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 2) 매치 데이 수입: 입장 티켓 판매, 식음료, 주차비 등 오프라인 구장에서 경기 날에 얻는 수입 3) 스폰서십: 광고주 혹은 모기업의 지원금 4) 머천다이즈: 티셔츠, 기념품 등 구단&선수들의 굿즈 판매 수익
이 4가지 요소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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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IR 페이지
위는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간 회계 보고서 중 수익 부분을 발췌한 자료이다. 2021년 맨유의 전체 수익은 약 4.9억 파운드다. 그중 1) 중계권료(Broadcasting revenue)가 2.5억 파운드, 2) 매치 데이 수입(Matchday revenue)이 약 700만 파운드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위에 Commercial Revenue가 2억 3천만 파운드인데 이는 아래와 같이 3) 스폰서십 1억 4천만 파운드, 4) 머천다이즈 약 9,200만 파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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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맨유의 수익은 앞서 설명한 4가지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 참고로 2021년에는 코로나 팬대믹으로 매치 데이 수입이 전체 수익의 1.5%밖에 안 되는데, 이전 2017년~2019년을 보면 매치데이 수입이 대략 전체 수익의 15~20%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 다른 프로 스포츠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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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reen Bay Packers Annual Report
위 이미지는 NFL의 시민 구단 그린 베이 패커즈의 2019~2020 연간 보고서에서 발췌한 자료이다. NFL은 매우 특이하게도 방송 중계 등에 대한 계약이나 리그 스폰서십 체결을 리그 커미셔너 사무국에서 주도한다. 발생하는 수익 전액을 리그에서 관리한다. 그리고 이 수익을 32등분 해서 32개의 구단에 정확하게 똑같이 뿜빠이 해서 나누어 준다. 그 거대한 N빵분이 저기 위에 있는 National의 2.9억 달러 부분이다. 지구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가 가장 사회주의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보고 있나요? 마르크스? 그리고 그 밑에 나머지 Local 부분이 머천다이즈와 매치 데이 수입과 일부 로컬 스폰서십이 섞여서 약 2.1억 달러다. NFL의 구단 수익 역시, 위에서 설명한 것과 동일하게 1) 중계권, 2) 매치데이 수입, 3)스폰서쉽, 4)머천다이즈 이렇게 4가지 요소로 이루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프로 스포츠(ex. MLB, NBA)의 구단도 그 비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4가지 소스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럼 e스포츠 구단으로 넘어가 보자. 솔직하게 말해, 상황이 좋지 않다. 우선 1) 중계권료, 2) 매치 데이 수입 부분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e스포츠의 경우 우선 전통 스포츠보다 1) 중계권료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Organizer가 해당 대회/리그의 중계권을 Media에 최대한 비싸게 팔아서 구단들에 나누어줘야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이 부분은 다음 단락에서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고 넘어가겠다. 2) 매치데이 수입도 발생하기 어렵다. e스포츠의 경우 상시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구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단 소유가 아니다. 그런 남은 것 중 3) 머천다이즈를 살펴보자. 3) 머천다이즈의 경우에도 티셔츠나 주변 기기 등의 소규모 굿즈 판매 수익뿐이다. 진짜 돈이 되는 건 인 게임 아이템 판매인데, 이는 대부분 Publisher의 수익으로 들어간다. DOTA2같은 경우에는 대회 기간에 판매되는 시즌 패스 판매수익의 대부분을 대회 상금으로 돌려 이를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아쉽게도 이렇게 구단과 참가자들에게 후하게 보상을 나누어주는 Publisher는 흔하지 않다. 참고로 상금을 타도 그걸 선수한테 잘 나눠줘야지 구단이 다 빼먹는 건 그림이 너무 안 좋다. 팬들한테 욕먹기 십상. ‘대회 상금’은 구단의 주된 수입원이 될 수 없다.
그럼 남은 것은 결국 4) 스폰서십 하나이다. 현재 e스포츠 구단의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e스포츠 생태계가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구단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이 너무 작다. 최근 많은 e스포츠 구단이 MCN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폰서십을 제외하고는 비즈니스 모델이 거의 없다 보니,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선수들을 계속해서 스트리밍 시장으로 내보내서 도네이션 수익을 벌게 한다. 전문 스트리머나 은퇴한 선수들도 구단으로 영입한다. 속칭 스트리밍 공장 돌리기다.
이 와중에 새로운 수익화 모델을 시도하고 있는 구단들도 있다. 요새 핫한 NFT다. 미국 LA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e스포츠 구단 100 Thieves는 지난달 말에 스퀘어(Square)를 통해 2021 Championship Chain NFT를 발행하였고, 앞으로 계속해서 발행할 것을 예고했다. 그 외에도 작년 말에 크립토닷컴(crypto.com)이 프나틱(Fnatic)과 5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1,500만 달러 규모)했고 비슷한 시기에 코인베이스(Coinbase)가 팀 리퀴드(Team Liquid)와 4년짜리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앞으로 e스포츠 구단의 NFT 관련 프로젝트가 늘어날 것을 쉽게 예측 할 수 있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NFT를 둘러싼 업계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에 비해, 정작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과 e스포츠 팬들은 NFT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것이다. K-pop NFT에 대해 소속사와 투자자들만 열광하고, 정작 K-Pop 팬들은 싫어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NFT가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e스포츠 구단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몇 년 새 돈이 많이 풀리면서,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e스포츠 구단들의 몸값도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우리 밸류 높아요!’라며 큰소리치는 건, Wework가 대표로 시원하게 말아먹기 전까지만 통했다. ‘수익성을 증명하시오’라는 까다로운 숙제를 받은 e스포츠 구단들이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돈 안되는 시청자
디즈니 채널은 고질적인 문제, ‘애들이 크면 안 본다’를 해결하기 위해서 e스포츠 중계권을 사들였다. 한국의 e스포츠가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에서 출발했던 게 생각나는 행보이다. NFL 중계권으로 대박을 터트린 전력이 있는 FOX Sports 또한 적극적으로 e스포츠 중계권을 사들이고 있다. 이런 전통 미디어들의 e스포츠 중계권 구매는 당장의 수익화보다는 미래 투자의 개념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e스포츠 시청자들은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브랜드/광고주 입장에서도 e스포츠의 주된 시청자층인 10~20대 남성 시청자들은 매력도가 떨어지는 집단이다. 그렇다 보니 e스포츠 중계권 가격을 높게 쳐주기 어렵다. 중계권을 구매하려는 매체 입장에서도 많은 고민이 된다. 시청자의 구매력에 대한 평가에 따라 광고 수주율과 수주 단가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게임 사이에도 차이가 난다. 주로 북미 시청자들이 위주인 도타2나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앞선 2개의 게임에 비해 극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10~20대 남성 시청자 비율이 높다 보니 인당 구매력이나 광고주 대상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다. 그 때문에 상금 규모도 시청자 수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가 ��발로란트’라는 1인칭 슈팅 게임을 런칭하고 e스포츠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레인보우 식스, 콜 오브 듀티 같은 FPS 게임으로부터 좀 더 돈이 되는 북미 시청자들을 뺏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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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ndreessen Horowitz
위 자료는 잘 나가는 전통 스포츠 리그 4개의 평균치와 e스포츠를 비교한 자료이다. e스포츠는 팬 한 명당 발생하는 수익이 3.9 달러인데, 전통 스포츠의 팬 한 명당 수익이 53달러다. 10배 이상 차이 난다. 시청자 수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e스포츠 시청자들이 돈이 별로 안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다. 이를 2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나쁘게 보면 ‘e스포츠 시청자들은 돈이 안 된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좋게 보면 'e스포츠가 돈 벌 수 있는 잠재력과 업사이드가 저 정도로 많구나’로 해석할 수 있다.
‘e스포츠 시청자 수가 NBA 시청자 수를 넘어섰다.’류의 기사가 많다. 찾아보면 이런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여러 개 있다. MLB도 넘어섰고, EPL도 넘어섰다고 한다. e스포츠 시청자 수가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e스포츠라는 산업 전체 시청자랑 개별 스포츠 종목 리그 시청자를 비교하는 부당함은 차치하더라도, 그 시청자 수의 내실을 따져보면 아직 e스포츠가 갈 길은 멀다.
마무리하며
작년에 e스포츠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는데, 각 분야에서 e스포츠 업계로 점점 더 유능한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나는 그들이 내가 이 글에서 e스포츠 ‘생태계’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걸, 잘 헤아려 주길 바란다. 생태계는 이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체계이다. 어느 한구석이 망가지면 전체가 망가진다. e스포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그 전망은 밝다. 하지만 그 성장의 수혜가 생태계에 고루 퍼지고 있지 않는다면, 혹은 그 성장이 특정 분야의 희생을 바탕으로 달성한 것이라면 그 생태계의 장래는 어둡다. 그러기에 나는 e스포츠 선수들의 권익 문제, Publisher의 전횡 이슈 등 여기서 다루지 않은 부분들까지 e스포츠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함께 잘 해결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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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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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사내 정치 이야기
행복한 스타트업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스타트업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한남동 톨스토이 
너를 위해
이 글은 널리 존경받는 구(舊) 스타트업 CEO, 현(現) 엔젤 투자자 한남동 톨스토이(가명)가 장장 2회에 걸친 술자리에서 구두로 전달해준 스타트업 사내 정치에 대한 빛나는 통찰을, 나의 흐릿한 문장으로 정리한 글이다.
제목에서 ‘정치’ 두 글자만 보고 허겁지겁 클릭한 당신. 이 글은 ‘윤’의 거친 생각과 ‘이’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안’의 전쟁 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돌아가시라. 이 글은 너님을 위한 글이 아니다.
이 글의 권장 소비자는 ’평소 본인의 실무적 감각보다 정무적 감각이 떨어져서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스타트업 종사자’나,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사내 정치에 지친 스타트업 리더’이다.
부서 vs 부서
모든 기업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내 정치 구도이다. 마케팅 vs 디자인 등의 유관 업무가 많고 이해관계가 얽힌 조직 간의 갈등도 있고, 영업 1팀 Vs 영업 2팀 등의 동종 조직 간의 갈등도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자원(개발 리소스, 예산, 시간 등)이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므로, 이러한 갈등이 일반 기업보다 더 과격한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형태의 사내 정치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서 ‘외과적 수술’을 감행하는 것은 정말 회사의 명운이 달린 경우가 아니고서야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즉,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 질병처럼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사내 정치 유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한남동 톨스토이는 만약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 사내 정치와 갈등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자 주: 여기서 조금 의아했지만, 끝까지 참고 들었다.)
뛰어난 리더는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고, 여기서 사내 정치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여러 번의 이터레이션을 통해 95% 만족하는 아웃풋이 나왔고, 구성원들은 여기서 그만두고 싶어하지만 해당 부서의 리더는 딱 한 번 만 더 푸쉬하고 싶은 상황이라 가정해보자. 리더는 평소에 구사하던 노동 촉진 레파토리를 다 써버렸다. 여기서 리더가 무작정 그냥 한 번 더 쪼는 것은 구성원들의 불만도 불만이지만, 약발이 너무 떨어진다. 그런데 이때 회의를 다녀온 리더가 ‘내가 설득한다곤 했는데 결국 마케팅팀에서 까였다. 정말 미안하다. 아쉽지만 조금만 더 고민해서 마케팅팀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는 결과를 만들자.’라고 ‘타 부서 핑계’ 카드를 쓴다면? 적절하게 사용하면 리더 본인의 어그로를 리셋하면서 동시에 구성원의 전투력을 온존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 ‘야, 지난달에 우리 팀원 2명 휴가였잖아. 근데 2팀 애들이 지난달 우리 팀이랑 실적 비슷하게 나왔다고 이번 달에 우리 따라잡는다고 하더라. 참나’라는 식의 단순하고 전통적인 격장지계(激奬之計)를 사용할 수도 있다.
뛰어난 능력의 리더들은 이런 식의 ‘타 부서 핑계’ 초식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부서의 리더들은 서로가 이런 정치 구도를 이용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리더들끼리 부서 멤버들이 보는 평소에는 서로 냉랭하게 대하는 사이지만, 속으로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사적인 자리에서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케이스도 꽤 있다. 그래서 서로 욕하는 거 들어도 못 들은 척 넘어가주고 그런다. 그런데 이렇게 부서 리더들끼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데, 대표가 눈치가 없어서 부서 리더끼리 급격한 화해를 주선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혹시 이런 대표가 있다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괌 선제 타격’과 ‘화염과 분노’ 등을 트위터로 주고받을 때, ‘둘이 싸우지 말라, 일본이 나서서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겠다’라고 나서 비웃음을 산 아베 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런 레토릭 오고 갈 때 그 대상은 상대 부서가 아니다. 저건 자신이 속한 부서 내부의 결속을 다시고 불만을 잠재우는 용도다. 이런 구도에서 대표는 갈등의 해결사, 주인공이 되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뛰어난 리더를 뽑았다면 리더들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전면에 나서는 대신, 양 부서를 수시로 오가며 부서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을 잘 파악하고 민심을 수습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아베가 아니다. 폼페이오가 되라.
사내 정치는 보툴리눔 톡신과 같다. 잘 쓰면 우리 마누라가 좋아하는 보톡스, 잘 못 쓰면 조직 문화 싹 다 죽는다. 
- 한남동 톨스토이 
가파른 성장세가 돈좌되고 안정/성숙기에 접어든 스타트업에서, 거짓말처럼 한꺼번에 많은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터져 나온 대부분의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문제일 확률이 높다. 그 문제들은 계속 거기 있었지만 빠른 성장세의 그늘에 가려져 단지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사내 정치도 마찬가지다. 성장기의 스타트업에서는 부작용은 줄어들고 효과는 좋아서 ‘약’으로 쓰였던 사내정치가, 안정기에 접어든 스타트업에서는 그 보이지 않던 부작용이 드러나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회사 내부의 구성원들끼리 싸우고 지지고 볶아도, 회사의 성장이 자신의 보상과 많이 연결되는 성장기의 경우,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감내할 수 있다. 우리 부서랑 맨날 으르렁대고 재수 없지만 능력은 쩌는 타 부서 팀장? 환영이다. 하지만 업무가 세분화/전문화되고, 조직 내의 변화가 줄어들며, 회사의 성장과 나의 보상의 상관관계가 줄어드는 성숙기에는, 사람들의 똘레랑스 레벨이 낮아지고 사내 정치의 양상도 굳어진다. 이 말은 이꼬르 ‘부서 이기주의’의 등장이다. 유식한 말로 ‘사일로 현상’이라고 한다. 몇 년 전에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배운 건 골프 스윙이랑 이 단어, 딱 두 개 뿐이다.
(���자 주: 이후 한동안 이야기가 골프로 새자, 역자는 “그러면 성숙기의 스타트업은 사내 정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합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성숙기의 스타트업이 사내 정치를 다스리는 방법에는 3가지 방책이 있소. ”상책은 또 다른 동력을 찾아 스타트업을 성장기로 바꾸는 것이고, 중책은 회사 외부에 공통의 적을 만들어 내부는 결집하고 적의는 조직 바깥으로 돌리는 것이며, 하책은 대표가 흑화해서 광역 어그로를 끄는 것이오. 이슈는 이슈로 덮고 악은 거악으로 덮는 법이오”
(역자 주: 아쉽게도 “그런데 내가 안양 컨트리클럽에서 XXX 대표랑 18홀 도는데 말야,그 치가......”라며 다시 이야기는 벙커에 빠졌고 9시가 다 되었다.아쉽지만 첫 번째 술자리의 기록은 여기서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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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발달한 리더는 정신과 의사와 구별할 수 없다. 
- 한남동 아서, C 톨스토이 
박힌 돌 Vs 굴러온 돌
스타트업 초기에 합류해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박힌 돌, 관련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력직으로 합류한 굴러온 돌, 이 둘의 갈등 구도는 스타트업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 중 하나이다.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박힌 돌과 굴러온 돌이 1:1로 충돌했을 때, 해당 부서의 리더나 대표는 이들의 갈등을 평가하거나 판단해선 안 된다. 사내 정치는 교통사고가 아니다. 리더가 한문철 병에 걸려서 7:3, 6:4 등의 과실 비율 판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리더는 판사, 사법부가 아니라 상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진짜 문제는 둘의 충돌이 아니고, 둘이 왜 충돌하는지 그 바닥에 깔린 심리이다.
먼저 박힌 돌의 심리를 인수 분해해보자.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나의 쓸모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공포, 기존의 업계 레거시에 대한 본능적이고 무조건적인 거부감, 새로운 방식으로 업계를 혁신하고, 동시에 기존 업계에서 인정도 받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의 인수가 나온다. 스타트업 개국공신(功臣)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 굴러온 돌은 어떨까?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업계 경력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부재로 인한 불안감, 기존 멤버들에게 능력을 보여주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인정 욕구 등으로 인수 분해가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인수 분해해보면 이들의 갈등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먼저 각자의 공포와 불안을 가장 잘 다스릴 수 있는 약을 처방해야 하는데, 최고의 약은 잘 설계된 보상 체계다.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보상을 잘 매치해서, 단점에 집중해 서로를 공격하는 것보다는 싫든 좋든, 미우나 고우나, ‘서로가 가지고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같이 회사 가치 올리는 것이 최고의 선(善)이다.’라는 걸 잘 납득 시키면 게임 끝. 나머지는 그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 욕망을 업무 성과로 잘 인도 할 수 있도록 살살 부추기는 것만 잘하면 된다.
(역자주: 산전수전 겪은 분이라서 그릉가 '증말 사내 증치의 매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는 궁내 최고의 싱커볼..이 아니고 스따뜌업 사내증치 즌문가다.’ 이르케 말할 슈 있다.)
단, 경계해야 될 게 있다. 특정 업무나 분야에서 1:1 구도의 갈등은 위와 같이 긍정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구도가 집단화가 되면 긍정적 활용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박힌 돌’들’ Vs 굴러온 돌’들’ 식으로 집단 구도가 강하게 잡히면 매우 골치 아파진다. 개개인의 서운함과 불만은 각개로 놓고 보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되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집단을 만나면 증폭되기 십상이다. 이런 감정의 증폭은 상대방에 대한 불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갈등이 집단 vs 집단으로 바뀌면 보상 체계를 통한 이성적인 설득이 먹혀들어 갈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 보다 각자 집단에 유리하게 파이를 자르는 거에 현혹되기 시작한다.
최근의 근무 환경도 이런 안 좋은 사내 정치가 퍼져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비슷한 내용이라도 직접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무난하게 합의하고 넘어갔을 일도, 전화로 이야기하다 보면 괜히 일이 꼬인다. 이메일이나 노션 같은 협업 툴에서 이루어지는 ‘글’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전화 통화보다 더 오해를 많이 만든다. 비슷한 생각이나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끼리 슬랙에서 이야기하고 단톡방 파고 이러다 보면 문제가 더 빠르게 퍼진다.
당신이 리더이고 만약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다른 예시와는 다르다. 집단화되려는 움직임을 봉쇄하고, 여의치 않으면 집단 내부를 흔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선에서 ‘사내 정치’를 활용해서 그들을 뭉치지 못하게 만들어라. 각기 다른 불만이 있는 개인 50명이, 같은 불만과 정서를 공유하는 끈끈한 5명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집단보다 훨씬 관리하기 쉽다. 특히 인원이 적은 초기 스타트업은 치명적이다. 명심하라.
“이해가 느린 사람에게도 편견이 없다면 어려운 주제에 관해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일지라도 의심의 여지 없이 주제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쉬운 주제라도 이해시킬 수 없을 것이다.” 
- 한남동 톨스토이 
9시 5분 전
역자: “지혜를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한남동 톨스토이: “님이 중간 중간 아는 척 안 하고 잘 들어주니까 이야기 할 맛이 나네.“
역자: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선생님의 말씀을 정리하여 글로 남겨도 괜찮을까요?
한남동 톨스토이: “내가 누군지 밝히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잔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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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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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요정
스타트업 운명의 돌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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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는 생각
스타트업 짬밥이 늘수록 점점 더 겸허해진다.
어떤 회사는 멤버들과 아이템이 좋고 참여한 프로젝트 결과물도 잘 빠져서, '와, 이 회사는 이제 잘되는 일만 남았네' 싶었는데 한순간에 훅 가버리는 경우가 있고.
어떤 회사는 오랜 기간 서비스가 지지부진하고 쌓인 문제도 많아서 '도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나' 하던 곳인데 갑자기 대박 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 한 2년 동안, 이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 '스타트업의 운명은 인간의 능력과 노력보다 운빨에 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이 만화는 그런 생각과 예전에 봤던 만화의 어떤 장면이 합쳐져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만화��는 없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저 운명의 돌림판은 한 번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당신이 스타트업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2회차, 3회차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 회차 때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오게 하기 위해서, 저 운명의 돌림판에 유리한 것의 비율을 1%라도 더 늘리고 불리한 것의 비율을 1%라도 줄이기 위해서, 치밀하게 분석하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2022년. 이 글을 보는 모든 스타트업(과 거기에 깃든 요정)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P.s 개떡 같은 내 콘티를 보고 찰떡같은 만화를 그려주신 작가님께 특별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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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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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_이정환
진단 실패 
a = "고마 가벼운 여행 에세이다. 냄비 받침으로 써라" 라고 돈까스 먹다가 자기 책을 건네는 친구 놈의 심드렁한 표정 
b = 갬성 충만한 책 표지 디자인과 띠지의 문구 '오늘 설렘이 발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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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 얼짱 + 몸짱에 싱글인 성형외과 의사인 친구 놈의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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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ㅜㅑ...)
a+b+c의 조합에 청진기를 가져다 대니, 바로 진단이 나왔다.
이건 출판사의 노련한 기획과 순진한 친구 놈의 공명심이 만나 탄생한 달달한 감성의 분홍빛 여행 에세이가 분명하렷다! 잘생긴 성형외과 의사와 함께 세계 명소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코로나에 지친 미혼 여성 독자들을 위한 도키도키 유사 연애 시뮬레이션!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 말할걸"이라는 책 제목까지 아주 완벽하다. 뭔가 아스라이 사라진 과거 연인에 대한 로맨틱한 회상이 담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영화 제목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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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느낌?)  그래서 책을 선물해준 친구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쌓인 책 무더기 위에 이 책을 올려두고, 한동안 그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난 뒤, 오랜만에 책 정리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아, 이거나 읽을까? ㅋㅋ' 하고 실실 쪼개면서 침대에 누워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 읽다 보니 앉아서 읽게 되었고, 이윽고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아서 자세를 바로 하고 읽게 되었다.
아... 나의 지적 허영이 또 김칫국을 마셨다.. 미안하다. 친구야 수준이 얄팍한 건 나였고, 이 책은 결코 아니다. 내 진단은 틀렸다.
개고생 
책을 읽으면서 좀 놀랐다. 우선 여행지가 예사롭지 않다. 제 1세계 유명한 관광지, 깔끔한 실내와 멋진 뷰의 호텔, 그리고 잘생긴 의사와 함께하는 여행지에서의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 뭐 이런 것만 기대한 독자라면 아마 꽤 실망했을 것 같다. 중간에 힐링하는 곳도 있긴 한데, 작가는 대부분 꽤 빡센 여행지를 배낭여행으로 훌쩍 떠나 버렸다. 아프리카에서 땀에 쩔어 에어컨도 없는 기차를 52시간 동안 타고, 오로라 보겠다고 영하 10도의 날씨에 밤을 새우고, 안나푸르나 트래킹하다가 고산병 걸려서 고생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뭐랄까, 나는 이런 살아있는 날 것 같은 컨텐츠가 주는 쌉싸르한 맛이 참 좋으다.연예인 섭외해서 멋진 풍경과 호화 숙박 시설, 그리고 막 미슐랭 맛집을 투어하는 그런 잘 편집된 TV 프로그램 보다, 실제로 우리가 경험할 법한 상황과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빠니보틀이나 뜨랑낄로 같은 여행 유튜버가 훨씬 좋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뭔가 책 제목도 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아프리카 나미비야,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버스는 10시간째 길 위에 서 있었다' 뭐 이런 대목에서는,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 말할걸'이라는 책 제목을 더는 로맨틱한 내용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오히려 '너도 데리고 와서, 이 똥을 너한테도 먹이고 싶은데...' 뭐 이런 이 악문 복수의 감정이 담긴 연예 스릴러 장르로 느껴진다. 감독은 이와이 슌지가 아니라 데이비드 핀처가 적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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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느낌...)
다르다
나는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 작가나 문유석 판사의 글을 좋아한다. 보통 사람이 평소에 접하기 힘든 독특한 상황을 빈번히 겪은 작가들의 경험으로 인해, 그들의 글에서는 다루어지는 이야기도 상당히 극적이고 그 이야기를 바라보는 작가의 사고방식도 색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도 비슷하다. 대학병원에서 몇 년 동안 전공의 수련을 하다가 막 여행을 떠난 의사의 여행 에세이는 일반적인 에세이와 확실히 좀 다르다. 글의 구조는 여행지의 에피소드나 소소한 여행담을 소개한 뒤 작가의 느낌과 고찰로 이어지는, 여행 에세이의 일반적인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건에 대한, 글쓴이의 반응이나 관련해서 언급하는 에피소드는 일반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연차가 쌓이면서 점점 타인의 아픔에 무뎌지는 스스로에 대한 경멸, 자살 시도를 실패한 여고생과 그녀를 살리는 데 성공한 의사와의 대화 등 읽고 난 뒤에 상념에 빠져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게 만드는 무거운 이야기들도 꽤 있다. 
반면에 소소하게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예를 들면, 대학병원을 떠나서 여행을 떠난 의사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느끼러 가자고 꼬시는 다음과 같은 실패담도 있다. 
"형, 인도에 가면 갠지즈 강이 흘러요. 그곳에서는 한 편에서는 죽은 사람을 화장하고 한 편에서는 산 사람들이 목욕하는삶과 죽음의 경계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병원도 그래." "......."
이상하고 놀랍고 궁금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양가감정이 들고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만나서 맨날 실없는 이야기나 하던 친구다 보니, 그의 이런 고민이나 속마음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이늠아가 내가 알던 놈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실 좀 어색했다. 그런데 동시에 그의 또 다른 조각을 알게 되어 전보다 친숙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읽다보니 나도 여행이 무지 마려워졌다. 생소한 장소에 도착해서 느껴지는 그 두근거림과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의 그 약간의 공포를 느끼고 싶다. 실제로 친구가 갔던 여행지 중에서 몇 군데 가보고 싶은 곳도 생겼다. 짜아식, 생각보다 글을 잘 써서 솔직히 놀랐다구!
아, 글씨는 좀 더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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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의사 아니랄까 봐...)
그리고 좀 궁금하다. 10시간이 넘는 혈관 봉합 수술을 끝낸 뒤에 병원의 하얀 벽을 붙잡고 울면서 눈 덮인 로키산맥을 꿈꿨던 그가, 세계 곳곳을 다 둘러보고 돌아온 지금은 과연 마음의 평안을 찾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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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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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타트업 코로나 대응 사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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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ncore Musicians
연말 파티에서 분위기를 띄울 DJ를 찾아야 할 때, 예비 신부를 위해 결혼식 피로연에 Maroon 5 커버 밴드를 섭외하고 싶을 때,  혹은 격식 있는 학회 행사에 현악 4중주를 초대하고 싶을 때, Encore Musicians 이런 상황에 안성맞춤인 서비스다. 영국 소비자들은 Encore Musicians에서 결혼식부터 장례식까지 다양한 상황에 맞춘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가들을 둘러볼 수 있고, 다른 사용자들이 남긴 리뷰와 샘플 영상을 보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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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Encore Musicians 홈페이지
지난 3월 23일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영국 국민들에게 자가 격리를 촉구하고 곧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코로나에 감염되어 중환자실로 들어가 버렸다. 영국의 거의 모든 오프라인 행사가 사라졌다. 당연히 Encore Musicians에서 매칭된 모든 예약 건은 일제히 취소되었다. 등록된 몇천 명의 음악가들이 한순간에 생업을 잃고 실의에 빠졌다. 하지만 Encore Musicians의 11명의 구성원은 실의와 술독에 빠지는 대신, 빠르게 원격으로 회의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겨 2주일 만에 새로운 서비스 Personal Music Message를 런칭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다음 영상을 보는 게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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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0주년을 맞이한 부모님 Jess와 Sam을 위해, 딸 Kiara가 보낸 선물이다. 결혼하기 전 처음으로 함께 춤을 췄던 음악인 쳇 베이커의 Time After Time을 들으며, Jessi와 Sam은 딸 Kiara 덕분에 자가 격리의 답답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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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생일을 함께 보냈지만, 올해는 함께하지 못하는 친구 Julie에게 베프 Anna가 보내는 특별한 생일 축하 노래도 있다. 
2. Blended Sense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Blended Sense는 멤버 12명의 초기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컨텐츠 마케팅 패키지를 제공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얼마 전에 ‘로스 포요스 에르마노스(Los Pollos Hermanos)’라는 마약 치킨 가게를 뉴멕시코 앨버키키에 오픈한 구스타보 프링 사장님은 요새 고민이 많다. 음식 맛은 자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초기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그때 누군가의 소개로 Blended Sense의 서비스를 구독하게 된다. Blended Sense는 다양한 로컬 Creatives들을 섭외해서 구스타보 사장을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디지털 컨텐츠를 만들어주고 마케팅을 지원해준다. 예를 들어 어느 날은 월터 화이트라는 사진사가 와서 메뉴 사진과 가게 전경 사진을 제대로 찍어주고, 이 자료를 포털사이트나 배달 서비스 등에 업로드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어느 날은 사울 굿맨이라는 영상 촬영 전문가가 와서 가게와 메뉴 홍보 영상을 촬영하고 배포를 도와주기도 한다. 또 어느 날은 제시 핑크맨이라는 인플루언서가 와서 치킨 먹는 인증샷과 함께 #핵존맛, #마약치킨(응?) 등의 태깅을 달아 홍보 포스팅을 올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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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Blended Sense 홈페이지
디지털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 소상공인들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준 덕인지 Blended Sense는 구독자가 매달 50%씩 상승하면서 승승장구하였고, 10만 불의 엔젤 투자 유지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 3월이 되어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딱 한 달 만에, 지금까지 어렵게 관계를 형성했던 사업자 중의 45%가 구독을 취소했고 진행 중이던 투자도 한순간에 백지화되었다.
이들은 이 상황에서 2가지 액션을 취한다. 
첫째로는 빠르게 BM을 바꿨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던 구독 모델을 포기하고, 사업자들이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à la carte 과금 모델을 도입하였다. 쉽게 말해 코스 요리만 팔다가 단품 요리로 선택할 수 있게 바뀐 것.
둘째로는 교육 지원에 나섰다. 소상공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디지털 마케팅 교육을 시작했다. Lock down 중에 전문가들을 직접 보낼 수도 없으니, 이제 사업장에서 직접 자기 자신을 홍보할 방법을 알려준다. 사업장에서 라이브 스트리밍하는 법이라던가,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사용법 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방법, 배달 서비스 이용 방법 등을 1:1 상담해주고 있다고 한다. 
3. Intigo 
유럽과 아프리카와 중동의 교차점인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튀니스는 관광산업이 발달하였지만, 낡고 치안이 엉망인 트램을 제외하곤 제대로 된 대중교통이 전무하다. 그나마 택시가 유일한 대안이긴 하나, 고도(古都)의 특성상 도로의 폭이 좁고 차선표시와 신호 체계가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런 와중 작년 11월, 조금 특이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튀니스에 등장했다. 조금 특이하다고 말한 이유는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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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lboursa.com
이 스타트업은 튀니스의 교통 상황에서는 스쿠터가 최적이라고 판단하고, 산뜻한 디자인의 뚜껑 달린 스쿠터들 도입하였다.  튀니스의 시민들은 크게 환영하였다. 기존 택시보다 30% 싸고, 친절하고, 내비게이션대로 목적지까지 최단 시간에 데려다주는 제대로 된 라이드 헤일링 아니 바이크 헤일링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올해 2월에는 30만 불의 엔젤투자 유치도 성공하였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도시의 역사가 2,400년이라고 따로 봐주지 않았다. 튀니지에도 코로나바이러스의 마수가 뻗었고, 튀니지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자 지난 3월 20일에 강도 높은 통행금지령을 선포했다.
런칭 4개월 만에 큰 위기를 맞이한 intigo의 대응은 빨랐고 심플했다. 이틀 동안, intigo는 보유하고 있는 모든 스쿠터의 뚜껑을 다 뜯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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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startupscene.me
intigo는 공식적으로 한시적 피벗(Temporally Pivot)을 선언하고, 사람 대신 다양한 물품과 식료품을 나르기 시작했다.
4. Spiffy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Durham에 본사를 두고 있는 Spiffy는 On-demand 자동차 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가 앱으로 예약하면 전문가들이 와서 외부/내부 세차를 해주는 것이 기본 서비스다. 거기에 추가로 차량 내부 살균, 타이어/엔진 오일/파손 유리 교환, 그리고 간단한 외관 수리와 세라믹 코팅 등 다양한 부가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정직원은 150명 정도이며,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6년 차 스타트업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하자, Spiffy는 방역 장비 확보에 과감하게 투자하였다. 서비스에 아예 COVID-19 섹션을 큼지막하게 추가하고 차량과 시설 방역까지 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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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piffy 홈페이지
질병관리본부가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여, 확진자가 머물렀던 식당, 사무실과 사용했던 이동 수단을 방역하는 게 당연한 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다. 기적을 일상으로 만들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의 관계자분들과 우리나라 의료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지만 알다시피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방역은커녕 제대로 된 격리나 치료도 벅찬 상황이다. 미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방역을 담당하는 민간 업체의 등장은 어쩌면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선 당연한 일인듯하다. Spiffy는 6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노하우와 경험 그리고 피땀 흘려 구축한 지역 기반 조직망을 바탕으로 정부보다 빠르게 현재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5. Koru Kids.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점과 불편함을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자, 그것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뜻을 세우고 창업하는 스토리는 스타트업 바닥에서는 흔한 이야기다. '런던에서 믿을만한 아이 돌보미를 구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렵고 비싼가?'라는 문제점을 풀기 위해, 한 아이의 엄마이자 커리어 우먼인 Rachel Carrell가 창업한 Koru Kids의 스토리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학교 시간이 끝나 아이들은 돌봄이 필요한데 부모님은 아직 직장에 있는 오후 시간대를 메꿔주는 방과 후 돌봄 서비스(After-school care)가 히트하면서, Koru Kids는 작년 기준 연간 10만 건 이상의 매칭을 만들어 내는 직원 55명의 중견 스타트업으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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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ru Kids 홈페이지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Koru Kids는 빠르게 사태에 대응하였다. 우선 기존의 히트 상품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바로 중단하였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에서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꼭 일해야 하는 필수 노동자(Essential Worker)들을 위한 ‘Covid-19 Short-term Cover’라는 프로그램을 긴급하게 신설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기존 2~3시간을 커버하는 형태가 아니라, 필수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9시간 이상을 커버할 수 있도록 풀-타임 커버 모델로 서비스를 변경하고 시간당 가격도 낮추었다. 또한 CEO Rachel Carrell은 영국의 국민 보건 서비스(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직원이나 의료진이 긴급 아이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이 돌봄 비용의 전액을 Koru Kids에서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6. Supply Drop 
미리 밝히고 시작하겠다. 이번 서비스는 90% 이상 재미로 선정하였다. 원래 이 회사는  Rosie on fire라는 하늘하늘한 럭셔리 기모노를 팔면서 영국 여성 소비자들의 오리엔탈리즘을 살살 간지럽히면서 돈을 벌던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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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Rosie on fire
코로나가 터지고 이 회사도 SuperClean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기존에 여성 의류를 만들던 말레이시아 생산 라인을 장갑이나 살균제 같은 코로나 상품을 만드는 곳으로 변경하였다. 루이비통부터 뉴발란스까지 수많은 패션 업체들이 기존의 생산라인을 마스크나 장갑 등의 보호장구로 바꾸고 수많은 화장품 업체들이 기존 생산을 멈추고 손 세정제나 방역 물품으로 생산라인을 바꾸는 ‘전시 체제’에서, Rosie on fire의 이러한 대응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 회사는 그저 생산 물품만 바꾼 게 아니라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이들은 Supply Drop이라는 특이한 컨셉의 쇼핑몰을 오픈하고 기발한 'Lockdown Collection'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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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Supply Drop 
자가 격리자를 위한 데이트 패키지 상품 같은 경우 칵테일 제조법과 재료, ‘므흣’한 커플 게임과 촛불 그리고 마사지 크림;; 등이 들어있다. 그 외에도 독특한 조합으로 패키지를 만들어서 판매 중이다. 위기 속에서도 이런 재치라니.
7. Hoovie
Hoovie는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직원 6명의 초기 스타트업이다. Hoovie는 작품성 있는 영화를 모여서 함께 보고, 그 영화에 관해서 토론하고 소통하는 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뭔가 거창해 보이는데 그냥 쉽게 말하면 누구나 편하게 영화 감상 모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컨텐츠를 함께 소비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 컨텐츠에 대해서 토론한다는 점에서는 트레바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단,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모임 주최자가 장소(Venue)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트레바리와 다르다. Hoovie 에서는 주최자가 직접 장소(집이나 레스토랑 등)를 섭외하고 hoovie는 스크린 설치와 영화 컨텐츠 제공을 담당한다. 발생한 수입의 50%를 호스트, 30% 영화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는 구조. 
Hoovie 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우리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개봉 영화가 아니다. 주로 독립 영화나 다큐멘터리 영화 -hoovie의 말을 따르면 보는 사람들 사이 대화의 ’스파크’를 만드는 영화들 -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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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oovie
이 품격 있는 서비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시국에 누가 모여서 영화를 볼까? 모든 영화 모임이 한순간에 취소되었다. Hoovie의 멤버들은 곧바로 다음 서비스를 준비했다. 바로 Virtual Hoovie, 우리나라 말로 옮기면 '방구석 영화토론회’가 적절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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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oovie
8. Spaces
Spaces는 원래 오프라인 액티비티의 개념으로 VR 게임을 운영하던 곳이다. 사진을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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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bisnow.com
Spaces는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 라이센스도 따고, 놀이동산 한 군데 한 군데씩 저변을 넓혀가며 차근 차근 성장 중이다. 중국 항저우와 일본 도쿄의 놀이동산에도 진출 중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놀이동산이 다 문을 닫게 된다. 한순간에 사업기반을 잃었지만, Spaces는 발 빠르게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했다. 가지고 있던 VR 기술을 기반으로 Zoom, Skype, Hangout 등의 원격 화상 채팅 서비스에 VR 미팅 Add-on을 런칭하였다. 이들은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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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Spaces.com
9. StageKings
StageKings는 무대 제작 스타트업이다.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두고 있는 Stagekings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무대로 무대 설치 분야에서 좋은 인지도를 얻고 있으며, 최근에는 마일리 사일러스와 로비 윌리엄스와 같은 글로벌 스타의 무대 건도 수주했다.
다음과 같은 무대가 Stagekings이 만든 무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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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UMF 무대, 출처: 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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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축제, 출처: lauradevires.design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전 세계의 모든 공연과 페스티발이 한꺼번에 취소되었다. 잘 나가던 스타트업의 일감 수주율이 0%가 되었다. 
그래서 이 회사는 IsoKing이라는 가구 브랜드를 런칭하고 자가 격리자들을 위한 책상과 사무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대 쌓던 자재와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책상이라 가벼우면서도 견고해 인기가 많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하나 사보고 싶다. 책상 위에 성인 남자가 마이크 들고 올라가서 3시간쯤 방방 뛰어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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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Stagekings 홈페이지
참고 기사들
These 19 European startups have pivoted in the face of coronavirus, Sifted 
Pivot-not-panic: How startups are coping with the coronavirus crisis, ZDNET
19 Businesses pivoting in response to COVID-19, Maddyness 
Pandemic forces startups to shift gears, Axios  
뱀 발
두 달 짜리 프로젝트 중이어서, 한동안 도움이나 조언을 구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의 메일, 카톡, 페메를 읽씹; 했다. 끝나자마자 단체 답장하는 심정으로 이번 포스팅을 작성했다. 개별 사례에 일일이 답변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사례를 소개하고 사족을 다는 것, 여기까지가 내 한계다. 나는 그저 한 명의 백수프리랜서 지식 노동자에 불과하다. 각자의 사정을 모르니, 이보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깜냥을 벗어난다.
괜한 노파심에 좀 더 적어본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는 말 그대로 사례에 불과하다. 모든 스타트업의 상황이 다 다르다.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개별 사례의 바탕에 깔린 철학과 전략을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신규 서비스 런칭, BM 변경, 사업 영역 확장, 서비스 피벗(Pivot) 등 각 스타트업이 실행한 ‘액션'에 집중하지 말고, 왜 저런 전략을 선택했는지 각 회사가 보유한 역량, 시장 상황 등의 ‘근거'를 파악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1번, 2번, 6번 사례는 구체적인 전술은 다 다르지만 크게 보면 모두 동일한 전략, '공급자(Supply-side) 지키기’로 볼 수 있다.  1번 사례 Encore Musicians이 음악가들이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도록 새로운 수단을 마련한 것, 2번 사례 Blended Sense가 소상공인들을 최대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 6번 사례 Koru-Kids가 회삿 돈으로 어떻게든 Nanny를 계속 굴리는 것은, 최근 Airbnb가 20억 달러를 빌리고 슈퍼 호스트 긴급 구호 자금을 운용하는 것과 사이즈만 다르지 사실상 큰 틀에서 동일한 전략이다. 공급자 사이드가 무너져 지금까지 어렵사리 구축한 생태계가 그냥 먼지처럼 사라져 버리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고자, 어떻게든 공급자들이 생태계에서 떠나가지 않도록 각자 사정에 맞춘 전술을 택한 것이다.
소수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어렵다. 
첨탑이 무너지고 성벽이 불타올랐다면, 공작 자신께서 첨탑이 되시고 성벽이 되셔야 합니다. - 폴라리스 랩소디 中  
불타는 수도 앞에서 무능력하게 쓰러져 울고 있는 지도자에게 한 장군이 했던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다. 시장이 무너지고 투자금이 불타고 있다면, 스타트업 멤버들 각자가 새로운 기회가 되고 BM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모든 스타트업, 진심으로 응원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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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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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 극복되지 않는 불안과 공포 中
질문: 창작자들은 대부분 관객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는데 감독님에게 관객이란 어떤 존재인지? 답변: 관객에 대한 두려움이 다 있죠. 이 영화산업에 감독뿐 아니라 프로듀서 특히 투자 배급하시는 분들에게 관객에 대한 거대한 공포감이 있고, 그 잘못된 공포로 인해서 많은 일들을 그르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을 모른다.’, ‘관객의 실체가 무엇이며 관객이 뭔지 알 수 없다.'라고 스스로 인정함으로써 저는 관객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요. 어차피 모르는 것이라는 거죠. 관객들의 호응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어차피 모르고 예측하는 게 불가능할 바에 소신껏 하자는 거죠. 너무나 투철하게 오로지 관객만을 위주로 생각하고 기획했다는 영화들도 결국 흥행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확률은 대동소이해요, 자기 자신한테 충실한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본인을 만족시키려고 한번 애써보세요. 물론 다른 사람한테도 보여주겠지만, 저는 그렇게 하려고 최면을 많이 걸었던 것 같아요. "내가 제일 첫 번째 관객이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 - 한국 영화 아카데미(KAFA)에서 열린 봉준호 감독의 특강 “극복되지 않는 불안과 공포: 영화 창작 과정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中
위에 인용한 부분은 아래 영상의 14분 50분 경 나온다.
youtube
찾아보니 2015년 5월 18일에 열린 특강이다. 설국 열차 개봉 2년 후, 그리고 기생충 개봉 4년 전이다. 이 영상 속의 봉준호 감독은 지금까지 내가 미디어에서 만난 그의 모습 중에서 가장 편안해 보인다. 아무래도 앞에서 듣는 청중이 그의 학교 후배이자, 미래 동종 업계 후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라 평소보다 마음의 무장을 많이 해제한 느낌이다.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최대한 진솔하게 전달하려는 그의 노력이 느껴진다. 20분 남짓한 영상 내내 봉준호 감독의 말투는 편안하고 잔잔하지만, 내 마음은 점점 크게 요동친다. 분명 봉준호 감독은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자꾸 내 귀에는 그게 스타트업과 창업 이야기로 들린다. 계속해서 ‘관객’ 자리에 ‘유저’를 넣어 보게 되고 ‘영화’ 자리에 ‘서비스’를 대입하게 된다. 높은 확률로 확신하는데,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기원한다. 올 한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불안과 공포에서 해방되길. 그리고 서비스, 글, 제품, 디자인, 영상 혹은 그 무엇이든지 간에, 자기 마음에 정말 쏙 드는 결과물을 많이 많이 만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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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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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바이블
창업 복음 - Startup
1 그 때에 세례 잡스가 이르러 애플 WWDC에서 전파하여 말하되 2 창업하라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가 가까이 왔으니라 하였으니 3 그는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허리에 리바이스 501을 발에는 회색 뉴발란스를 신고 음식은 견과류와 물이었더라 4 잡스가 가로되 오늘 우리는 세 가지 혁명적인 기계를 선보일 것이니라 5 하나는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커다란 화면을 가진 아이팟이고 두 번째는 아주 새롭고 혁신적인 휴대폰이며 세 번째는 인터넷을 이용해서 소통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기기라 6 이 세 가지 기기는 사실 각각 다른 기기가 아니라 하나의 기기이니 이는 아이폰이라 7 무게는 열여덟 세겔이고 그 길이가 한 뼘이니 이는 규빗으로 반 규빗이라   8 이에 전 세계 사용자가 만들어진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9 O 선지자 잡스가 이르되 나는 지금까지 개인용 컴퓨터와 GUI로 세례를 베풀었거니와, 내 뒤에 오는 창업자들은 스마트폰과 앱으로 세례를 베풀 것이니 10 이에 쿠퍼티노와 레드우드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사방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이 나와 젖과 꿀이 흐르는 모바일 생태계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가니라
1 파운더와 그의 아내 코파운더가 산호세에 도착하였으나 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2 창업가 정신을 낳아 강보로 싸서 차고에 뉘었더니 이는 위워크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 3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팔로알토로 찾아와 차고에 들어가 엎드려 창업가 정신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AWS와 Github와 Slack을 예물로 드리니라 4 O 그 지역에 예비창업자들이 후드티를 입고 맥북을 가지고 커피숍에서 날밤을 까더니 5 테크크런치가 곁에 서고 엔젤리스트가 그들을 두루 비추매 크게 무서워하는지라 6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 말라 내게 온 예비창업자들에게 미칠 큰 기쁨의 복음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7 오늘 실리콘밸리에 너희를 위하여 창업가 정신이 나셨으니 8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는 기름 부은 자 곧 창업가 정신 앙트러프러너십이라 하니라 
1 창업가 정신이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사람들이 나아온지라 2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 3 초기에 합류하는 멤버는 복이 있나니 구주가 그들의 것이요 4 개발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의 몸값이 비싸질 것이요 5 디자인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브랜드 밸류가 그들의 것이요 6 영업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성과급과 인센티브가 그들의 것이요 7 시장 분석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인사이트를 얻을 것이요 8 멤버 간 분쟁을 조율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리더가 될 것이요 9 성장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최고의 전문가가 될 것이요   10 보상체계를 잘 설계하는 회사에 복이 있나니 그들이 최고의 인재를 얻을 것이요 11 기존 산업이 법과 제도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기사가 언론에서 쏟아질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12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장외시장에서 너희의 벨류가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배 창업자들도 이같이 박해당하였느니라
1 스타트업들아 내가 너희에게 구하노니 너희 멤버끼리 화목하라 2 너희를 권면하노니 게으른 멤버들을 권계하고 마음이 약한 자들을 격려하고 힘이 없는 자들을 붙들어 주며 모든 멤버들끼리 서로 자주 커뮤니케이션하라   3 삼가 창업자들끼리 악으로 악을 갚지 말게 하고 서로 대하든지 모든 멤버를 대하든지 항상 선을 따르라 4 항상 분석하라 5 쉬지 말고 성장하라 6 범사에 동기 부여하라 7 이것이 창업가 정신 안에서 성공을 향한 유일한 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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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ixabay
커스터머서 - Customer
1 사울은 스타트업에 위협과 살기가 등등한 자로 만일 어설픈 창업자들을 만나면 남녀를 막론하고 결박하여 잡아가는 자라 2 사울이 길을 가다가 다메섹에 가까이 이르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빛이 그를 둘러 비추는지라 3 땅에 엎드러져 들으매 소리가 있어 이르시되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하시거늘 4 대답하되 주여 누구시니이까 이르시되 나는 네가 박해하는 창업가 정신이라 5 너는 박해를 멈추고 일어나 온 실리콘 밸리와 아시아와 유럽 땅끝까지 이르러 나의 복음을 전파하라 이르니 6 사울 그레이엄은 이에 크게 뉘우치고 페이팔을 이베이에 팔고 7 이름을 '큰 자’라는 뜻의 사울 그레이엄에서 '작은 자’ 바울(Paul) 그레이엄으로 변경하고 마운틴뷰에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를 세우느니라 
1 창업가 정신의 사도 된 바울 그레이엄은 아직 초기 스테이지에 있는 온 스타트업에게 사용자를 이해하기를 권면하노라 2 O 어떤 예비 창업자가 일어나 이르되 선생님 내가 어찌하여 성공한 사업가가 되리이까 3 창업가 정신께서 이르시되 너희 제품을 구매하는 자들 안에서 너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라 4 네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고객 한명 한명을 네 자신과 같이 이해하라 5 예비 창업가가 여짜오되 그러면 내 고객이 도대체 누구니이까 6 창업가 정신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어떤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출시하였으나 마케팅비가 없어서 거의 죽어가고 있더라 7 마침 한 유명한 IT 전문 기자가 서비스는 써보지도 않고 보도자료만 주어서 대충 인상 비평으로 기사를 쓰고 지나가더라 8 또 다른 유명한 인플루언서는 홍보비를 받고 서비스를 본인의 인스타 스토리에 살짝 언급하였으나 24시간만 포스팅되고 사라지더라   9 그러나 어떤 무명의 사용자는 앱을 사용하던 중 서비스가 흥하지 않음을 보고 불쌍히 여겨 10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각기 별점 다섯 개를 주고 정성 들어 리뷰를 작성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서비스를 홍보하니라 11 네 생각에는 기자, 인플루언서, 일반 사용자 중 누가 이 서비스의 진정한 고객이 되겠냐고 물으니 12 질문한 예비 창업자가 대답하여 가로되 마지막 일반 사용자이니다 13 창업가 정신이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기자나 인플루언서들의 비위를 맞추지 말고, 열심히 매일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서비스를 운영하라 하시니라.
1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아흔 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 2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아흔아홉 마리보다 이것을 더 기뻐하리라 3 그러니 너희는 적당히 만족하는 99명의 고객을 만드는 것보다 1명의 황홀한 경험을 받은 고객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여라 4 이는 한 명의 감동한 유저가 곧 서비스를 홍보하는 가장 훌륭한 매체이니 5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는 것과 같음이라 이는 스타트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계명이니라 6 O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초기 유저를 대적하지 말라 7 유저가 메일로 피드백을 주거든 따로 연락처를 내어 주어 피드백을 더 받도록 노력하라 8 또 너희 서비스의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고 버그를 리포트하는 자가 있거든 9 더 큰 보상과 감사를 표현하도록 하라 10 O 서비스를 설계하는 자들아 들으라 11 창업자 정신께서 무리 중에 한 어린아이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12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코 서비스가 성공하지 못하리라 13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눈높이를 낮추고 직관적이고 쉬운 UX를 설계하는 자가 큰 성공을 거두리라 
마켓서 - Market
1 각 동네 스타트업들이 창업가 정신께로 나아와 큰 무리를 이루니 그가 비유로 말씀하시되   2 씨를 뿌리는 자가 그 씨를 뿌리러 나가서 뿌릴새 3 더러는 길가에 떨어지매 밟히며 공중의 새들이 먹어버렸고 4 더러는 바위 위에 떨어지매 싹이 났다가 습기가 없음으로 말랐고 5 더러는 가시떨기 속에 떨어지매 가시가 함께 자라서 기운을 막았고 6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나서 백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 이 말씀을 하시고 외치시되 들을 귀 있는 창업자는 들을지어다 7 제자들이 이 비유의 뜻을 물으니 8 창업가 정신이 이르시되 씨는 스타트업을 의미하니라 9 길가에 있다는 것은 유행하는 분야에서 창업하였으나 이미 해당 분야를 선점한 자들이 많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바로 먹혀 버리는 시장을 의미하는 것이요 10 바위 위에 있다는 것은 앞으로 전망이 좋은 시장이긴 하나 너무 일찍 시작하여 뿌리를 내릴 땅이 없어 현금이 마르고 시련을 당했을 때 포기하는 시장을 말하는 것이요 11 가시 떨기 속에 떨어졌다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나 진입 장벽을 만들기 힘들어 수많은 카피캣이 생겨 경쟁이 너무 치열한 시장인 것이요 12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향후 성장 전망이 높고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아니한 좋은 포텐셜을 가진 시장을 의미하는지라
1 초기 스타트업 대표 하나가 나아와 이르되 주여 사업 아이템 선정이 어려우니 내 몇 번까지 피벗하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2 창업가 정신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비전과 의지만 확실하다면 성공할 때까지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피벗 할지니라 3 네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라면 그 안에서 너희의 행동이 자유로울지니 끊임없이 도전하고 기회를 포착하라 4 새로운 시장은 전문가가 없는 곳이니 일찍 시작하는 자가 곧 가장 노련한 전문가가 되리라  
투자 행전 - Investor Relations
1 이것은 창업가의 노래라 2 내가 창업하기를 원하나 내 지갑이 빈궁하여 시드 투자를 원하나이다 3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우리 팀이 시드를 찾기에 갈급하니이다 4 내 입술을 열어 주소서 내 입이 사업계획을 노래하게 하시고 5 천사로 하여금 내게 엔젤 투자하게 하소서   6 주께서 내게 데모데이를 차려주시고 예비 투자자를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셀라) 7 내 벨류를 올리고 PR을 도우소서 주의 보살핌이 나를 인도하나이다(셀라) 8 너희 파운더들아 창업가정신으로 기뻐하며 즐거워할지어다 비파와 수금으로 찬양하여 즐거이 외칠지어다 아멘 
1 열두 투자자들 중의 하나로서 도마라는 심사역은 창업가 정신이 시드 라운드를 진행할 때 함께 하지 않은지라 2 다른 투자자들이 그에게 이르되 우리가 차세대 유니콘을 보았노라 하니 도마가 이르되 어찌 내가 창업자의 말만 믿고 투자한단 말이오 매출이 나오고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지 않고서는 투자하지 않겠노라 하니라 3 열 달이 지나 시리즈 A 시기가 왔을 때에 도마 심사역도 함께 있는 와중에 창업자가 오사 4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시리즈 A 투자 기회를 주겠노라 하시고 5 도마 심사역에게 이르시되 네 USB를 이리 가져와 내 노트북의 유저 데이터와 매출 데이터를 직접 뽑아가라 6 도마 심사역이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주님, 나의 포트폴리오님 (Shareholdus Meus et Potpolious meus) 7 창업자가 이르시되 너는 실적이 나온 것을 보고 투자하느냐 실적을 보지 않고 시드 라운드에 투자한 VC들의 투자수익률이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VC들보다 더 복되도다 하시니라
1 세상에 나와 말로만 투자 투자하는 자마다 다 성공문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2 다만 회사의 비전과 미션대로 행하는 자야라 성공문에 들어가리라   3 그날에 많은 사람들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CEO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경쟁자를 쫓아 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기사를 내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4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5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 그러므로 어떤 스타트업이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회사를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6 규제가 막고 버블이 터지고 카피캣들이 그 회사에 부딪치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회사를 반석 위에 놓은 까닭이요 7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창업자 같으니리 8 규제가 막고 버블이 터지고 카피캣들이 그 회사에 부딪치며 무너져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
1 너희가 정녕 기억하지 못하느냐 2 창업자 정신께서 블록체인 업계에 들어가사 거래소에서 매매하는 모든 사람을 내쫓으시며 돈 바꾸는 사람들의 자리를 둘러 엎으시고 백서 팔이 하는 사람들에게 채찍질하시며 3 그들에게 이르시되 사토시가 기록한바 블록체인은 좋은 기반 기술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욕망에 눈이 멀어 이곳을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 도다 하시니라 4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또 다른 투기의 장이 없는지 찾아보러 블록체인 업계를 떠나갔음을 똑똑히 기억하여라 5 O 내가 진실로 진실로 이르노니 어찌하여 투자가 너희의 목적이 되느냐 6 투자와 기업공개 같은 것은 결국 수단에 불과하고 회사의 비전과 미션이 너희의 진정한 목적임이 합당하거늘 7 수단과 목적이 바뀌어 무너진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너희가 정녕 기억하지 못하느냐 8 그날이 오면 비전과 미션보다 돈놀이에 더 빠진 회사마다 모두 찍혀 불에 던져지느니라 9 진정으로 창업가 정신을 믿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1 창업자가 가로되 주여 코스닥 상장이 어렵나이다 2 증권선물위원회가 원수처럼 나를 쫓나이다 3 창업가 정신이 이르시되 가서 K-IFRS를 준비하라 4 너희가 진심으로 회계하지 아니하면 상장이 망하리라 5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모든 기업들아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6 제대로 회계하라 감사가 가까이 왔느니라
일론계시록 - Reveletion
1 창업가 정신의 계시라 이는 앞으로 반드시 일어날 일들을 그 제자들에게 보이시려고 그의 천사를 그 종 일론에게 보내어 알게 하신 것이라 2 나 일론 머스���는 너희 형제요 창업가 정신의 환난과 참음에 동참하는 자라 3 내가 곧 창업가 정신에 감동되었더니 내가 보매 하늘에 일곱 나팔을 가진 일곱 천사가 나팔 불기를 준비하더라 4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모빌리티가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전기 자동차와 하이퍼루프와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변화하더라 5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대체 에너지가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태양광과 3D 프린터 사업이 팽창하더라 6 셋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헬스케어가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바이오부터 뉴럴링크와 같은 BCI까지 활성화되니라 7 넷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우주 산업이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스페이스 X와 같은 엄청난 도전이 일어나니라 8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AR/VR이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오큘러스와 HTC와 소니가 도전하니라 9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핀테크가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벤모부터 블록체인까지 널리 퍼져 나가고 10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마지막으로 AI가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세상천지를 덮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느니라 11 O 일곱 천사 중 하나가 와서 내게 나를 데리고 광야로 가니라 12 내가 보니 한 여자가 붉은빛 짐승을 탔는데 그 짐승에 몸에는 창업가 정신을 모독하는 이름들이 가득하고 이마에는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테라노스라 13 그 여자는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피 한 방울만 있으면 모든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외치니 14 이와 같이 앞으로 계속해서 거짓 창업자들이 등장할 것이니 너희는 힘을 다하여 이런 자들을 삼가라 15 거짓 창업자들은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16 실적 부풀리기, 학력 위조, 거짓 기사로 회사 가치와 스타트업 산업에 거품을 넣는 자니라 17 O 복 있는 창업자들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18 오직 창업가 정신을 즐거워하여 그 사상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19 O 창업가 정신 곧 앙트러프러너십이 모든 스타트업 및 예비 창업가에게 있을지어다. 할렐루야 아멘 
이 글은 트위터 사용자 정우님 (@tpitin_commu)의 ‘나 성경말투 잘함’ 트윗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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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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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서울
부러운 마음 
목요일 밤 술자리의 대화 주제는 시작부터 끝까지 스타트업과 창업이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는데 주제가 몇 시간째 계속 고정인 이유는 멤버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6개월 차 초보 스타트업 대표 A, 대기업 사내 벤처팀의 리더 B, 개발자이자 예비창업자 C, 그리고 전직 창업가 현직 백수 프리랜서 나. 4명의 멤버 모두 사고의 결? 관심사? 직업 정서? 어쨌든 그런 비스무리한게 유사한 사람들이라, 누가 ‘영화 엑시트 제목만 보고 스타트업 피인수되는 이야긴 줄 알았다'는 끔찍한 드립을 쳐도, 다 같이 빵 터져서 웃을 수 있을 만큼의 공통분모가 있었다. 그래서 술자리의 분위기는 꽤 끈끈했다. 
창업 6개월 차 스타트업 대표 A는 최근에 진행한 소비자 조사 결과가 별로라서, 과감하게 아이템을 바꿔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A는 6개월 만에 벌써 아이템을 2번이나 바꾼 이력이 있다. 나는 그래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더 자세히 분석하고 부족하면 더 해라. 남이 떡이 커 보인다고 맨날 방향만 바꾸는 게 무슨 스타트업이냐. 일단 최대한 가볍게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 반응을 봐라. 대표의 감정보다 논리와 숫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B는 대기업 사내 벤처팀의 리더이다. 10개월째 제품 개발 중인데 최근에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내부에서 사내 벤처팀에 대한 압박과 견제가 늘어나서 큰 고민이라고 한다. 듣기만 해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래서 ‘사내 벤처의 장점이 낮은 리스크라면 지금 겪고 있는 일은 그 반대급부다.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10개월이 사실 운이 좋았던 거고,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거다. 최대한 제품 출시까지 버텨라’라는 위로를 건넸다.
예비창업자 C는 아직 뚜렷한 창업 아이디어도 없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지만, 최근에 회사에서 받은 부당한 대우와 주변 지인의 창업 성공 소식 때문에 당장이라도 창업을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한다. C에게는 ‘스타트업을 불행한 직장생활의 도피처쯤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나도 안일한 생각이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는 베르세르크 가츠의 말을 명심하라. 창업 우습게 보지 말고 제대로 준비해라.’라고 좀 다그쳤다. 
술자리가 파하고 택시와 타다를 불러보았지만 잡히질 않는다. 아무래도 좀 기다려야 될 것 같다. 자정이 갓 넘은 신논현역이니 당연한 일이다. 문득 가슴이 조금 답답해졌다. 오늘도 결국, 술자리에서 조언해주고 상담하는 역할을 또 해버렸다. 나는 그럴 자격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지만,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에게 자꾸 뭘 물어본다. 나는 또 좋다고 X도 모르면서 꾸역꾸역 답을 한다. 남의 일에 훈수 두는 일, 하다 보니 참 쉽고 재밌다. 내 일 아니니까 부담도 없고.
문득 오늘 낮에 넷플릭스로 다시 봤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생각났다. 파리로 여행 간 미국 소설가가 1920년대와 1890년대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해서 당시의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서 벌어지는 몽환적이고 유쾌한 스토리의 영화이다. 사랑해 마지않는 변태 영감, 우디 앨런이 감독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길 펜더는 그야말로 너무 부러운 놈이다. 물론 약혼녀 레이첼 맥아담스(!)와 내연녀 마리옹 꼬띠아르(!!)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레아 세이두(!!!)와 잘 되는 그의 엄청난 여성 편력도 엄청 부럽긴 하다. 와, 써놓고 보니 진짜 나쁜 놈이네. 뭐 어쨌든 그것보다 더 부러운 것은 그가 자신이 동경하는 젊은 시절의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서 조언도 얻고 도움도 받았다는 것이다. 소설가가 꿈인 사람이 젊은 시절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거스루트 스테인에게 피드백을 받다니!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일이 아닌가? 하아, 나도 만약에 과거로 돌아가서 젊은 시절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만나서 조언도 얻고 자극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내 앞에 오래된 차 한 대가 섰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차에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훈훈한 차 내부 온도에 쌀쌀한 날씨에 얼었던 몸이 스르르 녹았다. 술기운이 더 확 도는 느낌이다. 얼마를 달렸을까? 차는 나를 한 건물 앞에 내려주었다. 건물 앞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중소기업청 주관, 한국 벤처 네트워킹 파티 - 1997년 11월 7일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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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7일
나는 이 농담 같은 상황을 당연한 일인 것처럼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디 앨런이 나의 기도를 들었나 보다. 속으로 그에게 변태 영감이라고 한 걸 사과하며 행사장에 들어갔다. 준비된 발표가 막 끝나서 뒤풀이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다들 앉아 있는 와중에 뒤늦게 행사장에 들어온 나에게 이목이 쏠렸다. 헐퀴.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를 소개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타ㅌ… 아니 벤처 경력 10년 차인 프리랜서입니다. 오늘 많이 배우겠습니다.”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아이쿠야. 나는 빠르게 나의 실수를 깨달았다. 1997년에 10년 차면 업계 최고 경력이다. 나는 의도치 않게 졸지에 업계의 큰 선배급;;이 되었다. 행사 진행 요원이 와서 정중하게 말을 걸었다. “저쪽 상석 테이블로 가시죠. 자리를 하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앗 잠시만요. 제가 해외(?)에 있다가 귀국한 지 얼마 안 돼서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네요. 상석 테이블에는 누가 계신가요?” “뭐,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쟁쟁하신 분들이죠. 저기 가운데 저분이 휴맥스의 변대규 대표님입니다. 올해 4월에 코스닥에 상장한 휴맥스 아시죠? 그리고 저분은 작년에 인기 탤런트 김희애 씨와 결혼해서 화제가 된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 대표입니다." 쿨럭… 지금이 1997년이라는 실감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휴맥스에 한글과 컴퓨터라니! “혹시 좀 편한, 아니 상대적으로 젊은 창업가들이 있는 테이블은 어디인가요?“ “그러면 저기 앞쪽 테이블은 어떠신가요?  '바람의 나라’로 대박 난 넥슨의 김정주 대표도 있고 팩스맨과 새롬 데이터맨으로 유명한 새롬기술의 오상수 대표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젊은 피, 다음커뮤니케이션즈의 이재웅 대표도 있군요. 또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창업한 골드 뱅크의 김진호 대표님도 있고요. 저쪽으로 가시겠습니까?” … 뭔가 여러 가지 의미로 전설적인 이름들이 마구 쏟아진다. 그런데 문득 내가 지금의 시대 상황을 너무 모르고, 또 자칫 큰 말실수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분들 다 만나보고 싶긴 한데… 결심했다. 우선은 1997년의 상황에 좀 익숙해진 다음에 저분들은 천천히 만나야겠다.     “아… 저는 일단 여기 입구 쪽 구석 자리에 앉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실내가 다 보이는 구석 자리에 앉아 상황을 좀 관찰하기로 했다.
바보 같은 인수 합병 
구석 자리에 앉아 물 한잔을 마시며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내 옆자리에서 앉아 있던 처진 눈을 가진 선량한 인상의 젊은이가 말을 걸었다. "저기 업계 선배님이라고 하셨죠.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나는 1997년의 분위기도 알아갈 겸,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에 편하게 이야기하시라고 했다. "저는 올해 3월에 창업해서 이제 반년 남짓 회사를 운영한 초보 창업가입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대기업 프로젝트도 잘 끝내고 첫 매출도 엊그제 입금되어서 행복한 상황입니다.” “오, 그래도 빠르게 잘 자리를 잡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런데 요새 제가 고민이 있습니다." “어떤 건가요?" “저랑 친한 후배 놈이 지금 다른 회사에서 열심히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 IMF가 터진 후에 그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올 스탑해야 한다고 합니다. 출시가 코 앞인데 날벼락을 맞은 거죠. 참 안타까운 사정이라, 제가 그 후배네 개발팀을 거둬들여서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할까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앞으로 B2B 사업을 하면서 게임 쪽도 동시에 도전하게 되는 거라, 둘 다 잘 할 수 있을지 좀 걱정이 됩니다." 휴, 일단 이 젊은 대표 덕분에 1997년 11년이면 한창 IMF 때문에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는 귀중한 정보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일단 머릿속에 이 정보를 잘 갈무리하고, 동시에 이 한심한 작자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따끔하게 충고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표님, 혹시 이 회사 하시기 전에는 무슨 일 하셨습니까?” “아, 저는 개발자였죠. 한글과 컴퓨터나 한메소프트 같은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했습니다.” “혹시 그럼 게임 개발 경험이나 운영 경험은요?“ “그… 없습니다." “그럼 제가 무슨 말 할지 대충 감 잡으셨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고 한 가지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창업한 지 반년 좀 넘었는데 벌써 두 가지, 그것도 전혀 시너지가 나지 않는 다른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울까요? 후배분 사정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IMF 시대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회사가 도산할지, 그리고 경영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 지 누가 알겠습니까. 부디 신중하게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그는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고민에 빠졌다. 너무 세게 이야기한 것 같아 좀 미안해졌다. 부드러운 말로 그를 만류하려던 찰나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아 선배님 마침 그 후배 놈이 일루 오네요. 어이~ 재경이~! 송재경! 여기야~!” 나는 마시던 물을 도로 뱉어냈다. “푸흡.. 뭐라고요? 그 후배가 그 바람의 나라를 만든 바로 그 송재경 씨라고요?" “아니… 저 친구 이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김정주 대표는 알아도 재경이는 알기 힘든데..." “그.. 그러면 잠깐만요. 혹시 그럼 송재경 씨를 데려갈까 고민하는 당신이 바로?" “아이고 다짜고짜 제 고민부터 이야기하느라 정식으로 소개도 못 했네요. 저는 엔씨소프트라는 자그마한 B2B 회사의 김택진이라고 합니다."
아이고 맙소사. 지금 내 앞에서 방금 온 후배에게 헤드락을 걸고 있는 사람이 바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라니, 그리고 그에게 헤드락이 걸려있는 사람이 XL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라니… 분명히 아까 사정을 들었을 때는 말리는 게 당연한 상황인데, 등장인물을 알고 나니 이것 참 황당하기 그지없다. 만약 김택진 대표가 내 조언 대로한다면, 아마 한 달 뒤에 송재경 대표는 엔씨소프트에 합류하지 않을 거고 내년에 ‘리니지’라는 게임은 출시되지 않겠지.
도대체 이 무슨 코미디란 말인가. 나는 일단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날아간 멘탈을 좀 추스를 필요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가까이 다가와 “저 빠른 67, 32살이니 말씀 편하게 하세요…형님이시죠?” 어쩌고 하는 김택진 대표를 제대로 쳐다볼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심경  
다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와중에 몇 명만 앉아있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테이블이 보여서 일단 그곳으로 피신했다. 리니지 사건(?)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멘탈을 다잡고 보니, 반대편에 혼자 차분하게 앉아 있는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통성명부터 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아 네… 저는 아직 정식으로 창업을 한 사람은 아닙니다. 대기업 사내 벤처팀에서 서비스를 준비 중인 사람입니다.” 절대 방심할 수 없다. 아까 김택진 대표와 송재경 대표에게 했던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 나는 재차 캐물었다.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현재 소속, 준비하시는 서비스, 그리고 당신의 이름까지 빠짐없이 소상히 말씀해주세요” 나의 조금 무례한 요구에도 그는 눈만 살짝 크게 떴을 뿐이다. 그러고는 이내 아까와 똑같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저는 삼성 SDS 사내벤처 웹글라이드 팀 소속입니다. 온라인 검색기술을 개발 중이고요, 이름은 이해진입니다.”
…천만다행이다. 물어보길 정말 잘했다. 지금은 그저 삼성 SDS 직원에 불과한 이 남자는, 훗날 네이버와 LINE의 이해진 의장이 된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에게 말을 더 붙여본다. “이해진 팀장(!)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고 계시는 사내 벤처 분위기는 어떤가요? 출시 준비는 잘 되시나요?" “사실은 안 그래도 고민이 많습니다. 계속 제품 개발에 매진 중인데, 최근에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내부에서 압박과 견제가 늘어나서 큰 고민입니다.” 나는 그가 말한 내용에서, 그리고 내가 하는 맞장구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사내 벤처의 장점이 낮은 리스크라면 지금 겪고 있는 일은 그 반대급부겠지요. 그래도 한동안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을 테니까요. 내부의 압박과 견제는 어쩔 수 없는 거니 지금은 그저 제품 출시까지 최대한 버티시는 게 최선 아닐까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IMF 때문에 상황이 갑자기 안 좋아져 더 힘들어졌습니다. 경쟁상황도 너무 치열해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한국에 코시크과 심마니 같은 업체들이 잘하고 있고, 최근에 검색에 뛰어든 다음은 올해 5월에 무료 이메일을 오픈에서 유저들을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해외 업체들도 있습니다. 작년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 야후라는 세계 최대의 검색 서비스가 있습니다. 조만간에 일본 소프트뱅크와 합작해서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리고 지난달에 최초로 흑자를 넘긴 괴물 신인 라이코스라는 곳도 있는데, 아시아 시장도 관심이 있다고 진출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랍니다. 이런 와중에 저희 팀이 서비스를 다 개발하고 출시하려면 아직 좀 남은 상황인데, 그때까지 팀과 제가 버틸 수 있을까요? 시장에 기회라는 게 남아있을까요? 그때 저희가 파고들어 갈 틈바구니가 있을까요?" 그는 물을 한잔 마시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저희가 하는 일이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사업이다 보니 삼성 SDS에서 직접 사업화를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십중팔구 제가 직접 회사를 차려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자신에 대해서 걱정이 앞섭니다. 제 주변에 성공한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면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저의 절친인 다음의 이재웅 대표나, 대학원 시절 룸메였던 넥슨의 김정주 대표 같은 친구들이 사업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전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입니다. 이런 제가 앞으로 사업을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요즘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저 자신에 대한 고민이 겹쳐 매일 밤잠을 설칩니다."
나는 한창 Web 2.0이 유행하던 2008년이 떠올랐다. 나는 그때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복학생이었고, 소프트뱅크 리트머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한 대학생 스타트업에 막 합류했을 때였다. 그 당시의 나는 스타트업이 먹을 만한 것들을 절대로 흘리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꼼꼼하게 트래픽을 싹쓸이하는 네이버가 너무 얄미웠다. 주변 동료 스타트업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네이버를 욕하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밉기도 했지만 사실 네이버가 너무 무서웠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게 이해진 대표는 항상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 같은 이미지였다. 그리고 나는 그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잘 안 풀려서 계속 고생하지만 결국에는 검색 전쟁의 최종승자가 될 것이며, 또 몇 년 뒤에는 일본에서 LINE이 대박을 터트릴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내리는 결정과 행보에 대해 사람들은 욕도 하고, 부러워도 할 거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잘 알고 있다. 그가 무려 '대기업 총수’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살면서 내가 이해진 대표를 안쓰럽게 생각할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지만 지금, 내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번민하고 있는 이 서른한 살의 젊은 대기업 직원은, 그저 불확실한 미래에 흔들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내가 자주 만나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한 명의 예비 창업자의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나는 진정으로 안쓰러운 마음에, 다음과 같이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진 팀장님, 아무리 힘들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마세요. 끝까지 버티고 최선을 다하면 무조건 잘 되실 겁니다.”
지금의 기분을 맨정신에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아무래도 술을 좀 더 마셔야겠다.
희미한 기억들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었고, 나는 1997년 11월의 밤에 푹 빠져들었다. 나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다니면서 파티를 즐겼다. 다양한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대 초중반의 대표들이다 보니 주량, 에너지, 자신감 그리고 입담까지 장난이 아니었다. 신나게 같이 어울려서 놀다 보니 술에 거나하게 취하게 되었다. 
뭔가 이방인 느낌이 나는 친구도 만났다. 와튼 MBA였던가? 하여튼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Kevin이라는 미국물 덜 빠진 동생인데, 이 친구도 한국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처지라 왠지 동질감이 느껴져서 의기투합해서 신나게 마셨다. 여기 있는 벤처 회사 대표들 대부분이 정말 재미있고 입담도 좋은데 왜 방송국에서 안 데리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한 명씩 개인 방송국을 차려주고 싶다는 실없는 이야기를 한참 동안 한 것 같다. 
우습게도 중간에 투자자 한 명이 따로 한번 보자고 하면서 명함을 주고 갔다. 하버드 출신에 Chales라는 아주 젊은 투자자였는데, 회사 이름이 리타워 뭐시기 였던것 같은데… 흠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런 어려운 자리에 학생 자격으로 참여한 기특한 대학생 친구들도 있었다. 게임 쪽으로 창업하고 싶다는 22살의 서울대 응용화학과 95학번 친구와 25살 서강대 전자공학과 92학번 친구였는데, 눈빛도 초롱초롱하고 아주 똘똘한 친구들이었다. 옛날 생각도 나고 기특하기도 해서 지갑에서 용돈도 꺼내서 줬다. “너희들이 커서 사업하게 될 때쯤에는 말이야 중국이 시장을 개방해서 큰 기회가 올 거야. 혹시 알아? 너희 같은 애들이 열심히 하면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1, 2위 할 수도 있을지? 꿈을 크게 가지렴!”
그리고 마지막에 꽤 특이한 사람도 만났는데, 재작년에 창업한 의사 출신의 사업가라더라. 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만드는 분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한국판 카스퍼스키 같은 건가 봉가. 나이가 나랑 동갑인 36살이라고 해서 친구 먹고 러브샷도 했다. 취해서 이름이 잘 생각이 안 난다. 주위 사람들이 별난 의사라고 부르던데…
후… 아무래도 술에 많이 취한 것 같다. 파티의 뒷부분은 기억이 희미하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누가 붙잡는다. 뒤돌아보니 제일 처음 이야기를 나누었던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였다. “아 선배님 벌써 가시게요? 그럼 이거 주차 쿠폰 받아 가세요. 쿠폰이 어디 있더라…" 품을 뒤지는 그를 만류하며 “아 저 차 안 가지고 왔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가 깜빡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후배분 게임 있잖아요. 그거 꼭 인수하세요! 할 수 있습니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승리의 NC!! 질주의 다이노스!! 워워워워워워~~" 나는 1997년의 그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응원을 외치며, 황당해하는 그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최종 보스
건물 밖에 나와 벤치에 궁둥이를 붙였다. 시원하다기보다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오히려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아까 행사장에서 뵈었던 선배님인 것 같은데, 술 많이 드셨나 보네요." 옆 벤치에 앉아 있던 서글서글한 인상의 젊은이가 말을 건다. “네 안녕하세요. 술 좀 깨고 이제 돌아가야지요.” 마지막에 ‘미래로’라는 말을 겨우 삼켰다. “아까 다른 분들이랑 계속 같이 계셔서 좀 아쉬웠습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아무리 봐도 그가 오늘의 마지막 상담인가 보다. 그는 과연 뭐가 고민일까? 그리고 그는 누구일까? 내가 아는 사람일까? “아휴 그럼요. 혹시 어떤 일 하시는 분이신가요?" “네, 저는 대기업 6년 차 직장인입니다. 요새 미래도 안 보이고 재미도 없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창업하는데 까짓거 저도 창업하려고요. 내년에는 무조건 창업하기로 했습니다.” 하아… 2019년이나 1997년이나, 겉멋만 잔뜩 들어 창업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그래도 무슨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다. “그러면 혹시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하실 생각입니까?” “아… 아직 뭐 확실한 건 없고요. 일단 내년에 목 좋은 대학교 하나 골라서 PC방 차리고 그다음에 돈 벌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려고요.” 살짝 부아가 치민다. “아니, 창업을 불행한 직장생활의 도피처쯤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나도 안일한 생각입니다. 창업이 장난인 줄 아십니까? 일단 PC방 하면서 천천히 생각할 일이 아니라 제대로 준비하셔야죠.” 그런데 그의 반응이 희한하다. 오히려 씩 웃으면서 너스레를 떠는 게 아닌가? “어이쿠 뭘 그렇게 흥분하십니까. 헤헤 저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이건 정말 제가 아무한테도 말 안 한 건데, 선배님한테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어디 가서 말씀하시면 안 돼요. 저는 넥슨의 바람의 나라나, 최근에 런칭한 울티마 온라인 같은 게임 말고 좀 다른 형태의 게임에 관심이 많습니다. 훨씬 더 많은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가볍고 친숙한 게임 말이죠. 예를 들어 고스톱이나, 포커, 당구 같은 쉽고 부담 없는 게임요. 이런 가벼운 게임을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만들면 전 국민이 짬이 날 때마다 가볍게 즐기지 않을까요? 막 친구끼리 공강 시간에 '한게임 할까?’ 하면서 당구 하러 가는 것처럼 말이죠.”.
싸늘하다. 몇 가지 요소들이 조합되어 비수가 되어 날라와 꽂힌다. 겉으로는 허술해 보이는 이 사람의 인상과 목소리가 생각보다 낯이 익다고 생각하는 찰나 “흠, 한 게임? 뭔가 느낌이 오는 이름 아닌가요? 하하하” 라고 그가 웃었다. 순간 나의 의심은 곧바로 경악이 되었다. 나는 이 유쾌한 젊은이가 내년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한양대 앞 PC방 사장님이 될 것이고, 또 이어서 한게임을 창업할 것이며 그리고 더 나중에는 콧수염을 기르고 카카오톡이라는 앱을 출시하게 되리라는 것을 순식간에 깨달았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 뭐 하나 맞추는 게 없구나. 하하하. 나는 32살의 삼성 SDS 6년 차 직원 김범수 씨(!)를 따라 웃었다. 정말 멋진 마무리 펀치구나.
차갑고 소심한 영혼 
IMF가 휩쓸고 간 서울의 밤은 분위기와 날씨 모두 쌀쌀했지만 나는 하나도 춥지 않았다. 나는 서울 밤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분명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과 유사한 경험을 하긴 했는데, 바로 전에까지 한국 스타트업계의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왔는데,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다른 경험이었다. 선배 창업가들의 조언을 받아 뭔가 더 발전하고 싶었는데 내가 오히려 오지랖 넘게 조언도 하고 주제넘게 위로도 하고 쿠사리도 먹다니. 하지만 또 즐겁다. 왜일까? 2019년의 그들을 보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1997년의 그들의 고민과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왜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일까? 
2019년 시점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과거를 돌아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성공으로 그어진 한 줄의 선명한 선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선이 그어지던 순간으로 돌아가 보면 완전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꺾여 있는 마디 하나하나가 전부 의사결정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부의 두려움과 불안과 싸우고 외부의 회의와 냉소를 버티며 겨우겨우 선을 그었을 것이다. 스타트업에 비법 따위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또 깨닫는다. 고뇌한 만큼, 공부하는 만큼, 고생하는 만큼 된다. 모든 노력하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한 스타트업 중에서 노력하지 않은 스타트업이 없는 것처럼.
관중석에 앉아 비판이나 하고 훈수나 두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인한 사람이 어떻게 실수하는지, 어떻게 하는 편이 더 좋았을지에 대해 지적질이나 하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은 경기장에 서 있는, 먼지와 피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용맹하게 싸우는 사람입니다. 거듭해서 실수도 하고 곤경에도 처하지만 계속 행동하려 나서는 사람입니다. 위대한 열정과 헌신을 의미를 알고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성공하면 거대한 성취를 얻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대담하게 맞서다가 실패할 사람, 그러므로 승리도 패배도 모르는 차갑고 소심한 영혼들과는 결코 한자리에 놓이지 않을 사람입니다. -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1910년 프랑스 소르본 대학 연설 “Citizenship in a Republic(공화국에서의 시민권)” 중 
예전에 갈무리해둔 글인데, 다시 한번 꺼내서 읽어본다. 남의 일에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전체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적당히 냉정한 소리를 내뱉는 것은 얼마나 안일하고 무례한 태도인가.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평소에 혐오하던 자들처럼, 차갑고 소심한 영혼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까? 
벨에포크?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1997년의 서울 밤거리를 걷고 있는데, 눈앞에 뜬금없이 마차(!)가 와서 선다. 그렇다! 까먹고 있었다. 나는 지금 우디 앨런 유니버스;; 속 아닌가? 한 번의 시간 여행 기회가 더 있다. 과연 대한민국 창업의 벨에포크 시대는 몇 년도일까? 그곳에는 누가 있을까? 기대에 부풀어 마차에 탄다.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친구 한 명이 타고 있어서 그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혹시 올해가 몇 년인가요. 그리고 이 마차의 목적지는 어딘가요?" "아이고 술 냄새야. 어르신, 약주를 거하게 하셨군요. 올해는 당연히 서기 1956년입니다. 그리고 이 마차는 한국 기업가 모임으로 가는 마차입니다.” 1956년이라… 배경은 전쟁이 끝나고 3년이 지난, 아직 폐허 속의 한국. 과연 나는 이 시대에서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저기… 학생. 거기 가면 누구랑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유명한 사업가는 누구인가요?" “최근에는 이병철 사장이라는 분이 유명합니다.” “오! 그런가요?” “네. 그분은 원래 부산에서 고철 장사하시던 분인데 전후에 상경하신 다음 최근 식품업과 섬유업을 창업했는데 이게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 흠. 1956년의 이병철 회장은 삼성물산을 경영하면서 식품 스타트업(제일제당)과 패션 스타트업(제일모직)을 창업한 상황이구나, 지금으로 치면 마켓 컬리랑 스타일쉐어를 동시에 경영하는 창업가 정도로 봐야 하나? “혹시 또 누가 있을까요?” “그 외에도 아주 특이한 분이 있습니다. 건설회사 하시는 40대 초반의 젊고 추진력 넘치는 호걸인데요, 성함은 정주영 대표입니다. 꼭 한번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그리고 재작년부터 없어서 못 파는 거로 유명한 럭키 치약 아시죠? 이승만 박사님도 사용하신다는 그 제품을 만든 락희화학 공업사의 구인회 사장님도 계십니다. 아주 인품이 훌륭한 분이시죠. 게다가 제가 이야기 듣기로 오늘 많은 분이 존경하는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님도 참석하실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크으…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사람들이다. 전쟁 직후 폐허나 다름없던 한국 땅에서 사업을 막 시작한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엄청난 자극과 배움이 될 것 같다.  
한편,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 똘똘한 젊은이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혹시 우리 약관의 젊은 친구분은 딱 봐도 학생인데, 고등학생? 대학생? 어떻게 이런 내용을 다 아시나요?" “네 어르신, 저는 연희대학교의 경제학과 신입생입니다. 저도 사업가가 꿈이라 미리 이런 분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많이 배우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커... 역시 젊은 친구의 순수한 열정과 당찬 포부는 시대를 막론하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 같다. 나는 그가 정말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가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지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저는 세계에 진출하는 국제적인 사업가가 될 겁니다.”
마차는 충격에 휩싸인 36살의 시간 여행자와 20세 김우중 군(!)을 태운 채, 시간을 달리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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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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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택시, 카카오 그리고 소비자의 사정
데자뷔
2018년 2월 14일, 카카오 모빌리티는 252억에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한다. 택시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출퇴근 시간대에 카풀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카카오에서는 평일 오전 8시~9시 사이에 카카오 택시 호출이 23만 건인 데 비해 배차 가능 택시는 2만 6,000대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공개하며 사업의 필요성과 시장 타당성을 설명했다. 또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 81조의 1항에 있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유상으로 운행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있음으로,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들이 좀 될 성싶은 스타트업 서비스를 고대로 모방해서 출시하는 양아치 짓만 하는 와중에 - 예시가 너무 많아서 들기도 힘들다... -, 작은 신생 스타트업의 지분을 100% 인수하고 해당 분야를 어렵게 개척한 스타트업의 뛰어난 인적 자원과 대기업의 인프라를 결합하는 형태로 더 좋은 서비스를 내겠다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결정은 그야말로 바람직한 업계 선배의 멋진 모습 그 자체였다. 척박한 한국 IT업계에서 이런 인수 건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당연지사.
시간이 흘러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런칭에 관한 전망과 기사들이 슬슬 나오고 시범 서비스가 가동되기 시작하자 택시 업계의 반대가 시작되었다. 택시 업계는 그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국회 앞, 광화문 광장 그리고 판교 카카오 본사 앞에서 ‘카풀 원천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계속해서 시위를 벌여왔다. 언론에서도 각계각층의 패널들이 나와서 해당 안건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였다. 쟁점은 다양했다. 물론 혁신 산업 육성 대(對) 기존 산업 보호의 구도가 대다수였지만, 일부에서는 고질적인 택시 기사 처우 문제 해결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에서는 국토부, 기획재정부, 지자체, 국회 중에 그 누구 하나 제대로 나서는 곳 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한심한 모습을 성토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12월 10일,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택시 기사 (고) 최우기씨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본인의 택시 안에서 분신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언론은 일제히 달려들어서 그의 죽음을 이슈화하고 카카오 모빌리티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각계의 정치인들은 이게 이슈화되니까 뭐라도 해야 하나보다 하고 잘 모르면서 여기저기 끼어들어서 복장 터지는 이야기나 하고, 택시 업계는 본격적으로 분향소를 차리고 앞으로 더 큰 시위를 하겠다고 예고하기 시작했다. (고) 최우기씨의 죽음 이후 3일이 지난 뒤, 2018년 12월 13일 카카오 모빌리티는 약 10개월에 걸쳐 준비했던 카풀 서비스 런칭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났지만, 택시 업계는 여전히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3명의 택시 기사분들이 분신자살을 시도했고 아까운 목숨이 또 사라졌다. 작년 말에 그 안타까운 죽음을 각자의 입맛에 맞게 이용했던 언론, 택시 업계, 정치권과 행정부는 10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택시 기사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사납금 제도를 조금이라도 개선한 택시 회사가 단 한 군데라도 있다면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면허 사업을 감독하여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새로운 기술과 시대에 맞춰 법을 정비하고 정책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과 행정부는 특정 이익 집단의 눈치만 보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뭐, 내년 4월 총선까지 표 떨어지는 일 안 하고 싶겠지. 난 국회, 지자체,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이 검찰한테 고마워하고 있을 거란 거에 500원 걸어본다. 검찰이 초스피드로 스타트업 대표 2명 기소한 덕에 이 모든 판단이 사법부 책임으로 넘어갔으니까, 그 덕분에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IT/스타트업 경력 10년 차의 백수프리랜서 분석가의 생각으로는 기존의 업계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이를 격려하고 제도를 정비해서 지원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 문제는 얼마나 복잡하길래 대표 두 명 기소 엔딩이라니… 각자의 사정이 궁금해졌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사정 
2016년 9월 22일, 나는 코엑스에서 카카오 모빌리티 정주환 대표의 발표를 보게 될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캐시슬라이드에서 제휴와 신규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는 캐시슬라이드 포인트로 교통카드 충전이나 대중교통비를 할인하는 제휴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생긴 지 2년도 안 된 스타트업의 제안서는 대부분 읽씹되기 일수였다. 그러던 와중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국제 컨퍼런스'가 9월에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쾌재를 불렀다. 한 번에 서울시 도시교통실 공무원들이나 티머니 관계자들과 안면을 트고 명함을 받을 기회였으니 말이다. 이것이 모빌리티 산업에 단 한 번도 종사한 적이 없는 내가 그의 발표를 보게 된 이유...
그 당시에 그는 카카오 O2O 사업 부분 총괄 부사장이라는, 꽤 길고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2016년 9월의 카카오 택시는 큰 성공을 거둬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시장 지배적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Ride-Hailing Service, 이동 수단 호출 서비스)였고, 그는 카카오 택시 출시와 성공의 1등 공신으로 업계에 소문이 나 있는 상황이었다. 그의 발표는 매우 좋았다. 정주환 대표는 카카오 택시를 서비스하기 위해서 겪었던 고생과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소개했고, 또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고민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공유해주었다. 전국에 있는 거의 모든 택시 회사를 직접 방문하였는데, 대부분의 택시 회사가 영세한 데다가 운영하시는 분들이 IT에 대해서 아예 모르기 때문에 설득이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특히 대부분의 택시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면 일단 컴퓨터가 없고, 벽에는 왠지 모르게 항상 태극기(!)와 지도가 걸려있으며, 갈색 소파 4개로 둘러싸인 테이블 위에는 항상 재떨이가 있다는 묘사에서는 청중이 다 같이 빵 터지기도 했었다. 또 기억 나는 내용은 많은 수의 택시 기사분들이 연세가 있어서, 카카오 직원들이 직접 사무실이나 충전소에 나가서, 기사용 앱을 일일이 한분 한분의 스마트폰에 깔아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주환 대표의 춘부장께서도 은퇴하고 택시 기사 일을 하셨기 때문에, 택시 기사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한다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 또한 손님들이 택시 기사들을 무서워하는 것만큼, 택시 기사들도 손님을 무서워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야간시간 + 젊은 취객 조합이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이야기도 기억난다. 열악한 택시 업계와 낙후된 시스템을 카카오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통해 개선하고 싶다고 앞으로 포부를 밝히며 발표를 마친 정주환 대표의 얼굴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택시 산업의 현실과 택시 업계의 입장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작년 연말 모임에서 카카오 다니는 지인이 “John(정주환 대표)이 작년에 맘고생을 엄청나게 했고, 택시 업계가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는 말을 했을 때, 그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택시 업계가 조금의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고 덮어놓고 본인 욕을 하는 상황에서, 진심으로 택시 업계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편이 되려고 했던 그의 억울함을 100%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10개월을 준비한 서비스를 한순간에 허무하게 접어야 했을 때는 또 얼마나 분하고 안타까웠을까? 함께 준비한 직원들과 인수한 스타트업 식구들에게는 얼마나 미안했을까?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이지만 괜히 안쓰럽고 마음이 쓰였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작년 사건 이후 노선을 완전히 바꿨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택시 회사와 택시 면허를 아예 사들이고 있다. 벌써 업체 세 군데를 인수한 걸로 알고 있다. 밖에서 택시 업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택시 업계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직접 택시 회사를 운영하면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업계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뭔가 “진짜 내가 더럽고 치사하고 억울해서 직접 한다.”라는 정주환 대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진심으로 그의 성공을 응원한다. 
택시의 사정
택시 업계는 요지부동이다. '타다 OUT'에서 단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을 기세다. 작년에 그 카카오도 이겼는데, 그깟 쏘카, 타다 따위 어차피 또 이길 게 분명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택시 업계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의 주요한 지지층이고 후원자이니 보수 정치권에서도 꽤 나서서 택시를 지지하고 든다. 언론이야 뭐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냥 아무~~~~~런 생각X취재X고민 없이 '택시가 피해자고 타다는 불법이다!'라는 입장을 받아 적기만 하고 있다. 일부 보수적인 정치관을 가지신 택시 기사분들은 기사와 유튜브 댓글에 쏘카 이재웅 대표의 문재인 빽(?) 설을 강력하게 설파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욕, 더불어민주당 욕도 심심찮게 보인다. 택시 업계가 살기 위해서는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VCNC 박재욱 대표가 조국 교수 딸의 남자친구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택시 기사 아저씨도 만났다. 전통적인 전술학의 관점에서 적대 세력에 대한 유언비어 살포가 내부 결속과 전투력 유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는 바이나, 이쯤 되면 솔직히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택시 업계를 이렇게 분노하게 했을까? 택시 업계의 입장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이 놈의 타다 때문에 장사가 점점 안되고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 타다 무조건 금지!"
그럼 당연히 궁금해진다. 진짜로 타다 때문에 장사가 안되는가?정말로 택시 영업수익 잠식이 있는가? 생존권에 문제가 생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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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머니투데이에서 서울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그래프다. <기사 링크>
추이를 보면 타다가 나오고 영업 수입이 크게 준 것 같지 않다. 딱 1년 치 말고 좀 더 긴 자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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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행정 데이터에 종사하시는 분이 트위터에 올린 그래프이다. 아마 위의 머니투데이 기사와 같은 Raw Data(서울시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그래프로 보인다. <원본 링크> 
그 사이에 풀러스도 나오고 타다도 나왔지만, 현실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택시의 수익은 그냥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타다 때문에 택시 업계가 많이 힘들어졌다”라는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다. 그것보다는 “앞으로 타다 때문에 내 밥그릇이 뺏길 것 같아서 두렵다”라고 하는 게 좀 더 사실에 가깝다. 다르게 표현하면, 택시 업계의 타다 반대는 지금 당장의 생존권 위협보다는 향후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이니까 아예 지금 나서서 싹을 자르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 정도 주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실제로 타다가 정말 잘돼서 한 30,000대 운행하면 이들의 공포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타다와 택시의 기본 가격 차이와 서비스 차이가 있으니, 택시는 택시대로, 타다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공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작년 카풀 반대 시위 때부터 지금까지의 택시 업계의 태도와 주장을 보면, 좀 과하고 과격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시위를 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반대할까? 비록 택시 업계의 주장이 팩트가 아니더라도, 아무리 봐도 그들의 절박함과 공포는 진짜처럼 보인다. 
내 생각에 그 이유는 심플하다. 택시는 새로운 서비스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원래' 힘들었다. 이미 한계에 달할 정도로 힘들게 일하는 와중에, 더 힘들어지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 무지막지하게 저항하는 거다.
개인택시는 서울시에 대략 50,000대 정도 있다. 이분들의 평균 수입은 한 달에 약 284만 원 정도라고 한다. <관련 기사 링크> 이분들은 경력을 쌓아 자격을 얻고, 직접 개인 자격으로 택시 면허를 구매해서 운행하시는 분들이다. 기본적으로 버는 돈의 100% 자기 수익이고, 일하는 만큼 번다. 대체로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패턴으로 일하고 일하는 시간대는 본인들이 정한다. 누가 떼가는 돈도 없고, 반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버는 돈도 없다. 은퇴하고 파트타임 프리랜서처럼 일하는 분들은 쉬엄쉬엄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수익을 제대로 땡기려고 들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분들이 타다와 유사 서비스를 반대하는 시위에 나오는 건 수입 감소라는 이유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이분들의 진짜 걱정은 신규 서비스들로 인해, 본인들이 구매한 개인택시 면허 가치가 떨어지는 우울한 미래이다. 즉, 퇴직금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법인 택시는 서울시에 약 23,000대 정도 있다. 이분들의 평균 수입은 한 달에 약 203만 원 정도라고 한다. 버는 돈은 개인택시보다 80만 원 정도 적은 데 노동강도는 훨씬 높다. 출근한 날은 하루에 12시간(!)을 일해야 하며, 한 달에 26일을 만근으로 친다고 한다. 운행을 나간 날에는 낮에는 12~13만 원 밤에는 15~20만 원까지 복귀 시 회사에 무조건 납부해야 한다. 번 돈이 모자라면 자기 돈으로 벌충해야 한다. 이게 말이 많은 사납금 제도이다. 법인 택시 기사들은 12시간 동안 돈벌이에 충실한 운행을 해야지 본전치기할 수 있고, 사납금보다 더 벌어서 남기려면 독하게 운전해야만 한다. 이분들의 노동강도와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는 사고 발생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국토부 통계(2017년)에 따르면 개인택시의 사고 발생 건수는 16만 4,000여 대 중 6,148건(사망 75명)인데, 법인 택시의 사고 발생 건수는 8만 9,000여 대 중 1만 5,690건(사망 139명)이다. 비율로 보면 개인택시는 3.7%, 법인 택시는 17.6%다. 법인 택시 기사들은 착취당하고 있고,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일하고 있다. 
문제는 여러분이 목/금요일 늦은 밤에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탈 때 만나는 대부분의 택시가 법인 택시라는 점이다. 서울에 개인택시가 50,000대면 법인 택시 23,000대의 2배가 넘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개인택시의 운행 시간이 자율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개인택시 기사분들은 프리랜서라 아주 늦은 시간까지 운전하시는 분들이 많이 없다. 개인택시 기사분들은 대부분의 사람처럼 아침에 나와서 저녁에 퇴근하신다. 막 새벽까지 빡세게 일하면서 수입을 땡기는 개인택시 기사분들도 계시지만 그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법인 택시의 경우 심야 시간에도 80% 이상이 가동되고 있다. 그들은 의무적으로 그 시간에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2시간 동안 최대한 돈을 벌어야 하므로 소위 ‘돈 안 되는 손님’을 피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는 순간,  저녁 8시에 퇴근할 때 무조건 갚아야 하는 12만 원~20만 원의 빚이 생긴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날이 한 달에 26일 동안 매일 매일 반복되고 있고 힘들고 미칠 지경이다. 겨우 버티면서 일하고 있는데, 주변 동료들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서 앞으로 돈 벌기 더 어려워진다고 공포감을 조성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회사 조합 임원과 상사는 집회 나오라고 독촉하고, 그 와중에 사납금은 계속 내야 하고, 동료들의 단톡방에는 불법 업자들 때문에 수익이 감소한다는 글이 올라온다면? 이렇게 상상해보면 이들의 절박함과 공포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정리하면, 택시 업계가 힘든 건 만성적인 문제이고 구조적인 문제이다. 택시 기사들의 사정은 정말 딱하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택시 기사들이 힘든 건 카풀이나 타다 같은 서비스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예전부터 계속해서 힘들었고 그 이유는 첫째는 열악한 근무 여건과 가혹한 사납금 제도이고 둘째는 제도와 정책을 보완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 직무유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택시 업계가 자신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작다. 의지도 없고 있다 하더라도 개별 업체는 너무 영세하고 능력도 부족하다. 그런데 상황을 파악하고 제도와 정책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들은 수십 년째 곪아 터진 문제를 무시하고 방치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며, 높은 확률로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보인다. 생산적인 논의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진지함 대신에, 고발과 기소가 그 자리를 자치했고, 모든 문제가 사법부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암울하다. 
소비자의 사정
대부분의 소비자는 택시 업계의 시위에 대해 냉담한 반응이다. 이것 또한 택시 업계에 대한 오래된 불신과 불만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엇이 그렇게, 그리고 얼마나 불만족스러울까?
2018년 이용 만족도를 보면, 서울시민들은 버스에는 6.28점, 지하철에는 6.79 그리고 택시에는 5.61점을 준 것을 볼 수 있다.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에 가면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는데, 택시는 2005년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버스와 지하철보다 불만족스러운 교통수단이었다. 
그럼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은 뭐가 그렇게 불만족스러울까? 서울시의 교통 불편 민원 신고 현황을 보면 승차 거부와 불친절이 항상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그다음이 부당요금 징수임을 알 수 있다.
승차 거부는 왜 일어나는가? 심플하다. 택시들이 ‘돈 되는 손님'을 골라 태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법인 택시 기사들은 효율적으로 운행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테헤란로 이면도로에 불을 끄고 대기하면서 ‘돈 되는 손님’을 기다린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지하철과 버스가 운행을 중지하는 심야 시간대는 택시가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한시적인 시간 동안 택시가 이동수단에서 독점이 된다. 거기에 만약 당신이 내리는 사람은 많은데 타는 사람이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면, 상황은 최악이다. 택시 기사 관점에서 태우면 손해인 손님이므로 계속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카카오T, 티맵 콜 등 모든 서비스에 다 올려도 안 잡힌다. 소위 똥 콜(돈 안 되는 콜)이다. 결국, 카카오 택시 목적지에 “상계동 10,000원 추가” 혹은 ‘공릉 15,000원 더 드릴게요’라고 적는다. 그래도 겨우 잡힐까 말까 한다. 택시 잡으려면 이사해야 할 판이다. 서울시에서 단속과 적발 시 페널티를 강화하면서 승차 거부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페널티를 피하는 방법을 계속 찾으며 승차 거부는 밤마다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택시 기사의 불친절 문제도 심각하다. 택시 서비스의 친절도는 택시 기사 개인의 인성과 당일 컨디션에 따라 완전히 복불복이다. 분명히 내 돈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인데 친절도는 숫제 1박 2일 잠자리 게임 취급이다. 도무지 예상이 안 된다. '손님은 왕’ 취급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돈 내는 짐짝 취급이고 ‘손님’ 취급도 안 해준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본인의 택시를 자신의 사적 공간으로 생각하고 손님이 그 분위기에 맞춰 주길 바란다. 그나마 그런 경우는 양반이다. 법인 택시 기사는 스트레스와 피로에 찌들어,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과 같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많이 화가 나고 답답한 것은 택시 업계가 서비스 개선에 대해서 매번 말만 하지만 실제로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행동에 옮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2월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되었지만, 약속했던 서비스 개선은 없었다. 인상된 가격 중에 단 1원이라도 소비자 서비스 개선에 사용되었는지 묻고 싶다. 사람은 한두 번만 속아도 화가 나는데, 수십 년째 속으니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다. 반복되는 상황에서 택시 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만성적인 불만과 불신은 최대치에 달해있었다.
타다의 사정 
2018년 10월 타다가 출시되고, 한동안 SNS에는 타다를 사용한 사용자들의 일명 ‘타밍아웃’이 유행이었다. 페이스북에서는 타다 서비스 경험을 칭찬하는 간증이 연일 기독교 부흥회 집사님들 방언처럼 터져 나오고, 인스타에서는 타다 웰컴 키트를 맛집 음식 사진처럼 올리는 인증샷이 계속 올라왔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해결될 기미가 없었던 오래된 불만 사항인 승차 거부와 불친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서비스가 나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타다가 무슨 혁신이냐고 김포공항에 배 들어오는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다. IT/스타트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뭐 그럴 수 있다. 그런 사람들 눈에는 화성에 가겠다고 로켓 만들고 가짜 고기 만들고 그런 것만 혁신으로 보이겠지. 그런데 IT/스타트업에 꽤 짬밥을 먹은 분들도 저런 말을 하던데 좀 안쓰럽다. 인공지능이니 빅데이터니 이런 말이 들어간 거창한 것만 혁신이 아니다. 유통, 생산, 고객 서비스, BM, 인사 등 다양한 영역의 혁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만들고 소비자의 사랑을 받은 수많은 서비스가 널리고 널렸는데… 
택시 업계는 개인택시뿐만이 아니라 법인 택시 기사들까지도 ‘개인’이 수익 극대화의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손해 발생 시의 리스크까지 떠안는다. 법인 택시 기사들은 사납금의 존재로 인해 마이너스 수익 가능성까지 있다. 수입과 리스크가 택시 기사 개인의 수익 최적화 능력에 달린 가혹한 보상 체계다. 개개인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놈의 승차 거부가 해결될 리가 있을까?
타다는 운전기사의 보상 체계를 바꾸고 목적지에 무관하게 가까운 차를 자동으로 배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회사가 중앙 시스템을 통해 전체 차량 운행을 통제한다. 개별 운전자는 중앙 시스템에 따라서 운행하기만 하면 된다. 리스크는 회사가 부담하고, 타다 운전기사들은 운행 수익을 최적화할 필요가 없으며, 승차 거부는 사라진다. 왜 법인 택시 회사는 이렇게 못 할까? 택시 회사 사장님들이 만약 택시가 월급제가 되면 수익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들이 사납금이 없으면 열심히 노오력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시기 때문에… 차 끌고 나가서 종일 놀다 오면 어쩔 거냐고 누가 책임지냐고 할 게 뻔하다. 타다는 그럴 걱정이 없다. 항상 위치가 추적되고 배차는 자동으로 된다. 게다가 차량 운행 데이터가 쌓이면 요일별, 시간대별로 서울의 지역별 수요 예측을 정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손님이 없는 공차 상황에서 지금 수요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차량을 유도하는 기능이 타다에 들어가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다음 주 목요일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하니 심야 시간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 예상되어 200대를 증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예측을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할 때 이를 자동으로 계산하여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탄력 요금제를 도입하여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VCNC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효율을 최적화했을 때, BEP가 넘어갈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이 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들의 도전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위에서 언급한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 빅 데이터 분석, 수요 예측 모델, 실시간 가격 변동 시스템 등의 다양한 기술적 혁신은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피부에 와닿는 혁신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확실하게 체감되는 건 고객 서비스의 혁신이다. 타다를 한 번 타본 사람은 앞으로 내가 타다를 부르면 어떤 프로토콜로 서비스가 될지 ‘예상’이 가능하다. 일정 수준 이상 퀄리티가 서비스를 꾸준히 받을 수 있고 자신이 지불한 금액에 비해 그 서비스가 만족스러우면, 소비자는 그 서비스를 다시 이용한다. 올해 5월 기사에 따르면 타다의 재탑승률은 89%라고 한다. 
새로 뽑은 흰색 카니발과 쾌적한 환경도 타다라는 브랜드 경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듣고 있나? 카카오 모빌리티 벤티?)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타다는 모든 기존 업계 사람들이 운송업으로 취급했던 산업에 서비스업의 방법론을 적용해서 소비자들의 열광을 끌어냈다. 소비자들이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나를 돈 내는 짐짝 취급에서 제대로 된 ‘손님’ 대접을 해준다는 점에서 그저 감동일 뿐이다. 날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구체적으로 타다가 서비스에서 어떤 차별화를 했는지는 MBN의 이무형 기자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대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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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리스트로 만들면 별것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저런 서비스를 출시와 동시에 몇백대의 차량에 균일한 퀼리티로 제공하는 일은 또 다르다. 출시 전에 고객 니즈를 조사하고 분석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을 것이고, 승하차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만들어서 채용한 운전기사들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자, 이까지 읽었는데도 잘 모르겠으면 그냥 다음 문장을 외워라. 김포공항에는 비행기가 들어오고 타다는 혁신 서비스다.
타다는 앞으로 제대로 서비스를 이행하지 않는 운전기사 대상으로 재교육도 하면서 계속해서 서비스 퀄리티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지금 타다 편은 소비자밖에 없다. 소비자를 계속 타다의 편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타다는 앞으로 리뷰 기능을 통해서 고객들의 의견과 피드백을 수렴하고 고객 응대 서비스를 계속 개선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답게, 린하게 말이다. 
마지막 당부 
나는 정부 관계자들과 택시 업계가 타다의 케이스를 공부해야 한다고 본다. 타다가 1,400대의 차량으로 시도하고 있는 보상 체계와 시스템이 정말로 지속가능한 모델인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타다의 방법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그 정보와 노하우를 활용해서 그 50배에 달하는 74,000대의 기존 택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사기업인 VCNC와 쏘카가 이용자들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거나,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지는 않는지 감시, 감독하는 역할도 하면서 말이다
나는 국토부, 국토교통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 서울시가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불법으로 취급하고 매장해버리고, 동시에 곪아 터진 택시 업계의 문제와 소비자의 불만도 대충 묻어두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현상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업계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어려운’ 방법을 선택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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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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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복서
한글날 술자리
어젯밤 술자리는 아주 즐거웠다. 하늘은 높고, 날씨는 선선하고, 안주는 맛있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남녀가 2:2로 짝이 맞으니 크으 내 어찌 술을 마다하리오 ~ 부어라 마셔라~! 
게다가 내가 “오늘은 한글날이니까 훈민정음 게임 걸리는 사람은 2잔 마시기?” 라고 드립을 치니,   “한글날은 묻고 더블로 가~!” 라고 센스 있게 받아주는 그녀라니!
오오… 오늘 그대는 나의 화란 난 당신의 철용 그대에게 나의 순정을...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이놈의 입, 아니 조디가 문제다. 딱 어젯밤 술자리까지만 좋았다. 어젯밤 술자리가 오늘 새벽 술자리로 넘어가는 자정에 비극은 시작되었다.
비극은 나의 화란 씨(?)가 어제 본 '판소리 복서’가 감명 깊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막이 올랐다. 나는 ��� 이야기를 듣자마자 ‘푸흡’하고 웃으며 영화 제목이 그게 뭐냐고 거짓말 아니냐고 비웃었고, 그녀는 정말이라고 오늘 개봉했고 자기가 봤는데 영화가 괜찮다고 반박했다.
흥겨운 술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판소리 복서 막 그런 거 아니야?' 하면서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막 이러니까 또 나와 합을 좀 맞춰봤던 친구 놈은 그걸 받아서 옆에서 주먹을 내지르며 "쉭쉭 이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야!" 하면서 드립을 받아주었다. 화란 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빵 터졌다.하지만 그녀는 웃지 않았다. 하아…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아까 삼킨 RU21이 문제였을까...
"그럼 후속작은 재즈 택견? 이크 에크” 하고 내가 팔다리를 휘두르자 친구 놈은 또 받아서 “5,6,7,8 낫 마이 템포” 하면서 위플래쉬 플레쳐 교수 흉내 내면서 환상의 어시를 넣어주는 것이 아닌가!
아까와 마찬가지로 화란 씨를 제외한 우리 3명만 빵 터졌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결국 그녀는 가방을 챙기고 화장실로 나가고,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녀의 친구가 그녀를 따라 나갔다. 이윽고 그녀들은 차가운 냉기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방금까지 그녀들과 함께 있었던 흥겨움은 같이 안 들어오더라 ㅠㅠ 뭐 그다음은 예상대로... 자정을 넘은 술자리에 텐션이 떨어지면, 술자리가 파하는 건 당연지사…
아아 ㅠㅠ 철용 성님 말씀을 명심할걸…좀 더 신사답게 행동할 걸 그랬어...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타다 안에서 내가 그녀 마음속에 있는 무엇을 건드린 건지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판소리 복서를 예매했다.
묵직한 선빵 
영화는 해가 돋기 직전의 바닷가, 오른쪽 절벽 위에는 흰 한복을 입은 여인이 떠오르는 햇살을 등지고 장구를 치고 있고 어스름한 그림자 속에서 주인공의 실루엣은 춤사위인지 현대무용일지 모를 괴상한 섀도복싱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제목 그대로 - 판소리 복서- 묵직하게 정면 승부  
어? 뭐지? 잠깐 이거 농담이지? 정말 판소리 + 복싱이라는 컨셉을 진짜로 한다고? 그것도 이렇게 진지 빨고 심각하게? 믿을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실소가 나왔다. 
하지만 바닷가로 밀려드는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분명 타악기인 장구가 마치 멜로디(!) 악기인 것처럼 섞여들고 거기에 주인공의 몸짓이 이 사운드와 절묘하게 어우러지기 시작하는데...
뭔가 좀 이상하면서 우스꽝스러운데 신기하게 불편하거나 그로테스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배경과 사운드 그리고 엄태구의 몸짓은 분명 엄청나게 격렬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따스하고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내 글솜씨가 부족해서 첫 장면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함이 아쉽다. 사진으로 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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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이랄까...
어쨌든 나는 첫 장면에 완전히 사로잡혔고, 영화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I’m sorry but I love you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나도 어릴 때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이기고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디즈니 만화 영화 같은 해피엔딩 스토리의 영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현실을 경험하고, 실제 인생은 디즈니보다는 셰익스피어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마지막에 결국 주인공이 실패하더라도, 그 서글픈 목적지로 주인공이 걸어가는 길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더 좋더라. 실제 삶에 가까운, 현실에 딱 붙어 있는 진짜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그래서 ‘판소리 복서’가 - 주인공이 라스베이거스 무대로 날아가서 비열하고 못된 외국인 선수를 신명 나는 판소리의 힘으로 이기고 세계 참피온이 되는 이야기 - 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그 정도 치사량의 국뽕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대단원에 다 같이 얼싸안고 질질 짜면서 대놓고 울리는 뻔한 신파 영화도 아니다. 그건 또 다른 의미에서 엄청난 곳통…
판소리 + 복싱 조합이 어색하고 비웃기 딱 좋은 조합이긴 하지만,
영화 '판소리 복서’는  꿈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처연하고 슬프지만 따뜻하게 그려내는 아름다운 영화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난 지금은, 어제 그녀와 이 영화를 만드는데 기여한 모든 사람에게 비웃어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졌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영화 잘 봤습니다. 사랑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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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구 - 엄태구 
섬세하게 감정선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까다로운 몸 연기 - 쉽게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판소리 복싱- 를 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막중한 원탑 롤
하지만 배우 엄태구는 해낸다. 정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36회 청룡영화상에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이 여우 주연상을 받은 것처럼 엄태구가 올해 남우 주연상 받아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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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 - 혜리 그녀는 밝고 건강한 에너지로 이 영화 전체에 다채로운 색과 따스함을 더해준다. 이 영화를 날씨에 비유하면 내 생각에 15~20도 정도의 따스한 봄날 정도인 것 같은데, 만약 민지 캐릭터가 없었다고 상상해보면… 아마 -5쯤으로 뚝 떨어질 것 같다. 그녀가 등장할 때 그때서야 흑백영화가 컬러 영화가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진짜 어? 이거 연기 아닌 거 같은데? 정도로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리는 장면이 있다.  좋은 캐스팅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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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장 - 김희원 
박관장은 주인공과 혈연 관계는 없지만 거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그랜토리노의 월터와 타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매기와 프랭크의 관계 같다고 보면 된다.
이 엄청나게 도전적인 컨셉(판소리 + 복싱)의 이야기에서 현실의 무게를 처음부터 끝까지 꽉 잡아서 유지해주는 중요한 역할 그리고 신세계의 최민식, 밀양의 송강호같이 다른 배우가 신나게 날뛰도록 받쳐주는 역할
이런 캐릭터가 연기를 삐끗하거나 과하게 하면 영화의 완성도는 확 무너지는데 명품 배우 김희원은 기가 막히게 잘해준다. 결론은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좋다는 것 
영업합니다.
아무래도 난 이 영화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ㅎㅎㅎㅎ 한 김에 끝까지 이 영화 영업 한번 해본다.
만약 이글을 보는 당신이 나처럼 아름답게 실패하는 이야기에 끌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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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15라운드를 버텨내고 퉁퉁 부은 눈으로 아드리안을 끌어안은 영화 마지막 멈춘 화면 속의 록키가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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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당신이 하숙집 아저씨의 무한 동력이 비록 실패로 끝나도, 아저씨의 도전과 인생이 실패라고 보지 않는 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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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OB 베어스 박철순의 20승의 제물이 된다는 걸 알지만, 9회 말까지의 필사적으로 투구하는 슈퍼스타 감사용을 진심으로 응원했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길 바란다.
마치 어제의 나처럼, 제목만 보고 그냥 비웃고 지나가기 쉬운 영화다. 하지만 살짝 오글거리는 컨셉을 참고 등장인물들의 마음에 공명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영화는 당신에게 좀 이상하고 우습지만, 따스하고 아름다운 영화가 될 것이다. 내가 이 영화 첫 장면에서 느낀 것처럼, 
이 영화가 정말 잘돼서, 이 세상에 가득 찬 냉소와 비관주의를 신명 나는 휘모리장단 어퍼컷으로 날렸으면 좋겠다. ㅎㅎㅎ
그리고 뭐 잘 안돼도 그게 뭐 대순가. 그게 좀 헛방이더라도 신나게 한판 놀았으면 그걸로 된 거다. 또 휘두르면 되지 p.s 혹시 Woody의 노래처럼 이 글이 흘러 화란에게 닿는다면, 혹시 그녀가 내게 카톡 할까요. 그대는 웃을까요 눈물 흘릴까요 궁금하죠 과연 You still have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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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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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기 쉬운_우윤식
망가진 습관
언제부터 생긴 습관인지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5~6년쯤 된 것 같다. 나는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습관적으로 에버노트를 켜 “책 이름_저자 이름”으로 된 새 글을 만들고, 거기에 책을 읽으면서 몸속에 차오른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거기에 쏟아낸다. 글의 길이는 책을 읽으면서 차오른 생각과 감정의 수심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책은 단어 몇 개 혹은 한 두 문장의 글로 끝나기도 하고, 어떤 책은 쓰다 보면 몇 문단 이상으로 글이 길어져 블로그 포스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단어 몇 개든 문장 몇 개든, 대부분의 경우 책을 다 읽은 당일이나 길어도 그다음 날에는 쏟아낼 거리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에버노트에 “깨지기 쉬운_우윤식”이라는 제목의 새 글을 만든 게 광복절인데, 벌써 10일이 넘게 흘렀다. 쓸 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냥 잘 안 나온다. 뭐랄까 변의;;;는 있는데 방귀만 나오고 속은 더부룩하기만 한 상황이랄까;; 시원해질 때까지 글을 쭉 뽑아내야 하는데... 큰일이다.
생각해보니 억울하다. 이런 심인성 글쓰기 변비는 전적으로 이 책의 작가 놈 탓이다. (응?) 이 책의 저자는 나와 15년 된 친구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의 서평을 기대한다는 멘트를 날리면서 이 책에 직접 사인까지 해서 나에게 선물해주었다.
이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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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책의 작가가 나의 서평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부담이라니!! 원래 내가 사람들 보라고 글 쓰는 관종이긴 하다만, 막상 작가가 서평 써달라고 판을 깔아주니 참 이거;; 너무 의식이 돼서 글 시작을 못 하겠다. 마치 화장실에 앉아서 힘주고 있는데 친구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다. 너무 의식하다 보니 나오라는 글은 안 나오고, 이렇게 냄새나는 방귀 같은 개소리만 끄적거리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이 냄새 나는 도입부는 전적으로 이 책의 저자 잘못이다. (두둥)
보고 있나? 글쓴이 우윤식?
향기 나는 글을 쓰자
물 한 잔 마시고 위의 도입부를 다시 읽어봤는데, 진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글이다.  저기 밑에 텀블러의 posting 버튼을 과연 눌러도 될까 싶다.클릭과 동시에 15년 된 우정이 사라질지는 건 보너스겠지...이 글을 성공적으로 발행하고 나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부터 진지 빨고 씀.
이 책은 주인공이 시련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되는 성장 소설이다.
인간은 다면적인 존재이므로 어떤 기준, 어떤 층위에 가져다 놓느냐에 따라 누구나 약자/비주류/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지금까지 대부분 상황에서 주류에 속했다. 한국 사회 안에서 한국인, 남자, 고학력자, 지식 노동자, 서울 거주 등의 라벨이 붙은 사람은 반박의 여지 없이 주류다. 하지만 현해탄을 건너자마자, 그는 곧바로 사회적 소수자가 되어버린다. 일본인이 아닌 그는, 한국인이라는 비주류가 되어 타자화의 대상이 된다. 개인의 개성과 정체성은 사라져 집단의 정체성으로 대체된다. 한국인이란 사실만으로 은근한 괄시와 무시를 당한다. 처음 처한 소수자의 입장에서 겪는 주류의 시선과 태도는 부당하고 억울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주류는 그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며, 그 사실은 더욱더 주인공을 분하게 한다. 그런 시련을 겪는 와중에, 주인공은 우연히 다른 사회적 소수자와 교우 관계를 맺는다. 꽤 특이한 상태;;의 친구와 만나고 교류하면서, 주인공은 소수자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계속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시련 > 극! 뽁! > 성장의 흔한 구조이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2가지 이유로 너무 재미있었다. 
첫째로 글쓴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사용한 설정(일본인 친구)가 가히 천재적이다. 이 한 가지 장치가,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전체 스토리에 기가 막히게 적당한 서스펜스를 부여한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마술적 사실주의 같은, 뭐랄까 묘하게 신비주의 적인 분위기도 느껴지면서 이게 제대로 글에 양념을 더한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이 기가 막힌 장치와 보통이 아닌 글솜씨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책을 읽을 것이다.
두 번째는 아쉽게도 글쓴이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생각과 태도는 현실의 글쓴이와 너무나 흡사; 한데, 이게 평소에 꽤나 진지충;;이자 자기에게 과하게 엄격한 글쓴이의 현실 모습과 오버랩 되며 꽤 큰 즐거움을 만든다. 주인공 = 내 친구가 되어버리니, 주인공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 당시 내 친구가 진심 불쌍해지고 막 화도 나고, 주인공이 썰렁한 개드립을 치는 장면에서는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며 ‘아이고 윤식아~!’하면서 비명을 지르면서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내가 읽는 게 소설인지 15년 된 친구의 비비드한 일기인지 경계가 희미해지고 현실과 픽션이 뒤섞인 상태에,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꿀잼 장치가 등장하는 순간 진심으로 ‘허걱!’하게 되는데... 아! 이것도 개꿀잼 포인트다.
나선에서 내려가고 싶다.
사람은 자기보다 못났다고 머리로 따져서 판단을 내린 사람에 대해서는 경멸하는 못된 버릇이 있죠. 그리고 사람은 경멸을 받았을 때, 자기를 경멸한 타인을 가슴으로부터 증오하게 된다는 겁니다.
책을 읽다가, 위의 문장을 읽은 다음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떠올라 한참을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집단에 속한 최악의 인간과 그 인간이 저지른 사건을 그 집단의 평균 도덕성인 것 마냥 취급하고 그 집단 전체를 매도한 다음 그 집단에 그냥 속해 있을 뿐인 한 개인도 같이 매도하는 것
당해보면 짜증 나는 일이란 걸 알지만, 또 수시로 내가 남에게 저지르게 된다.
나는 정말로 너무너무 궁금하다. 어떤 사람을 개인으로 보지 않고 집단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가? 수시로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고,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고 남을 타자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 아니, 시바 거창하게 그렇게 큰 거 말고 그냥 "나"라는 한 인간이 정말로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내 친구 윤식이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책 [바꾸어 나가는 용기]의 작가인 가미카와 아야 처럼, 시련 > 극! 뽁! > 성장 할 수 있을까? 경멸과 증오의 이 끊임 없는 나선에서 내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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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해요. 시시도 바이켄 어쨌든 급 결론은;; 이 책은 내 친구가 썼는데 존나 재밌는 데다가 읽고 나면 생각할 거리도 많이 생깁니다 !!! 다들 사서 읽어 보세요 !!! 후... 도입부를 쓰고 좌절했는데, 이 정도면 Post를 눌러도 괜찮겠지...
보고있나? 글쓴이 우윤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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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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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_김연수
반칙
솔직히 이건 반칙이다. 세상천지에 소설가보다 자기가 하는 일을 글을 통해 멋들어지게 잘 설명할 수 있는 직업이 있을까. 하물며 그 소설가가 김연수(!)라니. 취미생활 + 배설 활동으로 글을 적는 아마추어의 입장에선, 감탄을 넘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화가라는 직업을 그림으로 그려봤어”라고 해맑게 웃고 있는 미켈란젤로를 바라보는 미대 입시학원 2년 차 학생이 느끼는 감정이라고나 할까. 혹은 “자, 방금 발레리나라는 직업을 발레 동작으로 표현해봤는데 어떤가요?”라고 말하며 미소짓고 있는 강수진 씨를 바라보는 노원구청 주부 발레단 수강생의 느낌과도 비슷하다. 경지에 오른 자의 정말 당해낼 노릇이 없는 실력을 마주하고, 그 터무니 없음에 실소가 나온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가의 일?
책을 읽고 나니, 도무지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스타트업 창업가라는 직업을 어떻게 표현해야 잘 표현했다는 소문이 날까?’
작년에 내가 쓴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독일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이 주창한 KunstWollen이라는 개념을 다시 가지고 오겠다. 독일어로 Kunst는 예술, 미술의 의미이고, Wollen은 의지, 의도를 표현하는 동사이므로 흔히 ‘예술의욕’으로 번역한다. 즉, Kunstwollen은 어떤 예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예술품을 창작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와 충동을 의미한다.
예술 의욕이 온몸을 휘감아 올 때, 소설가는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발레리나는 몸과 동작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집단종합예술인 창업의 세계에서, 당연히 창업가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창업가라는 직업은 창업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과 그 결과로 나온 서비스를 통해서 가장 정확하게 표현되고 이해 할 수 있다.
그 형태가 웹사이트든 앱이든 물건이든 오프라인 매장이든 뭐든지 간에,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실체가 있는 무언가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들려주고 돈 주고 사고 싶게 만드는 (제일 중요하다), 그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업의 과정만이 스타트업 창업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보여주는 제일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제프 베저스가 쓴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이 아무리 명문이라 하더라도, 아마존을 직접 써보는 것이 창업가로서의 그의 생각과 철학을 훨씬 더 잘 이해할 방법일 것이고, 일론 머스크 전기를 읽는 것보다 페이팔을 써보고 테슬라를 타보는 게 진정 그를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말이다.
하기나 해
김연수는 “그것도 모르고 무슨 소설을 쓰나?”라는 말이나, “소설가가 술을 그렇게 못 마셔서야!” 이런 말을 들으면서 소설가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고 토로한다. 위의 첫 문장의 ‘소설을 쓰나?’ 자리에 ‘개발을 하나?’나 ‘영업을 하나?’을 넣어 보거나, 두 번째 문장의 ‘소설가’ 대신에 ‘기자’나 ‘사업가’를 넣어보자.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마주했던 무례한 표현들로 바뀌지 않는가? 어쨌든 김연수는 편견과 무지의 소산인 저런 프레임에 빠지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나는 그가 쓴 아래 문장을 보고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왜 소설은 안 쓰고 소설가가 될 생각을 했을까?
과거 첫 번째 창업의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딱 저랬었다. 창업하려고 하지 않고 창업가가 되려고 했다. 서비스를 고민하고 만드는 것보다 스타트업 대표라는 타이틀에 취해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김연수가 자신을 ‘소설가’라는 명사/프레임/스테레오타입에 넣는 것을 거부하고, ‘소설 쓰는 사람’이라는 동사가 강조된 표현을 쓰는 이유를, 그때도 알았더라면.
김연수는 '일단 쓴다 > 쓴 글을 읽고 좌절한다 > 곰곰이 생각한다 > 다시 쓴다’를 반복하는 것이 소설을 쓰는 정공법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글을 보자마자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이 생각났다. 얼마 전에 팟캐스트 'Master of Scale’에서 들었던 마크 저커버그의 “Imperfect is perfect” 에피소드도 생각났다. 소설을 쓰려면 일단 문장을 써야 하는 것처럼 창업 하려면 일단 뭐라도 만들어야 한다. 머릿속에 머물러 있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보다, 같이 보면서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엉성한 제품이 무조건 낫다. 아무리 멋있게 비웃어도 어설프게 뭔가 하는 것보다 한참 형편없는 거고.
그러니까 잡생각은 집어치우고,
'Gray - 하기나 해 (Feat. Loco)' 틀어놓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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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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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드렁 예찬
심드렁. 소리 내 읽는 것만으로도 매가리가 없어지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시큰둥이라는 심드렁의 친척 같은 표현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런 유의 표현에서는 심드렁이 갑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큰둥 보다는 심드렁이 더 좋다. 시큰둥의 경우 발음하면 ‘둥’에서 살짝 업되는 느낌이 들어 별로다. 심드렁의 경우 발음하면 ‘렁’음절에서 혀끝이 앞니 바로 뒤 입천장을 살짝 눌렀다가 떨어진다. 그때는 혀조차 힘을 잃어 ‘털썩’하고 입안에 주저앉아 버리는 느낌이다. 발음에서조차 심드렁은 시큰둥의 상위 호환이다.
심드렁의 사전적인 의미는 '마음에 탐탁하지 아니하여서 관심이 거의 없는 모양’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관심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막 집중하고 있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관심을 꺼버린 건 아닌 애매한 상태, 다시 말해 주변의 상황이나 상대방을 인지는 하고 있지만 크게 신경 쓰거나 개의치 않는 태도가 바로 심드렁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심드렁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생물은 아무래도 고양이를 높게 쳐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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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저 자세와 표정의 태;를 보라. 이런 사진을 보면 심드렁이라는 단어는 정말 고양이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간도 크게 딸리지 않는다. 아래 한복 김연아 짤 같은걸 보면 같은 인간으로서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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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심드렁의 정수이자 표본이라 할 수 있는 표정인가. 어지간한 내공의 고양이라 하더라도 쉽사리 이길 재간이 없을 것이다.
내가 환장하면서 좋아하는, 심드렁과 관련된 특수한 상황/설정이 있다. 평소의 심드렁한 태도가 일반 커피라면, 이런 상황은 심드렁의 T.O.P라고 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엄청난 내용 + 심드렁한 태도 조합이다. 영화배우 송새벽이 이 분야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뭔가 극적인 내용을 심드렁한 태도와 표정으로 말할 때 느껴지는 반전 매력이 너무 좋다. 아, 이 글을 쓰면서도 혼자 싱글벙글하고 있다. 심드렁한 태도와 내용의 무게감 사이의 갭이 클수록,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를테면 아래 같은 표현을 보자. 
"나는 요즘 시간을 때우려고 책을 한 권 쓰고 있다네.”
막 목숨 걸고 열심히 책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쓰는 것도 아닌 애매한, 그야말로 심드렁한 태도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문장이다.
그런데 누가 언제 썼는지를 뒤에 붙여서 다시 이 문장을 써보면 아래와 같다.
"나는 요즘 시간을 때우려고 책을 한 권 쓰고 있다네.” - 아담 스미스, 국부론 저술 시점에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中.
자, 어떤가. 이제 누가 어떤 상황에서 사용했는지 그 맥락을 알고 다시 읽어보면 이 심드렁한 태도가 주는 강력한 즐거움이 느껴지는가? 
여기서 매력을 느낀다면, 당신은 심드렁의 매력에 빠질 준비가 되었다. 동지여! 심드렁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허나 아무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면 이 프로 약팔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파인딩 포레스터라는 영화가 있다. 파인딩 포레스터는 ‘굿윌헌팅’, ‘엘리펀트’ 등으로 유명한 거스 밴 샌트 감독의 2000년 작품인데, 한 편의 걸작을 남기고 은둔 중인 전설적인 작가 윌리엄 포레스터와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브롱스의 흑인 소년 자말 월레스 사이의 나이와 인종을 넘어선 우정에 관한 영화이다.거기에 아래와 같은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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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레스트로 분한 숀 코너리의 저 표정이 보이는가? 존나 별거 아니라는 투의 무신경한 태도와 목소리 톤, 그리고 ‘퓰리쳐 상’이라는 빠워풀한 내용과의 갭에서 나오는 이 짜릿한 즐거움! 이 갭모에!! 실로 파괴적인 심드렁함이 아닌가?
그러니 만국의 심드렁 동지들이여. 심드렁하게 단결하라. 얻을 것은 꿀잼이요, 잃을 것은 진지충뿐이니
아 생각해보니, 이글에 대한 반응까지 심드렁해야 완벽한거군...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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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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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창업가의 딜레마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다 보면 거기에 너무 심취할 때가 있다. 물론 예비 창업가가 본인의 창업 아이디어에 푹 빠져드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때론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주변 지인의 진심 어린 조언이나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정보까지 무시해버리는, “과하게 뜨거운” 시기가 올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시기가 오면, 마치 온 세상이 내가 창업하는 걸 바라는 것 같이 느껴진다. 마치 교차로마다 계속해서 파란불만 만나면서 몇십 분 동안 브레이크 없이 운전하는 기분, 혹은 팔을 뱅글뱅글 돌리면서 고함을 치는 주루코치를 보면서 2루를 지나 3루까지 달리는 기분과 비슷하다. 자기 확신에 빠지면, 내가 도전하는 분야의 장밋빛 전망과 미래를 점치는 뉴스와 새로운 정보들’만’ 넘쳐난다. "나 아니면 이걸 할 사람이 없다!” 혹은 “나로부터 혁신이 시작된다!”라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뜨거운 포부와 야망이 뱃속에서 꿈틀댄다. 사명감과 고양감이 버무려져서 그야말로 최고로 High 한 상태이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상태.
반면, 아무리 그 속에 품은 열정의 온도가 높은 예비 창업가라 하더라도 반드시 겪게 되는 절망의 시기도 있다. 그럴 때는 차가운 냉소와 비관의 감정들이 뭉게뭉게 피어나, 마음속을 가득 채운다.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가 있을 때, 그것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으면 100가지가 훌쩍 넘는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그래서 그 단 하나의 긍정적인 이유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 그 빈틈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100개의 부정적인 근거들이 쏟아져 들어와 채운다. “그거 해서 얼마나 번다고 또 그 고생을 하냐.”, “아무도 그걸 하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 “바보야, 기회비용을 생각해” 등 차가운 냉소와 비관의 속삭임은 한 번 시작되면 쉽사리 멈추지 않는다. 주변에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는 엄청 많지만, 실제 창업하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이 반대해도 끝까지 자신의 주관을 지키고 버티다가 결국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큰 성공을 거두는 선배 창업가의 케이스는 꽤 많다.
“내가 그걸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 모두 다 나를 말렸지. 대다수는 내가 미쳤다고 했었어!”
라는 대사는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 인터뷰의 클리셰 같은 게 되어버렸다. 
그런데 반대로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수렴해서 서비스를 Pivot 해서 성공한 사례도 꽤 많다.
“그런데 그때 우리는 뭔가를 깨달았죠. 우리가 완전 바보짓을 하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우리는 그제서야 XX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라는 대사도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창업 성공 스토리의 또 다른 클리셰 중의 하나이다. 찾아보면 처음 아이디어를 끝까지 고집스럽게 파다가 잘 된 케이스와 남의 말 듣고 아이디어 바꿔서 잘된 케이스, 양쪽의 케이스 다 정말 많다. 진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라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결국, 정해진 답은 없다. 그래서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은 자뻑과 확증 편향의 불이 활활 타오르는 불지옥과 꽁꽁 얼어붙은 냉소와 비관의 얼음 지옥을 양쪽에 두고 끊임없이 자기 확신과 자기비판을 오락가락하면서 아주 아슬아슬한 좁은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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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이성, 관철과 수렴, 고집쟁이와 귀펄럭이, 사나와 모모(응??)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는 것이 예비 창업자의 숙명인거 같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이라는 닳고 닳은 수사처럼, 창업가에게 이율배반적인 속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건 당연한 일인가 보다. 창업가는 흔들리지 않는 곧은 심지를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의견도 잘 수렴해야 한다. 창업가는 자신의 주관을 고집스럽게 견지할 필요도 있지만, 동시에 자기 생각을 객관화해서 비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창업가는 청순하면서 동시에 글래머여야 하고, 킹 목사이자 동시에 말콤X여야 하고, 종북좌파이자 동시에 애국 보수;;여야 한다.  결국,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난 차가운 예비 창업가, 내 창업 아이디어에겐 다정하겠지. 비록 솔루션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임플리케이션;두 가지는 건지겠다.
첫째는 타협 불가능한 기준 정하기. 절대로 변하지 않을 기준을 미리 정해두고, 그것만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의 만족이 항상 최우선이다. 
이라는 대전제 or 그라운드 룰 or 절대 법칙 or 사이먼 새즈 or 정언 명령;; 등을 정하고, 그 외의 것은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주위 변화에 적응해서 유연하게 대처하기로.
두 번째는 디스커션 파트너.   자기 혼자서 머릿속으로 스파링해서는 절대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난번에 쓴 글에 나오는 <들장미 소녀 캔디> 처럼 해리성 인격 장애에 빠지게 된다.
나 혼자 있으면 어쩐지 ��쓸해지지만   그럴 땐 얘기를 나누자 거울 속에 나하고
타협 불가능한 기준에 동의하는 좋은 동료를 찾아, 그들과 함께 꾸준히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혼자일 때야 딜레마지, 두 명일 때부터는 논의의 출발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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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youngjoo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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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_히가시노 게이고
꺼내기
만약 당신이 30대라면, 한 시대를 풍미한 명작 애니메이션 <들장미 소녀 캔디>를 기억할 것이다. <들장미 소녀 캔디>는 순정만화계의 고전이다. 작품만큼이나 유명한, 아니 작품 보다 훨씬 유명한 OST도 있다. 애니메이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OST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앜ㅋㅋㅋㅋ. 도입부 가사를 적는 와중에도 멜로디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다수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말로 기가 막힌 멜로디와 입에 촥 감기는 가사다. 어린 시절에, 이 OST의 도입부를 아주 신나고 경쾌하게 자주 불렀던게 기억난다. 그런데 30대 어른이 되어서 다시 저 가사를 보니, 뭔가 좀 싸하다. 뭐랄까? 캔디의 정신건강이 좀 걱정된다고나 할까? 우리는 안 좋은 감정이 생겼을 때 덮어놓고 계속 참기만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썩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자기의 걱정이나 고민을 어떤 방식으로든 꾸준히 표출하고 해소해야 한다. 고금을 통틀어 우리는 고해성사라는 전통적이고 성스러운 방법부터 네이트판;;;이라는 새롭고 상스러운 방법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고민을 밖으로 꺼내놓는다. 성스러운 방법이든 상스러운 방법이든 털어놓는 그 행위를 통해 우리는 위로를 얻고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다.
나는 내 마음속의 고민을 남에게 툭 터놓고 이야기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딱히 주변에 그럴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내 성격이 좀 그럼. 대신, 나는 떠오르는 걱정과 고민을 글로 남기는 편이다. 참 신기하게 글로 옮겨 넣고 다시 읽어 보면 대다수의 고민은 사실 별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더라. 막연하게 불안했던 감정들을 명확한 실체를 가진 문장과 문단으로 바꾸어 보면, 사실 X도 아닌 게 대부분. 그리고 진짜 문제가 있어도 그걸 내 머릿속의 생각이나 상념으로 두지 않고 글로 옮기고 나와 문제를 분리한 다음 객관화시키면, 훨씬 차분하게 현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해결책도 쉽게 보이는 편이다. 그래서 나에게 글이란, 매우 효과적인 감정의 배설수단이자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된다. 내가 글을 "싼다”라는 표현을 좋아하고 자주 쓰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사람들은 각자의 재주와 기호에 따라 말, 글, 음악 그리고 그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속에 고여있는 찌꺼기를 밖으로 토해 내야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침전한 그런 마음의 찌꺼기들이 계속 모이면 썩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그래서 만약 내가 내 지인 중의 한 명이 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꾹꾹 참고만 있다는 걸, 감정의 분출이나 소비가 없는 상태를 꽤 오랜 기간 지속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오, 분명 나는 그 사람의 멘탈을 심각하게 걱정할 게 분명하다. 마음속에 떠오른 고통, 번민 그리고 고민을 해소하지 않고 계속 참으면 반드시 병이 된다. 참고 참고 또 참다가는 신경쇠약이나 공황장애가 오기 십상이다. 참기만 하던 캔디가 결국 OST 후반부에 이르러 해리성 인격 장애;; 초기 증세를 보이게 되는 것처럼.
나 혼자 있으면 어쩐지 쓸쓸해지지만     그럴 땐 얘기를 나누자 거울 속에 나하고
ㅎㄷㄷㄷㄷㄷ…
받아주기
타인의 고민을 끝까지 좋은 마음으로 들어주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게의 경우, 내 고민을 털어놓을 곳은 언제나 부족하고 마땅찮다. 각자 본인의 고민을 처리하기에 급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주변에 항상 진지하게 자신의 고민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잘하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꽤 큰 행운이다. 어떤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의 고민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엄청나게 훌륭한 인격자다. 아무런 보상도 없지만, 진심을 다해 젊은 친구들의 고민과 걱정을 들어주고 자신이 가진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신중하게 조언을 해주는 나미야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래서 희소하고 큰 의미가 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비록 순수하지 않은 의도라 할지라도 나의 고민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해 깊이 고민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매우 고마운 일이다. 비록 길고 긴 하소연을 끝까지 싫은 내색 없이 참고 받아주면 혹시 나중에 여친도 입으로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응큼한 의도를 품었다 하더라도(응?), 내가 아닌 남의 고민에 진지하게 집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진짜 인정해야 한다. 진짜 의도를 떠나서 정말 무지하게 힘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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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네이버 지식인의 태양신 녹야 조광현 할아버지랑 영화 <인턴>에 등장하는 벤 휘태커 할아버지가 자연스럽게 같이 떠오른다. 당연히 3명의 할아버지 모두, 젊은이들에게 경험을 토대로 삶의 지혜를 전하는 고마운 어르신들이라는 생각이 가장 처음 든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 좀 꼬름한 생각도 뒤따른다. ‘의미가 없는 삶이라는 게 얼마나 인간에게 잔인하길래 이 할아버지들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드는가'하는 생각 말이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 혹은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나이와 은퇴 여부와 관계가 없이 끝까지 사람을 괴롭힌다는 사실은, 나를 좀 무섭고 섬뜩하게 한다. 고민이다. 내 노년의 모습은 어떠할까? 누가 내 고민 좀 받아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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