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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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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삶 비슷한 것을 산다
나는 이제 삶 비슷한 것을 산다
살아있음을 흉내내며
거짓으로 숨을 쉬고
나는 이제
가짜 피가 혈관을 흐르고
그 피가 흐르는 인공심장
그걸 받치고 선 플라스틱 늑골들
나는 이제
햇볕에 눈이 부신 척을 하고
부는 바람에 시원한 척
마시면 취한 척 해야 하는 술을 마시고
자는 척 잠시 눈을 감는다
나는 비로소 꿈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지른다
진짜 피부에 닿는 찬 공기
갈비뼈를 박살낼 듯 요동치는 심장
이런다고 현실이 될까
이 진짜 체액이 저 막을 뚫고
내 가짜 눈으로 뿜어질 수 있을까
고통을 연기하며 고요히 깬다
나의 삶 비슷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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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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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모서리
지구에 모서리가 필요한가 풍경에 축척과 눈금이 필요한가 노을과 해돋이는 본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구는 면의 연속 우주는 시간의 연속 그런데 인생만 끝나는게 속상해서 인간들은 모서리가 갖고 싶다 지구는 무심하게 허공을 구르다가 동그랗게 닳아버린 것 뿐인데 모서리가 갖고 싶은 인간들은 자꾸만 구 위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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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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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
깊고 긴 잠을 자고 싶다 주먹을 쥐었다 펴기 가로 누워 손가락을 꼽아본다 의미 없는 숫자 세기 엄지와 검지의 접점 붙었다 떨어지는 상피세포 가늘게 뜬 눈 나는 정지하였지만 지구는 떠나고 있다 오지 않는 휴가 너무 빨리 와버리는 내일 난 너의 거짓말을 알고도 모른척하였다
나는
감정이
없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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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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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가슴 속에 불이올라
나는 속이 뜨거워 견딜수가 없었다
나는 불을 입으로도 뿜어보고
눈으로도 쏘아보고
귀를 탁탁 쳐서 흘려보려 했지만
심장은 달궈져 터질 것 같았고
요동치는 불을 가둬두기엔
나의 폐가 너무도 작았다
급기야 나는 불을 팔다리로 뽑아내
운동에너지로 바꿀 참이었다
나는 내연기관이다
나의 열을 나의 움직임으로
나의 열은 나를 움직일 것이다
나는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보았으나
나의 움직임은 어떠한 전진도 하지 못하고
그냥 우스꽝스러운 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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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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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삶은 누구의 의지와도 상관없이 흘러간다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흘러나온 대답처럼
눈치 없이 슬픈 이들을 추월하고
멈추거나 조금 쉬어가는 법도 모른다
아무도 원치 않는 내일이 오기 전에
하루만 하루의 시간만 다오
나는 삶에게 애원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미 나는 받았다는 대답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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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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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시
어느날 이쁜 돌을 주워다가 마당에 놓았는데
고양이가 털발로 이리저리 굴리더니 낼름
삼켜버리고 말았다
이쁜 돌은 어찌하여 단단함도 소용없이
무게도 거친 모서리도 소용없이
부드러운 목구멍을 따라 삼켜지고 말았는가
어차피 마당의 고양이요
당장 꺼낼 방도도 마땅찮은 나는
이내 관심을 끄고 자리를 펴고 누웠다가
햇빛에 반짝이던 돌이 지금 어디까지 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연필을 꺼내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다.
<내가 이따금 사랑하던 그대여 내가 사는 이 삶 비슷한 것을 차마 그대를 제하고 논할 순 없소이다. 제 시간에 못 온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서는 꾸준히 쫓아가리라. 자 그러면 내내 빛나소서>
어떤 돌이 마당을 구르는 잘그락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내리쳐 부수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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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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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에서 한 '함께' 전시. 요즘 재미 붙인 롤러 작업. 도트 작업처럼 점과 선과 면이 모두 보인다. 아날로그로 구성하는 디지털 작업. 2인치 롤러를 많이 사두었는데 쓰질 못하고 있다. 이원희 DreamerOne형이 반전에 대한 주제를 하자고 했고 나는 바쁜 스케쥴때문에 아무 준비 없이 재료만 가지고 출발, 즉석에서 문장을 써냈고 글자수도 가서 맞췄다…. 결과물은 그래도 그림과 잘 어울리고 배경이 재밌게 잘 채워졌다. 우리의 흔적이 네게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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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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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
죽은 것과 살아있는 것 사이의 구분은 모호하다. 우리를 이루는 세포들은 살아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더 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세포 안의 소기관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화학작용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 
또 말하자면 무생물로 이뤄진 기계들, 그리고 가상공간의 인공지능도 정의에 따라 살아 움직인다고 볼 수도 있다. 정교하거나 단순한 기계들, 그리고 게임의 캐릭터 조차 훌륭하게 환경과 상호작용 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끼친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이루고 있는 것, 우리의 지금 상태, 우리의 범위로 우리가 살아있다고 정의하기는 힘들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 결과로 정의될 수 있다. 모든 사건이 일어나고 난 후, 결과를 보고 우리는 그때 살아있었다고 확실히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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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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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고 살아라, 인간으로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원스트라이크 활동의 시작인 출사표전에 참가하게 되면서 처음 제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던 계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으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인가? 저는 건축가로써, 도시공학자로써 오랜시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왔습니다. 길에서 활동하던 제가 처음으로 실내에 전시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재료를 찾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버려진 장판입니다. 장판은 방바닥에서, 평상에서, 포장마차 의자에서,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지요. 그 장판에는 가구에 눌린 자국이나 긁히고 찢어진 흔적들, 뜨거워서 녹아버리거나 검게 그을려버린 흔적, 장마철 습기에 곰팡이가 슬어 버린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장판은 우리가 살아온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해답이 저의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흔적이다.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의도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 즉 자신을 표현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요? 표현되지 않은 삶은 이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인간으로서의 존재도 희미해집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흔적이며 그렇다면 인간으로 살아가는 흔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 전부터 품어왔던 문장을 단숨에 써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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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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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의 붕괴
인간관계란 사람과 사람의 간격을 무너뜨리는 모든 행위의 집합이라고 생각된다. 심리적 간격 부터 육체적 간격 까지. 간격을 무너뜨리며 접근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타인의 간격 안으로 발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침입이란 개념을 포함하고 있고 종종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동물부터 식물까지 생식이란 그 모든 간격을 무너뜨리고 나의 유전자를 찔러 넣는 것이다. 즉 유전자 레벨까지 다가가는 궁극의 침입이다. 동물들은 교미하기 위해 짝을 찾아 열심히 구애를 하고, 식물은 나의 꽃가루를 다른 개채에게 침입시키기 위해 바람과 벌레로 공간을 뛰어넘는다.
이 모든 것은 꼭 격투나 전투, 전쟁과도 같다. 단 한마디의 대화를 나누더라도 그 두 사람 사이의 간격에는 심각한 파괴가 일어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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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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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ave. 
뭐 어쨌든 맨해튼에서 가장 유명한 길이 아닐까 싶다. 가장 중심이 되는 길이고, 그 강력함은 할렘까지 뻗어간다. 출퇴근길이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장 많이 지나가기도 했고, 관광객도 가장 많다.
자전거를 타고 쭉 뻗은 길을 달리면 코스의 절반정도는 센트럴파크와 함께 달리게 된다. 센트럴 파크 옆으로는 많은 갤러리들이 있고 여기에 들러보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5번 에비뉴에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도전할 것을 권한다. 그냥 지나가는게 불가능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애플스토어의 유리큐브도 있고.
5번 에비뉴를 남쪽 끝까지 달리면 워싱턴스퀘어가 나온다. 개선문처럼 생긴 ‘워싱턴 스퀘어 아치’가 있는 곳으로, 혹자는 5번 에비뉴의 끝에 있는 이 고전양식 아치와 애플스토어의 유리큐브가 과거-미래의 연결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뭐 거창한 해석과는 별개로 이 워싱턴스퀘어는 아주 활발한 곳으로, 뉴욕에서 유일하게 밤새 놀 수 있는 공원이다. 다른 공원들은 모두 12시에 문을 닫는 것에 비해 이 공원은 해 뜰때 까지 열려있다. 그 이유는 바로 NYU, 즉 뉴욕대학교가 바로 옆이기 때문에! 서울에 홍대앞 건대앞이 있는 것 처럼 뉴욕에는 뉴대앞이 있는 것이다.
맨해튼에서 사람들이 가장 활발하게 어울리기로 유명한 유니온스퀘어도 12시면 문을 닫는다. (경찰 휀스로 막아놓는다) 때문에 나는 뉴욕에서 사람을 만나서 놀려면 워싱턴 스퀘어가 진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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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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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선
아무리 컴컴한 먹구름일지라도 그 뒤엔 밝은 태양이 있다. Silver Lining 은 태양을 가린 구름의 테두리에 밝게 빛나는 선을 말한다. 
실버라이닝의 의미는 관용적으로 ‘희망을 잊지 말자’는 뜻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좀더 복잡한 해석을 덧붙이고 싶다. 희망의 빛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그 뒤에 희망이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리마인더. 구름 뒤에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알려주는 것.  모두가 어둠이라 말할 때 홀로 저 뒤에 빛이 있음을 주장하는 희미한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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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선은 실버라이닝을 그냥 직역한 글자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은 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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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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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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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에비뉴.
자전거의 이름을 진주라고 지었다. 흑진주. 영어로 하면 블랙펄이다. 탈것의 이름은 보통 여자 이름으로 짓는 것이 관례니까. 물론 본인이 여자라면 남자이름으로 지어주는 것도 좋겠다. 어쨌든 블랙펄은 아주 유명한 해적선의 이름이기도 하다.
남쪽 바우어리에서 이어지는 3번에비뉴는 딱히 특징 없는게 특징일 정도로 평이한 길인데, 덕분에 ‘이것이 맨햇은 이구나’ 하며 지나갈 수 있는 무난한 코스가 장점이다. 남쪽의 차이나타운, 미드타운의 고층건물 숲, 어퍼이스트의 갈색 주거단지들, 전형적인 할렘의 모습을 간직한 이스트 할렘. 남에서 북으로 다양하게 변하는 맨하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서울의 강남구-서초구를 합한 정도의 땅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가졌다는게 재밌다. 3번 에비뉴의 길이는 10km정도로, 서울과 비교하면 경복궁에서 강남역까지 갈 수 있는 거리라고... 다음지도가 알려준다... 어 진짜??? 
사실 경복궁에서 강남역까지 거리가 먼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에 직선인 맨하탄에 비해 언덕이 많고 차들이 목숨을 위협하는 서울에서... 자전거로 저 코스를 주파하는 미친짓을 상상해본적이 없어서 몰랐다.
서울도 종로-용산-한강-강남의 모습을 생각하면 나름의 스팩트럼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맨하탄의 경우 도시 전체가 바둑판인 탓에 길을 따라 도시가 변해가는 스팩트럼이 굉장히 직관적이고 잘 보인다. 그런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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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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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 모든 것이 브라운 컬러인 2번 에비뉴.
1~5번 에비뉴의 북족 끝에는 이스트할렘이 있다. 웨스트 할렘이 이제는 고급주거지로 바뀐것에 비해서 할렘이란 이름의 명성을 아직 지켜나가고 있는 ‘우리의 게토를 찾아서’ 같은 곳이지. 어쨌든 맨하탄의 동쪽에서 에비뉴를 따라 쭉 위로 올라가다 보면 어느순간 아시안의 비율이 0%로 급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백인은 가뭄에 콩 나듯 한번씩. 
이후에 올리게 되겠지만 다운타운과 맨하탄 중심부의 건물들은 고풍스러운 디테일과 디자인 등으로 오래된 느낌이라고 한다면, 동쪽의 건물들은 그냥 오래전에 지어서 오래된 느낌이다. 낮은 건물이나 높은 건물이나 벽돌색의 타일로 만들어진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초고층 벽돌 건물들이 참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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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디테일과 매스 변화가 참 다채로워서 그냥 박스로 쓱 올라가는 건물들은 거의 없다. 이건 뭐 건축주의 성향 차이라고 해야할지. 서울의 건물들이 다양성이 떨어지는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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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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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나를 움직이는 힘은 나에 대한 분노였다. 해놓은 것도 없이 잠만 잘 자고 밥만 잘 먹는 나를 나는 용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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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silverlin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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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가. 이스트 빌리지부터 이스트 할렘까지. 길을 찍은 것들은 나중에 책으로 내기위해 아껴두고 책으로 안나올 사진들만 올림.
맨모길 계획을 세우고 맨하탄을 샅샅이 돌아보면서 새삼, 그동안 서울을 이렇게 돌아본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누구보다도 서울의 많은 곳을 가보긴 했지만, 애정을 가지고 서울을 돌아본 적은 없었다는 것을. 아니지, 애정은 갖고 있었지만, 애증이었지.
사람들이 자주 물어본다. 서울에 살고 싶은지, 뉴욕에 살고 싶은지. 분명 자신의 꿈이 있다면 기회는 여기 더 많은 듯 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서울에 남아서 서울 사람들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줘야 하지 않을까? 난 여행을 별로 안좋아한다. 특별한 일상을 찾아가는 것 보다, 내가 사는 일상이 특별해지길 바란다.
한국에 전쟁이 나지 않았고 오래된 건물들이 서울에 많이 남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여기 와서 자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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